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나님 이라면 -

 

내가 하나님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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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하나님이라면

말없이 쳐다만 보지 않았을 것을

내가 하나님이라면

말없이 눈물만 흘리지 않았을 것을

내가 하나님이라면

슬픔의 기억을 가진 비가 내리게 하지는 않았을 것을

내가 하나님이라면

눈을 감고 저 광활한

우주 끝까지 일렁이는 행복의 파도를 맛보았으리라

 

2. 나에게 귓속말로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녀

번쩍이는 두 눈으로

나와함께 훌라춤을 추던 그녀

나도 모르는 사이

흩날리는 벚꽃이 되어

만질 수 있는 공기마저

깨끗하게 해 주었네

그녀와 함께라면

저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아도

눈이 멀지 않으리

그녀와 함께라면

우주한복판에서 눈을 감고 있어도

평안하리

 

3. 비둘기처럼 내게 날아와

아름다운 소설이 되었네

그녀는 사로잡힌 자

그녀는 내 옆에 앉아있는 꽃

나의 눈물을 주었는데도

만질 수조차 없구나

지하철을 타고

나를 만나러 오는 그녀

알 수 없는 벽에 가로막혀

다시 돌아가는구나

나의 우주 안에 살고 있는 그녀

맨소래담로션 바르고

좀비들 가득한 세상에서

나의 집에 찾아와

TV를 보고 있네


4. 그대여

그대는 왜 이 척박한 지구에서 태어나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놓는가


그대여

그대는 왜 눈물뿐인

이 지구에서 선함을

이루어가는가

 

그대여

그대는 왜 화석연료를 불태워

하늘을 날고자하는가

 

5. 무인도에 갇혀 살고 있는

어느 날

파도에 휩쓸려

스스로 찾아온 물병하나

생명의 물 담아 마시고는

버리려 하였는데

왠지 모르게 불쌍하다

곁에 두었더니

반갑게 인사하네

 

6. 소가 늑대를 바라보며

음메~하고 토끼에게 말했다.

모든 남자는 다 똑같다고

시간이 흐른 뒤

하늘나라에 간 소가

토끼를 바라보며

음메~하고 말했다

평생동안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가

저기 있구나

 

7. 그도 나도 멸망과

함께 살았으나

그는 저주가 되었고

나는 하나님의 말씀이

되었노라

 

 

8. 내가 원하노라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9. 어둠은 진심으로 말하는

첫 사람을 만났고

저 하늘에서 어둠을

춤추게 만들더니

피의 굶주림마저

사랑의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생명의 꽃이 되었다.

 

10. 푸른 잔디밭 위에 누워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 헤아릴 수 없는 깊이에

동화되어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잔디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일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로 했다.

 

11. 그녀는 빛과 하나였으나

버스 안에서 나의 눈물이 되었고

나조차 알지 못했던 그날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최선을 다해주었네

비둘기 한 마리가 내게 와서

인사하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클래식 기타하나를 꺼내들고

모두가 꿈꾸었으나 금기시 여겼던

내 안의 또 다른 빛

최초의 비행기는 날아올랐다

 

12. 그는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변해버린 나에게

비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아버지의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암석처럼 아무 말 못하고 있는

나의 손을 잡고 불타고 있는

행성 위를 날고 있었다

쳐다보는 음성으로

이미 세상엔 눈이 오고 있었으나

나는 또 다른 우주를 향해

그를 닮은 직감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13. 어느덧 눈물로 변해버린 세상

쳐다보는 눈으로 연구하던 나는

문득 책상 한구석에 있는

이쑤시개 하나를 집어 들고는

기적처럼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거부할 수 없는 나에게 그는

첫 사랑의 얼굴로 다가왔고

기적은 현실이 되었다

 

14. 추운 겨울날 밤

나 홀로 밤하늘을 바라본다

어둡다 춥다 외롭다

나의 상념만이 흐르고 있구나

행복하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15. 지하철 안

태초의 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

나도 앉아있네

그는 나의 빛을

사랑하는 자

그는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자

나는 그와 함께 평범하게

지하철 밖으로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