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배경

경성부영버스 (1928년) 


대한민국에서 시내버스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죠? 한반도에서 대중교통의 역사 시작은 당연 1928년 설립된 경성부영버스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통치하게 되면서 여러 기반시설을 재정비했는데 그중 하나가 전차와 시내버스이죠. 당시 들여온 버스는 울스리라는 영국 상용차 제조회사와 합작한 이시가와지마하리마 중공업(현 IHI와 이스즈자동차)가 제작한 12인승 차량입니다. 물론 이것이 딱히 조선인을 배려했다기 보다는 경성으로 일하러온 일본인 배려와 이익이 우선이었겠지만요. 이는 초창기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던 을지로 필동을 왕복하는 노선을 개설한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던 이 경성버스는 당시 자동차란 부자들이나 타던걸 서민에게도 탈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 이동의 편리성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엄청난 인기 덕분에 곧 노선을 8개 더 추가하기도 했죠. 


양택식 서울시장과 새로 도입된 현대 R192 도시형 버스  


이후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을때 일본이 휴발유 사용 제한을 걸어 일본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목탄을 태워 남은 가스로 작동하던 버스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미군정이 들어왔을때는 버려진 일본 군용 장갑차를 개조해 짐칸에 사람을 태운 '트럭-버스'도 운용하였고 또 한국전쟁 이후에는 버려진 미군의 GMC CCKW 두돈반 군용차에 버스 바디를 드럼통으로 제작, 정규편성으로 운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에는 하동환자동차와 신진자동차를 비롯 수십가지의 국산버스가 솟아져나왔고 개선과 개선을 바탕으로 달라졌지만 여전히 근본적인건 바뀌지 않았습니다. 시내버스 영업 개시부터 5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것 말입니다. 바로 전방 엔진 시내버스입니다. 최초로 영업한 경성부영버스의 차량은 당연 트럭 샤시와 엔진에 버스의 바디를 올린차이지요. 그게 단순히 모노코크 공법을 활용해 바디 전체를 버스로 제작했을뿐 여전히 시내버스는 엔진이 전방에 위치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고속버스가 영업을 개시하고 일본에서 관광버스용으로 리어엔진버스를 들여왔을 때도 여전히 시내버스는 엔진이 전방에 위치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대한민국의 도로 포장이 나쁘고 비포장 도로가 많은 탓에 차고가 높아 험로 주파가 유용한 전방엔진 버스를 많이 선호했죠. 그래서 당시 시내버스는 출입문 차고를 높게 하여 노약자나 어린이는 상당히 탑승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경험에 따르면 등산하는 착각을 하게끔 말이죠. 그러나 리어엔진버스는 엔진을 후방에 배치, 출입문의 높이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새한 BU110 리어엔진버스

서울시에서 운행하던 버스회사들은 그동안 프런트엔진 버스라고도 불리는 엔진에 앞에 위치한 버스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러나 버스 이용 개선을 위해 리어엔진버스 도입을 고려하게 되죠. 이를 위해 구자춘 당시 서울 시장은 새한자동차에서 새로 개발한 리어엔진버스 BU120 12미터급 대형버스로 대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차를 대원여객과 선진운수가 먼저 도입, 종로~의정부 노선과 불광~서울역 노선에 투입하죠. 근데 이렇게 큰차를 도입하다 보니 문제가 속출했습니다. 원래 BU버스란 일본 이스즈자동차가 일본 본국에서는 준고속 관광 및 시내버스까지 당담하는 다체로운 버스입니다. 근데 그 시절 광역급행버스도 없었고 서울시에서 '대형 입석 시내버스'으로 투입하려다 보니 온갖 문제가 벌어집니다. 긴 휠 베이스와 차체 때문에 선회하기도 힘들었고 또 당시 기준으로 시내버스에는 과다하게 고출력인 MAN D2156HM-U 수평 실린더 엔진은 220마력(새한 BF101이 168마력)을 발휘해 연료소모도 심했죠. 거기다 차량 가격도 1,800만원이라 기존은 1,100만원 버스에 비해 700만원이나 더 비쌌습니다. 그리하여 시험적으로 소량 도입되고 전부 조기 폐차되었죠. 그러나 프런트엔진 버스는 여전히 탑승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고 이어서 서울시는 1985년까지 프런트엔진 버스 도입을 금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대우자동차는 기존의 BF101 버스의 엔진배치를 제설계, 개발한 BR101 버스를 납품하였고 현대자동차 또한 준고속용 및 관광버스로 개발된 RB시리즈를 개량해 RB520L 버스를 개발하게 되지요. 거기에 아시아자동차도 가세해 AM907L을 개발하지만 결과는 대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현대 첫 도시형 리어엔진 버스


