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집구석의 공기부터 숨이 막힌다.
마누라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혀를 차며 관리비 영수증을 식탁에 탁 소리 나게 던지고,
다 큰 자식 놈들은 내가 거실에 나가면 방문부터 쾅 닫아버린다.

평생을 뼈 빠지게 공사판과 배달, 막일로 굴렀는데 내 손에 남은 건 쑤시는 관절염과 통장 잔고
몇십만 원이 전부다.
이 집구석에서 나는 투명 인간, 아니 밥만 축내는 짐짝이다.


TV를 튼다.
뉴스에는 잘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놈들이 나와서 떠든다.

뭐? 구조적 개혁? 거시 경제의 선순환? 공정과 상식?


그 매끄럽고 번지르르한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내 뱃속에서는 시큼한 위산이 끓어오른다.
나는 저 우아한 말들이 끔찍하게 싫다.
구청이나 은행에 갈 때마다 반듯한 양복을 입은 젊은 놈들이 나한테 쓰던 바로 그 말투니까.

"어르신, 규정상 그건 불가합니다. 서류에 흠결이 있습니다."


그놈들은 절대 욕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못 배웠다는 사실을,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멍청이라는 사실을 그 고상한 단어들로 내 얼굴에
후려칠 뿐이다.

유시민인지 뭔지 하는 작가가 나와서 웃는 얼굴로 조곤조곤 설명할 때면, 당장 TV 액정을 깨부수고 싶어 진다.

넌 다 안다는 거냐? 내가 못 배워서 이렇게 산다는 거냐? 잘난 척하는 그 혓바닥을 다 뽑아버리고 싶다.


숨이 막혀 스마트폰을 켠다.
유튜브를 누르면, 태극기를 걸어놓고 핏대를 세우며 쌍욕을 퍼붓는 유튜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저 빨갱이 새끼들! 나라 좀먹는 도둑놈의 새끼들! 싹 다 쳐 죽여야 합니다!"


아... 속이 뻥 뚫린다.
이거다. 

복잡한 소리, 어려운 한자어 따위는 필요 없다.

내 평생의 억울함, 내가 무시당했던 그 거대한 짐덩어리들을 저 사람은 내가 시장 바닥에서,
공사판에서 쓰는 바로 그 말로 시원하게 토해내 준다.
저들이 내뱉는 직설적인 쌍욕은 나를 벌레 취급하던 그 잘난 엘리트들의 반듯한 정수리를 내리찍는 쇠망치 같다.


나는 방구석에 누워 보배 게시판을 연다.
여기서는 내가 애국시민이다.
집구석의 늙고 초라한, 돈 없는 가장이 아니다.
이 세뇌당한 좌파 빨갱이 새끼들, 내가 오늘 호통을 쳐서 정신을 차리게 해주겠다며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라 자판을 두드린다.

자판을 두드리는 순간, 나는 나라를 구하는 애국 투사가 된다.


"나라 팔아먹는 이재명과 좌파 쓰레기들! 천벌을 받아 뒈질 놈들!"


내 분노가 가득 담긴 짧고 거친 글을 투척하고 녀석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런데 순식간에 달리는 댓글들은 내 예상과 다르게 내 숨통을 턱 막히게 한다.


"어르신, 유튜브 가짜 뉴스만 보지 마시고 압수수색 영장 1페이지라도 읽어보고 오시길 권장합니다." 

"활동 내역을 보니 오늘도 650원 벌려고 애쓰시네요. 식사는 챙겨 드시고 하십시오." 

"논리적 비약과 확증편향의 완벽한 표본이군요. 훌륭한 반면교사 자료 감사합니다."


이 새끼들은 쌍욕 한마디 섞지 않는다. 

대신 그 역겨울 정도로 고상하고, 뼈를 깎아내는 듯한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나를 벌레 취급한다. 

 

내가 들이민 날것의 분노를, 저들은 내가 뜻도 모르는 어려운 한자어와 기사 링크(데이터)를 무기 삼아 

'미개한 늙은이의 헛소리'로 철저하게 짓밟아버린다. 


평생 나를 무시하며 내려다보던 그 구청 직원, 그 은행 창구 직원의 차가운 비웃음이 모니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손발이 벌벌 떨린다. 


"이, 이 세뇌당한 빨갱이 새끼들!"


나는 방구석에서 허공에 대고 소리를 빽 지르며 서둘러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다. 

그 잘난 놈들의 차가운 댓글들은 내 가슴속 가장 깊은 상처를 다시 후벼 팠다. 

결국 나는 평생토록 저 배운 놈들의 논리를 이길 수 없었다. 

오늘 점심도 텅빈 집구석에서 홀로 팔도라면을 끓여 먹으며, 저 재수없는 좌빨 빨갱이들에게 원색적인 쌍욕을 

솓아내는 극우 유튜브를 보면서 자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