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꽤 논란이 되는 인물이 있죠. 근데 그와는 별개로 문득 생각이 나서 한번 적어봅니다. 자칭 '보수'들이 늘 주장하는것 중 하나에 우리가 무조건 현대와 삼성 같은 대기업에 감사하고 사줘야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이 대기업들이 대한민국의 위상과 경제를 살려내었으니 무조건 수입품을 배제하고 이들 제품을 사야한다는 논리이죠. 근데 그들이 미처 간과하지 못한게 있습니다.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말입니다. 


현대 R226
포드 R192 



여기는 자동차 사이트이기에 현대차, 더더욱 현대의 상용차만 놓고 보겠습니다. 현대의 상용차 역사는 제가 많이 안다고 자신할 정도로 많이 알아봤습니다. 이건 2013년 아니 2007년부터 여러 자동차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정보를 얻은걸 바탕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대의 첫버스는 영국 포드 모터 컴퍼니 주식회사의 버스 샤시, 휠베이스 192인치의 R192와 226인치의 R226 샤시에 영국 디젤 엔진 개발 업체인 퍼킨슨에서 수입한 엔진, 그리고 현대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모노코크 바디를 얹은 차량입니다. 당시 생산한 차는 비록 영국에서 기술을 들여왔지만 아직 조잡한 수준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차체와 브레이크등 국산화에 의해 상당히 우리 기술이 많이 들어간차입니다. 근데 그게 큰 문제로 작용했습니다. 


R192 버스의 경우 차체 바닥판 강도가 크게 떨어져 안내양이 차체 바닥으로 떨어져 즉사한 경우도 있었고 R226 고속버스는 브레이크 결함이 생겨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번 했습니다. 거기에 툭하면 망가지고 고장나는 차량이였죠. 당시 수입 버스와는 비교할수 없게 내구성 문제가 많았습니다. 애초에 조립은 현대가 했으니까요. 


트럭인 포드 7.5톤 카고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았지만 이마저 조립 품질은 극악이였죠. 거기에 현대는 국산화 의지가 강한 회사였는지라 신진자동차의 차량에 비해 제품 완성도가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무리하게 트럭과 버스 국산화를 진행하다 대우한테 시장 점유율을 크게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왔죠. 물론 그 대우차도 품질이 그렇게 좋지는 안았습니다. 사실 이들이 그나마 팔린건 당시 소비자들이 따라준 '국산품 애용' 정책의 영향이 컸으니까요. 


그리고 상용차를 벗어나 승용차로 넘어오면 더욱 차이가 두드려집니다. 현대 그랜저 XG는 하체 녹으로 유명하죠? 제가 이번에 운좋게 북미 수출형 모델인 XG350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사진 올리겠지만 그차는 하체에 전혀 녹이 없었죠. 바로 아연 도금을 하는 내수/수출 차별을 한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그랜저 XG는 미친듯이 국내에서 팔려나갔죠.


만일 정부의 규제에도 한국의 소비자들이 수입품을 애용했으면 과연 현대가 여기까지 오기는 했는지 의문입니다. 중국이나 다른 후진국 고성장 국가의 상황을 보시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그 누구도 '애국심'에 조잡하고 덜떨어진 국산품을 애용하지 않지요. 중국인에게 자국 자동차를 물어보면 "죽고 싶어서 타는 차"라는 말이 돌아올정도로 돈만 있으면 절대로 자국제품을 쓰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이만큼 큰건 현대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 탓도 있지만 현대, 나아가 국산품을 애용해준 소비자의 공도 있는겁니다. 


물론 이후 현대는 그걸 세금과 좋은 제품으로 보답했고요.


결론은 이겁니다. 기업도 기업 나름대로 했고 소비자도 현대가 성장하도록 도왔다는거. 지금은 2019년 5월입니다.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여 오래된 논리로 소위 '국산품 애용'을 하는게 아니라 소비자들도 자기의 권리를 찾고 기업도 자유 경쟁, 높은 수익과 안전한 투자를 목표로 할때입니다. 과거 소비자는 정말 떨어지는 품질을 '애국심'으로 사주었고 기업은 무모한것에 도박하듯 투자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현대도 삼성도 세계적인 기업을 자부하는 만큼 소비자들도 이제는 '애국심'으로 물건을 살것이 아닌 자기한테 가장 좋은 물건을 살 자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