이번에 다룰 차량은 이미 주제에서 말했지만 현대자동차 첫 리어엔진 시내버스인 RB520L입니다. 현대의 리어엔진버스 계보를 살펴보면 첫 리어엔진버스는 당연 고속버스로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 O-302이지요.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이후 벤츠 O-303을 추가로 도입, 거기서 얻은 기술력으로 RB635 고속버스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버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차체에서도 여전히 벤츠의 기본 설계를 유지한체 '국산화'만 크게 달성한 어정쩡한 차량이었습니다. 심지어 이를 대체한 에어로 버스또한 미츠비시에서 기술지도를 받고 설계는 그대로 둔 일본차에 가까운 버스였죠. 그러나 비교적 기술장벽이 높지 않고 제작, 생산 경험이 많은 시내버스와 시외/관광버스 시장에서는 현대가 자체 개발한 차체를 탑재한 RB600/585/520/520L 모델을 선보입니다. 그중 RB520L은 현대가 기존에 대우에 밀리던 노선 시내버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마 80년대 초반 10대를 보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새한 BF101이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였는걸. 지금의 뉴슈퍼에어로시티 생각하시면 편할듯 싶습니다. 현대는 당시 HD160, 이후 FB485를 개발하여 대우의 BF101에 맞서보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현대 HD160의 경우 포드 샤시에 영국 퍼킨슨에서 개발하여 현대가 라이센스한 '국산' 디젤 엔진, 그리고 현대가 자체 개발한 차체로 생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MAN 라이센스 엔진에 이스즈와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한 차체를 결합한 새한자동차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이어 전두환 정권의 자동차 산업 합리화 조치 때문에 FB485에서는 대우중공업의 MAN 엔진을 덩달아 쓰게되었죠. 이 FB485는 나중에 한번 다룰 생각이지만 중앙집중식 계기판이나 리벳을 많이 생략한 차체 생산 공업을 적용하여 대우의 BF101보다 한단계 진보한 차량이었습니다. 엔진도 동일했고 다만 변속기와 브레이크와 같은 세세한 부분에서만 다른 차량이었죠. 그다지 차이도 없고 또 당시 많은 운수회사들이 대우차를 선호했기에 유지면에서도 상당히 대우차가 유리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FB485가 전작인 HD160에 비해 성공한 차량인건 사실이나 대우버스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였죠.



세미 모노코크 차체의 리어 서브 프레임 도면


근데 RB520L은 오래된 포드 R 시리즈 샤시에서 응용

된 기술을 버리고 미츠비시 후소 MR 버스의 기술을 응용한 세미 모노코크 바디로 변경합니다. 이 모노코크 바디과 서브 프레임의 혼합 방식은 미츠비시에서 기술지도를 받아 생산하고 차체 기술도 어느정도 미츠비시에서 지도를 받아 생산하게 됩니다. 물론 에어로처럼 미츠비시에서 기술 지도한건 사실이지만 미츠비시 모델을 사실상 거의 들여온 에어로와는 달리 RB520L은 현대가 이 기술을 토대로한 상당히 자체적으로 개발한 및 국산화한 차체를 이용했죠. 그리하여 85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던 서울시의 2계단 도심형 저상버스 규정에 맞게 제작하게 됩니다. RB520L은 기존은 FB485 버스에 비해 차고가 20cm 낮아졌죠. 반면 대우는 이 조례에 대응해 BR101을 개량한 BV101을 선보였죠. BV101은 비록 앞모습에서나 차고가 낮아졌더라도 기존의 BR101, 그리고 프런트엔진버스인 BF101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 사실상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였죠. 




게다가 현대자동차는 1986년 생산분부터 기존의 대우중공업 MAN 엔진에서 새롭게 미츠비시 후소에서 라이센스 생산한 189마력 D6BR 엔진을 탑재하여 대우의 187마력에 비해 크게 진보했죠. 


또 1987년 1월 초순에 도시저상형 시내버스 모델인 RB520SL 리어엔진 도시저상형 시내버스라는 차량을 도입했는데 차고가 RB520L 모델보다 더 낮아지고 덕분에 계단도 일반모델에 비해 낮아집니다. 다만 이 SL 모델은 운수회사에서 소수만 도입한 차량입니다. 




현대는 설상가상으로 국산화율 94%를 달성, 국산화 비율이 여전히 90% 이하를 밑돌던 대우에 비해 차량 가격이나 부품값이 저렴했습니다. 거기에 양사간의 덤핑 경쟁으로 2천만원에서 시작하던 도시형버스 가격이 최대 1천8백만원까지 인하해서 판매하였기에 운송회사들은 부품값도 싼 현대의 RB520L을 더 많이 택했죠. 당시 현대 에어로 고속버스가 국산화율이 고작 83%에 달한걸 생각하면 상당히 우리 기술이 많이 들어간 차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당시 등장한 리어엔진 도시형 버스 비율을 살펴본다면 거의 대부분의 버스 업체들이 RB520L을 뽑았고 대우의 BV101은 거의 팔리지 않았죠. 물론 대우 BV101도 현대의 RB520L처럼 매끈한 차체를 선보였지만 등장한지 상당히 시간이 흐른 BR101의 페이스리프트 및 저상모델에 불과했고 상기한 유지비 문제로 현대를 선호하게 됩니다. 이는 현대버스가 전체 도심형 버스 시장에서 30~40%를 차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죠. 물론 이 현대 RB520L도 최신형 기술을 응용한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차를 미츠비시 에어로 스타를 베이스로 알지만 샤시는 MR계열로 동일할지라도 차체 공법은 조금 다르죠. 미츠비시 에어로 스타는 RB520L과 비슷한 1984년에 등장한 차량입니다. 이차는 내모반듯한 디자인을 적용해 활용공간을 늘렸지만 RB520L은 차체 강성을 위해 둥굴게 만들어 전체적인 공간효율성은 네모 반듯한 버스에 비해 떨어집니다. 


