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룰루랄라룰루랄라입니다.

항공게시판을 읽다보니 비행기 공포증에 대해 말씀주신 분이 있으셔서 혹시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았던건
제가 8살 때인 쌍팔년도 1988년이었습니다.

그 때는 비행기 타는 것이 너무 설레였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에 떨어지면
손오공처럼 구름을 탈 수 있지 않을까?
폭신폭신 하지 않을까?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암튼 그 때는 비행기를 잘 탔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SBS에서 일요일엔가 귀신특급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때 충격으로 보았던 것이 엘레베이터에 조그만 창이 있는데 엘레베이터가 올라가면서 그창에 귀신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놀랐고 뇌리에 잊혀지지 않네요.

그 프로를 보고 얼마 지나서 친구집에 갔는데
친구네 엘리베이터가 그 창으로 생긴 것이었습니다.

저녁 오밤중에 19층에서 무서워서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아마 이 때부터 엘리베이터 공포증,폐쇄 공포증이 약하게 시작된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친구를 만난다고 대구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별 감흥없이 이륙을 했는데 마침 오른쪽 창가에 바로 비행기 날개가 있는 좌석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 날개가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렸습니다.
그 때부터 폐쇄공포증과 함께 비행기가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비행 공포증이 생겼습니다.

그 후로 비행기 타는 것이 너무 싫어서

24살이 된 2004년까지 비행기를 타지 않았습니다.

25살 때, 부모님과 누나 저 넷이서 태국으로 여행을 갔는데요. 비행기 날개가 보기가 싫어서 중간 좌석에 앉아서 갔습니다.

날개를 보지 않았음에도 손에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약한 에어터뷸런스를 만났는데
심장이 요동을 치고 식은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옆에 누나를 보니 너무나 쿨하게 잡지를 보길래
오히려 제가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 제주도도 몇 번 가고 갈 때마다
비행 공포증으로 불안했습니다.

비행 공포증이 사라지게 된 것은
약간 특별한 일 때문이었습니다.

2008년 28살 적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연차를 모아서 호주에 8일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휴가 바로 전 날 회식을 했는데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 큰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이 자포자기한 상태로 비행기를 탔고
마음을 비우고 타니 비행공포증이 사라졌습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
제 경우,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프랑스,일본,미국등
휴양차,출장차 자주 갑니다.

그래도 이,착륙시에는 약간씩 떨리기는 하네요.

비행기 사고나면 어쩌지?
그냥 깔끔히 죽지 뭐.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비행기를
타니 폐쇄 공포증도 비행 공포증도 조금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17년엔가 미국으로 출장겸 나홀로 휴양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도쿄를 지나 시애틀로 가는 태평양에서 갑자기
엄청난 터뷸런스를 만났습니다.

델타항공이었는데,도쿄에서 한 2-3시간 정도 지났나
태평양인가 한복판에서 식사를 나눠주는 도중에 난기류를 만났습니다.

덜컹덜컹 흔들리더니
갑자기 급강하. 하늘에 붕 뜨는 자유낙하에 음식물은 전부 뒤집어 지고 사람들 오마이 갓.하고
저는 딱 급강하하는데 대부분 사람들도
아. 이게 죽는거구나 이런 느낌

안녕 여보,사랑하는 딸,아들 기도를 했습니다.

더욱이 공포심이 배가 되었던 것은
나이 4-50의 연륜있는 스튜어디스가 시트잡고
당황하던 모습.
생에 처음 느낀 표정. 그 표정을 보니
아.죽는거구나....

마음을 비웠습니다.

심한 난기류가 계속되었고 한 30분 넘게 요동을 쳤습니다.
그 후 약간은 잠잠하였지만 가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공포심이 생기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뭐 죽으면 되지 하고 마음을 비우니 편하네요.

대신에 그 후 미국 갈 때는 태평양쪽으로 절대 안갑니다.
올해 1월말부터 2월말까지 한달간 가족끼리 세계일주를 했습니다.

아이들이야 워낙에 어릴적부터 일본,홍콩,제주도등 잘 다녀서 비행기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저도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제는 한번씩 비행기타고 싶을 정도로 증세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한달간 비행기만 10번 탔습니다.

카자흐스탄-프랑스 파리-미국 뉴욕-러시아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톡-홍콩-한국 코스였는데 태평양은 무조건 거릅니다.

와이프하고 난기류 이야기 하다가
태평양 이야기를 했는데 유튜브에 한국 스튜어디스가 말한 최고의 난기류 경험을 말하면서 한국-미국 서부 구간에 태평양을 이야기 하셔서 봐. 내 말이 맞지? 하고 이야기 했습니다.

(번외로,
* 러시아에 착륙하면 다들 박수,환호성을 치는 풍습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 세계 곳곳에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들이 있습니다.함부로 욕을 하거나 이야기 하면 안된다고 느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 보스톡에서 홍콩으로 가는 편에 옆에 러시아 여자가 탔는데 직업이 뭔지는 모르지만 제가 살면서 봤던 여자중 제일 예뻤습니다. 친한 동생이 38살인데 아직 결혼을 안가서 블라디보스톡 여행하라고 추천했습니다.
*비행기가 크고 신형이면 덜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 선택시 기종등을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고이력이 없는 항공사를 산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캐세이패시픽,델타,콴타스,에어 프랑스,아에로플로트등 큰 항공사,정비 잘하는 항공사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청천난류등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경험해보면 이론적으로 안전하니 이런 이야기 하기는 힘들 듯 합니다.
태평양 항공코스가 난기류가 센 편이니 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뉴욕에 협력업체 사장님의 아내가 올 10월에 한국에 오는데 저처럼 비행공포증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취미가 여행인데 외국만 수백여 나라를 갔으니 비행기에서 수많은 것을 겪었을 거라 생각해보는데, 제가 주제 넘지만 태평양으로 오지 말고 유럽쪽으로 돌아오라고 추천드렸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참고는 될 듯 합니다.)

난기류를 겪어도
그냥 죽으면 되지 하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니
폐쇄 공포증,비행 공포증이 사라진 이야기를 드립니다.

이건 저만의 경험이라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