저는 10대 말기에 로얄슈퍼라는 버스를 통해 처음 이 엔진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식견이 아직 짧았던 때라 그저 오래된 버스에 얹혀 고출력을 낸 엔진이라는 것만을, 80년대 8기통보다 더한 힘을 보란듯이 내며 고속도로를 누비게 했을 엔진이라는 것만 알았지만 나중에 올버스님과 서로이웃을 맺고 몇 번이나 영상을 돌려보니 일반적인 8기통 버스보다도 더 특이한 점에 더더욱 귀함을 깨우치게 되었죠.


로얄슈퍼만의 그 감각적인 승차감과 더불어 기대 이상의 힘을 내고 이 차만이 아닌 아시아 929 동아 60 115H에도 공유됐을 만큼 스펙이 넓더군요. 그러나 막상 이 엔진을 얹은 차들은 지금 찾아보기도 힘들 뿐더러 얼마전에는 강원도에 남은 후기형 로얄슈퍼마저 보존성이 점차 낮아져간다는 소식을 접한 만큼 그 차마저 사라지고 나면 이제 어디에서도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패닉을 겪었습니다.


대구에도 몇몇 민간용이 있었지만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일 뿐더러 특히나 산골 식당 셔틀로 굴리던 차는 맹바기 멍청한 새끼가 만든 배출가스 낙제로 인해 분해되었다는 소식도 들은 바 있고요. 부디 좋은 주인 만나 이 차라도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운좋게 강원도를 찾게 된다면 뭐 만날 일이야 생기겠다만....


다만 의외였던 건 효율성이 좋은 만큼 보링도 자주 거쳐야 했고 말년에는 여타 노령 고속버스들처럼 단거리 위주로 투입되다가 대차되었다는 점이라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