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재들

미리 말하지만 난 보배드림이란 사이트를 이용하던 유저가 아니에요. 타 사이트 하다가 이번 선거 전후로 20대가 대체 왜 국힘을 찍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단 말들이 많아서 민주당 지지층 사이트 여러개 돌아보다가 이렇게 글 써봐요. 얼핏 아재들끼리 분석하는걸 봤는데 아무도 이 관점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는것 같길래 아재들이랑 전혀 다른 시각을 지닌 국힘 지지자가 대체 왜 민주당을 안 찍고 국힘을 뽑아줬는지 써보려 해요. 음슴체만 쓰던 사이트에서 온거라 온라인 존대가 익숙치 않으니 그 점은 양해 바라요.

 

내가 이번에 국힘으로 돌아선 이유는 크게 3가지에요.

 

 우선 첫째가 민주당 지지층의 막말이에요. 선거운동 기간 지켜보니 참 가관이더라고요. 말해두지만 난 원래 민주당 지지층이었다가 안보와 페미니즘 관련 이슈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돌아섰어요. 원래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인원이란 얘기에요. 알다시피 이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촛불집회 이후로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받으며 집권한 세력이에요. 누구보다 많은 국민이 지지한, 역대 최고의 정당성을 지닌 집권세력이란 뜻이에요. 지금 국힘을 찍은 세력중 상당수가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져준 인원들이었죠. 그런데 한때 자신들을 지지했던 인원들에 대한 민주당의 시선은 어떠했죠? '현 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도는 부족한 교육 탓.' '20대는 역사 경험치가 낮기 때문' '20대 청년들은 외로워서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것' '오세훈 후보의 차량에 올라타 연설을 한 지지자들 얼굴 기억해둬라. 멀쩡할 기업도 망하게 할 바보들. 면접 보러 오면 떨어뜨려라.'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어요. 국민의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란 작자들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을 얕잡아보고 깎아내리고 비방한다고요? 내가 볼 땐 저 인간들 제정신이 아니에요. 금뱃지 달 자격이 없는 인간들이에요. 현 2030대 청년들은 지난 촛불집회 당시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한, 누구보다 든든한 민주당의 지지세력이었어요. 난 추운 밤에 나가기 싫다는 기숙사 룸메들, 대학 동기들 아득바득 붙잡고 끌고 나가서 촛불들고 몇시간씩 하야하라 외치던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건 20대는 역사 경험치가 낮다는 비방이네요. 그럼 내가 겪었던 촛불집회는 대체 뭐죠? 이건 역사가 아닌가요? 민주당은 이젠 자기들이 집권하게 된 배경조차 부정하네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국민들이 주도해서 대통령을 갈아치운 최초의 비폭력 민주주의 운동이 역사가 아니라고요? 내가 몇날며칠씩 친구들 데리고 몇시간씩 목이 터져라 외친 그 시간들이 역사가 아니에요? 서방 어느 선진국을 찾아보아도 유래가 없던 민주주의 운동을 부정하네요.

 자신들에게 권력을 쥐여준 지지세력을 부정하는 민주당에게 더이상 어느 누가 표를 던져주고 싶겠어요? 권력 붙잡고나니 헌신짝처럼 내버리는데. 솔직히 말해볼까요? 나도 지난 대선, 총선 민주당에게 전부 다 몰아줬어요. 집권세력이란 인간들이 어디서 굴러들어온지도 모르는 무당 하나, 대통령 자격도 없는 사람 하나랑 붙어먹고 나라를 쥐락펴락 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을만치 역겨워서요. 그런데 돌아오는건 이런 멸시에 찬 시선뿐이네요. 배신감이란 말도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뭣같아서 더이상 저들을 지지하기가 싫어요.

 

 두번째는 안보 문제에요. 선거 1주일전에 천안함 폭침사건을 재조사 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욕밖에 안 나왔어요. 심지어 해당 조사를 주관하는 기관이 대통령 직속기관이었다네요. 이게 나라를 위해 몸바쳐 싸운 장병들에 대한 대우인가요?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겠다고 취임 당시 연설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싸우다 죽은 장병들을 이렇게 대우하다뇨.

