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소나무의 엇갈린 운명 (김영애 or 고현정)

 

 

1. 김영애 소나무

 

참토원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배우 김영애.

그녀는 모래시계에서 주인공 태수(최민수, 아역 김정현)의 어머니로 분하였다.

 

태수의 아버지가 되는 그녀의 남편은 6·25전쟁 직후

지리산 일대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하다 나중에 붙들려가 목숨을 잃었으며 

그 후 그녀는 유복자 태수를 낳아 홀로 뒷바라지하게 된다.

 

돈벌이를 위해 요정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이 행하는 몹쓸 꼴도 한점마다않는 태수의 어머니.

 

하지만 빨치산 일가라는 사회적 낙인에 부딪혀 

출세의 꿈을 좌절당하던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좌절하고 낙담하던 그녀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술에 취해 정신을 잃다

기차역에 진입하는 열차에 받쳐 한많은 생을 마감한다.

 

 

그녀가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찍은 곳은 압록역이다.

압록역에서 그녀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자리에 주저앉을때

그늘이 되어주던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가리켜 김영애 소나무라 부른다.

 

하지만 압록역도 김영애 소나무도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영애 소나무는 전라선 직선화 공사 과정에서 고사당했다고 전해지며

후에 비슷한 형태의 나무를 다시 심어놓았다고만 전해진다.

 

압록역은 전라선의 직선화와 ktx 운행으로 여객은 더이상 받지 않고 있기에,

압록역에서 김영애 소나무를 찾더라도 

역무원의 협조 없이는 밖에서 쳐다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2. 고현정 소나무

 

고현정은 현역으로도 활동 중인 베테랑 배우이다.

하지만 고현정은 당시 삼성가의 정용진(현재의 신세계 부회장)과 혼인을 앞두고 있어

배우로서는 마지막 활동이라고 언급해 왔었다.

 

학생운동을 하다 어느 어촌으로 피신한 혜린이란 여대생.

그 어촌의 어느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고 떠나려는 차,

해변가의 한적한 기차역에서 어떤 여성의 밀고로 인해 경찰에 붙들려간다.

 

그 때 그 기차역에서 그녀가 발걸음을 하고, 붙들려가는 모습까지 지켜본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으니,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고현정 소나무라고 한다.

 

촬영지는 정동진역이며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바닷가에 바로 붙어있는 역이라고 전해진다.

태백 영동선 열차가 다니는 길목에 위치해있던 당시의 정동진역은 광공업의 쇠퇴로 존폐의 위기에 몰려있었는데

모래시계의 아리따운 여대생 혜린의 발자취 하나로 인해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지로서 호황을 누리게 된다.

 

특히 모래시계가 방영된 때는 새천년을 앞둔 시기였던만큼 새해 해돋이를 맞이하는 중요한 관광명소로서

정동진역의 입지는 더욱 굳혀져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한 여인의 죽음, 한 여인의 삶 그리고 소나무를 바라보며...

 

김영애는 슬픔 속에 죽어갔고, 고현정은 아픔을 겪지만 살아남았다.

 

비록 배우들의 실제 삶이 아닌 드라마 속의 실제 삶과 죽음이라지만

 

살아남은 이가 발자취를 남긴 곳은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조명받고 있는데 반해,  

 

죽어가는 이가 발자취를 남긴 곳은 잊혀져가는 아이러니함.

 

어쩌면 이것도 세상의 이치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