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짜 신선하다!"
"이게 다큐라고? 다큐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다고?"
"현실을 갖고 완전 스릴러 영화로 만들었는데?"
한 편의 다큐인데, 우리가 늘 보던 그 다큐가 아니었습니다.
무슨 새로운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새로운 형식의 신선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12.3 내란을 소재로 말이죠.
온 국민이 대충 다 아는 내용인데도
무슨 영화처럼 스릴이 느껴지고 조마조마하면서도
희한하게 재밌단 말이죠.

그게 바로 영화 '란 12.3'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이명세입니다.
한국영화에서 톡특한 영상미를 앞세웠던 이명세 감독.
아재세대들에겐 익숙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듀얼리스트'의 감독이죠.

"영화는 때론 이야기가 아닌 영상미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도 있는데,
이명세 감독이 그런 영화인 중 하나죠.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배우가 연기하는 경우가 많고
다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드라이하게 다뤄서
그다지 재미를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 영화는 분명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아니데
더구나 실화 그 장면 그대로 담아서 만들었음에도
한 편의 정치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다큐인데 말이죠.
영화 <란 12.3>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봤습니다.
(제가 느낀 대로)
- 간단명료한 내용 정리와 스피드 있는 전개
- 다 알고 있는 일인데도 멈추지 않는 긴장감
- 다큐라기엔 중간중간 화려하고 독특한 영상미
- 우리가 방송으로 보지 못했던 또다른 상황(일부)
- 막판에 재미있게 새로운 형식을 담은 그 무엇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을 못하겠습니다.
다큐에 이런 것까지 동원하나 싶을 정도로)

▲ 영화 내용과 상관없는 자료 화면 - 게임(좌), 만화(우)
AI, 애니, 게임, 만화, 그래픽 등을 재미있게 활용했습니다.
요소 요소 효과적으로 활용해 그 사안 사안마다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핵심을 잘 담아냈습니다.
때론 이런 효과로 풍자와 유머를 만들어냈더군요.
같은 내용인데도 뉴스에서 보던 것과 달랐습니다.
영상의 각도와 구도, 영상 속도 강약 조절,
스타일리쉬한 화면 분할 같은 건
흔히 다큐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빠른 속도감, 화려한 전개에 익숙치 않은
분들은 정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정치에 아무 관심이 없어서
12.3 내란의 과정을 잘 모르는 분들께는
'저게 뭔 의미지?' 할 순 있습니다.
(2찍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평소에 뉴스라도 대충 보고
세상 돌아가는 거 관심 갖고 살았던 국민이라면
"현실을 영화로 만들면 이렇게 되겠구나!"
말하게 만드는 다큐였습니다.
저는 만족스럽게 잘 봤습니다.
[ 덧붙임 ]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도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김혜경 여사가 직접 운전하는 차 안에서
"국민 여러분들! 국회로 와 주십쇼!"
라고 하며 다급하고 간곡하게 호소하는 이재명 당시 당 대표.
뉴스와 SNS를 보고 국회로 달려가서
군인들을 막은 수많은 시민들.
이재명 당시 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을 잡아가지 못하게
여기 저기 사무실에 불을 켜고 다니거나
들이닥친 군인들을 온몸으로 막은
민주당 당직자들, 보좌관들.
그리고 불법 계엄을 막기 위해 담 넘기를 주저하지 않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더구나 이 작품이 긴박감을 잘 살린 터라
그 여운은 더욱 강렬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지킨 민주주의.
다시 잃지 말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