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의 단골 카페는 평온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맥북 화면 너머로 해외 벤더의 선적 서류와 국내 고객사의 납기 일정이
구글시트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흘러갔다.

한 주간의 치열했던 업무가 오차 없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하며 보배드림 유머 게시판에 게시글을 하나 올리고 남은 커피를 마셨다.
불필요한 노이즈는 에어팟으로 완벽하게 차단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한주의 업무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그 일상적인 게시글이 업로드된 순간, 어두운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누군가의 스마트폰에서는
요란한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그는 과거 'KF-21 내부 무장창' 관련 게시글에서 무료 공짜 챗GPT가 써준 그럴싸한 문장을 복사해 붙여
넣으며 군사 전문가 행세를 하려다 처참하게 털린 인물이었다.
수많은 유저들 앞에서 문자 그대로 '개쪽'을 당한 뒤 완벽하게 차단(Block) 당해버린 쓰라린 흑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철저히 손절당해 댓글 하나 섞지 못하는 그가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된 동아줄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영구 퇴출해 버린 사람의 닉네임을 몰래 알람 설정해 두고 염탐하는 것뿐이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그는 화면으로 달려들었다.
게시글을 보자 억눌려 있던 열등감과 찌질한 질투가 다시금 끓어올랐다.
그는 다급하게 공짜 챗GPT 창을 띄웠다.
어떻게든 저 평온한 일상에 흠집을 내고, 다시 한번 상대를 긁어보겠다는 심산으로 타자기가 부서져라
키보드를 두드렸다.


"겨우 3300만배럴 ㅋㅋㅋㅋㅋ"
"겨우 11일 쓸 사용량이네 ㅋㅋㅋㅋㅋ"

그는 스스로 만들어낸 조악한 논리에 취해 회심의 악플을 달았다.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는 상대방이 자신의 댓글을 보고 당황하며 밤새 분노의 답글을 달 것이라는
완벽한 착각에 빠졌다.


그러나 현실의 방화벽(Firewall)은 잔인할 만큼 견고했다.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의 맥북 화면에는 그 어떤 알림도, 악의적인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계정은 이미 오래전 보배드림 시스템 내에서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쏘아 올린 증오의 댓글은 "삭제된 댓글입니다"라는 허무한 족적만 남기고 시스템의 허공 속으로
소리 없이 증발해 버렸다.


카페의 남자는 주말에 먹일 고양이 간식을 생각하며 우아하게 맥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은 시간, 방구석의 남자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답글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충혈된 눈으로 밤새
새로고침 버튼만 허무하게 연타하고 있었다.

자신이 완벽한 반박글에 상대가 반박을 못하는것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오늘도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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