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28분, 서울의 번화가.
낮의 분주함은 사라졌지만, 거리는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노래방 간판 아래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지하 계단을 오르는 미니스커트의 한명의 여자가 있다.
노래방 도우미이겠지
혼자 나오는걸 보니 손님에게 뺀찌를 맞았나보다.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핸드폰 통화가 끝나자마자
검정색 스타리아가 멈추고, 그녀를 태운 채 떠난다.
건너편엔 빈 택시들.
택시에서 내린 노년의 기사는 가볍게 체조를 하며 몸을 푼다.
이 시간엔 손님도 없는데 마냥 돌아다녀봐야 기름만 버리지
지금은 번화가에 세워놓고 저렇게 몸을 풀면서 체조나 하는게
맞는일이지
횡단보도 위를 비틀거리며 걷는 청년.
어디서 얼큰히 마신지는 몰라도..뭐가 고민인지는 몰라도
어느 드라마에서 그랬지
살민 살아진다.
그리고,
그 모든 풍경 속엔 누가봐도 배나온 아저씨인
중년의 '내'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