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가운데)이 파일럿 행세를 하는 장면. 네이버 영화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주인공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전 세계적 흥행을 거뒀다. 고작 열일곱 살 남학생이 파일럿, 의사, 변호사 행세를 하며 큰돈을 거머쥐는 장면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저런 인간과는 살면서 절대 엮이고 싶지 않군' 하는 경계심이 스치게 하는 영화였다.
그런데 동물은 물론, 식물·균류·박테리아·바이러스·염색체·유전자·DNA 조각에서까지 속임수가 흔히 발견된다면 우리의 영화 감상평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리싱 선 미국 센트럴워싱턴대 석좌 교수가 쓴 '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는 보편적 생존 전략이란 관점에서 '거짓말'과 '기만'의 작동 원리를 분석한 과학 학술서다.
저자가 제1법칙으로 일컫는 거짓말부터 보자. 가짜 먹이 은닉처를 만드는 다람쥐, 근처 다른 수컷을 속이기 위해 못생긴 암컷에게 구애하는 척하는 대서양 몰리 물고기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메시지를 위조하는 사례다. 독성 없는 왕뱀이 치명적 독을 지닌 산호뱀의 줄무늬를 모방하는 건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천적의 인지체계 결함을 이용하는 경우로 제2법칙 기만에 해당한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려 들기만 하면 생태계가 어떻게 굴러가나 싶지만, 자연은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상호 발전시켜 균형을 이뤄왔다. 요정굴뚝새 어미는 숙적 호스필드청동뻐꾸기의 탁란에 맞서 자기 새끼들에게만 암호를 가르친다. 생존엔 그다지 필요 없는 장식품 등을 이용해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조류들의 모습에선 인간 문명이 꽃피운 예술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