1988년 서울 신도색 품평회.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대우 BS105L, 현대 RB520L, 현대 RB520L, 아시아 AM927L 

대우에서 1986년 야심차게 선보인 BS105L이 등장합니다. 이전의 BV101은 전혀 메리트가 없는 차종이라서 84년과 85년 RB520L과의 경쟁에서 크게 참패하고 출시로 부터 3년후인 86년 역사속으로 사라집니다. 대우의 이 BS105L이야 말로 현대에게 위기를 느끼게한 차량인데 큐빅 스타일로 인해 더 큰 공간활용도를 자랑해 탑승인원을 이전 모노코크 모델에 비해 최대 6명을 늘렸죠. 또 차창도 넓혔고 드럼 브레이크를 대형화, BH120H 로얄 슈퍼에서나 사용되던 고속버스형 계기판까지 적용하기도 합니다. 


원이 그려진 쪽에 차체 변형이 보인다 


다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각이 진만큼 사용하는 외판의 강도 또한 늘어나야하고 힘을 받는 구조 또한 더 강도 높게 제작해야 합니다. 이 원리는 간단합니다. 종이 한장을 흔들어보세요. 그러면 마구 펄럭일것입니다. 다음으로 종이를 구부려서 흔들어보세요. 그러면 덜 펄럭이는걸 느낄 수 있죠. 이 때문에 버스를 네모 반듯하게하려면 그만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강성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우의 엔지니어들은 설계미스를 하여 어느정도 년식이 지난 BS105L의 경우 차체의 후면부가 약간 휘어졌지요. 이는 1988년 페이스리프트때 개선됩니다. 그리하여 BS105L 출시로 인해 대우는 점차 점차 도시형버스 점유율을 높여갔습니다. 이때문에 위기를 느낀 현대자동차는 1991년 RB520L을 단종시키고 직각 차체의 '현대 에어로 씨티버스'를 출시하기에 이르죠.  


그리하여 단종된 RB520L은 90년대 중반까지도 무난하게 운행하다가 점차 점차 사라졌습니다. 지역별로 보자면 부산광역시가 먼지 1999년에 삼화PTS를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대구광역시에서 2000년 광남자동차에서 마지막으로 대차했으며 인천에서는 동년 대차, 서울특별시에서는 서울승합이 2001년 12월 마지막으로 운행하고 폐차했지요.  




그리고 그중 상태가 좋은 차량은 아시아와 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에 수출됩니다. 


제원


전장 10,420mm

전폭 2,490mm

전고 3,130mm

공차중량 9,269kg

축거 5,205mm

연료탱크 용량 200리터

최고속도 82.6km/h

변속기 수동변속기 전진5단/후진1단

승차정원 22+62+1=85

타이어 9.00X20-14PR 튜브식 (스틸 휠 6홀 8핀)

(옵션 10.00X20-14PR)

개페방식 자동식 (전 접이식, 후 슬라이딩 방식)

윤거 전 2,060mm

윤거 후 1,850mm

등판능력 30.4%

오버행 전 1,945mm

오버행 후 2,380mm

엔진형식 D6BR (미츠비시 개발/현대 라이센스 생산)

출력 189PS/2,500rpm

토크 51kg*m/1,600rpm

배기량 7,545cc

흡기방식 자연흡기 

실린더 직렬 6기통 w/ 라이너 

직경X행정 118X115mm 

점화 타이밍 1 - 5 - 3 - 6 - 4 - 2

엔진 중량 580kg

압축비 17.5:1

연료공급 직분사 

밸브형식 OHV 로커암 타입 2밸브 

브레이크 (전후) 드럼 공기식 

서스펜션 전 리지드 데드 엑슬 (ㅛ형) + 9겹 판스프링 + 쇽업소버  

서스펜션 후 리지드 라이브 엑슬 (상용 오픈 디프) + 9겹 판스프링 + 쇽업소버 

차체 구조 세미모노코크 골조 차체 

조향 볼너트식 조향

전장품 24V DC 

생산 1984~1991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대한민국 울산 북구 양정동 700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