 현 20, 30대 말이죠. 학생시기에, 현역시기에 누구보다 많은 안보 관련 이슈를 겪으면서 자란 시대에요. 천안함 폭침, DMZ 목함지뢰, 연평도 포격, 서부전선 포격까지 학생때 전부 겪으면서 자랐어요. 정말로 휴전이 깨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군대에 있던 사람들도 많고, 그 상황을 수도 없이 보고 들었어요. 군대에선 해당 자료들을 바탕으로 안보교육을 실시했고요. 우리한텐 누구보다 직접 피부로 와닿는 안보 문제에요. 해당 시기에 전쟁이 났다면 직접 나가서 싸웠을 사람들이고, 또 자아 정체성 형성 시기에 그 일들을 겪은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이번 정권 들어서 군인에 대한 처우가 정말 역대급이네요. 천안함 폭침 사건은 이미 각국 군사 전문가들의 합동 조사 끝에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결론이 내려졌죠. 그걸 굳이 다시 파헤치겠다는 저의가 대체 뭐죠? 국가를 위해 서해바다를 지키다 죽은 장병들의 명예를 훼손한거에요. 그들의 시체에 침을 뱉은거라고요. 가장 창창한 시기인 20대를 국가를 위해 희생하며 몸바쳐 일한 사람들의 명예를 더럽혔어요.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네요. 이게 국군장병에 대한 예의인가요?

 취임 2년차 서해 수호의날 행사엔 어째서 불참한건가요. 지방경제투어가 죽은 장병들에 대한 예의보다 중요한 일이에요?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장병들에 대한 조의와 감사보다? 3년차 행사에선 북한의 도발 책임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죠. 4년차 행사에선 선거 2주 전이라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며 참석 인원을 제한하겠다 하고요.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 그래요, 병역의 의무가 항상 숭고한 희생이라고 그들은 말하죠. 그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자리보다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가요? 심지어 더민주 당대표 직무대행이란 사람은 와서 졸고 있더군요.

 난 이 일련의 논란을 보고 전쟁이 나면 이 나라를 위해 싸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전쟁나면 그냥 우리 부모님 모시고 도망칠거에요. 이 나라를 위해 싸우기 싫어요. 내가 전쟁에 나가 싸우다 죽어도 저들은 나에 대한 경의와 예의를 표하지 않을테니까요. 개죽음이니까요. 내 명예를 더럽힐테니까요. 어느 누가 이런 나라를 위해 싸우겠어요? 지금 군대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내 후배 용사들이 정말 안타까워요. 그들의 '숭고한 희생'도 아무런 존중을 받지 못할테니까요.

 

 세번째는 페미니즘 이슈에요. 그들은 집권 초기부터 꾸준히 남성의 몫을 떼어다 여성에게 주었죠. 이것부터가 어이가 없던데요. 여성에게 불리한, 그래요 뭐 정말로 불리한지 여부는 제쳐두고서 말해보죠.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일이라고 말했죠. 근데 그 사회구조를 구성한게 현 2030남성이던가요? 기성세대가 아니라? 피해는 저 윗 세대 어르신들이 끼쳤는데 왜 그로 인한 희생은 우리에게 돌리죠? 정말로 여성들의 인권을 위한다면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들을 보았어야죠. 우리에게 화살을 돌리질 말았어야죠. 여성할당제는 대체 왜 남성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으로만 도입하죠? 게다가 정작 자기들의 파이가 줄어드는 국회 내부 여성의원 할당제는 '강한 여성' 운운하며 극구 반대하네요. 결국 저거 무산되었어요. 자기들에게 피해 없는 공무원이나 교수 내부 여성할당제는 잘만 통과시키더니.

 남성들이요, 20대의 2년을 군대에서 보내요. 그 2년이 어떤 2년인지 알아요? 한참 대학교에서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할 2년이에요. 이 2년으로 인해 취업이 2년이 늦어져요. 취업 후 적금이 2년분이 차이가 나고요. 호봉도 여성에 비해 2년이 늦게 올라가죠. 진급도 2년이 늦춰지네요. 결과적으로 여성보다 경제활동 기간이 2년이 적어지고요. 남성의 경제력은 날이 갈수록 여성에 비해 낮아지는데 사회는 여전히 남성에게 보다 높은 경제력을 요구하네요.

 아재들요, 아재들이 주변에서 만나는 아재들 나이대의 여자들과 우리가 만나는 2030대 여자들은 달라요. 아예 다른 생물이에요. 분명히 말할게요. 아재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현 2030이 직면하는 페미이슈는 훨씬 심각해요. 아재들이 어떤 상상을 하던 그것보다 심각하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당장 아재들 밖에 나가서 아무 20대 남자나 붙잡고 '여자들도 당한게 있으니 그럴 것 아니냐. 너도 페미니즘을 받아들여야 한다.' 말하면 싸대기 맞을거에요. 우리에게 지금 페미 이슈는 생존의 문제에요.

 지금 아재들 나이대의 남성들은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 꾸리고 이쁜 아들딸 낳아서 오순도순 살고있겠죠. 우린 그런 밝은 미래를 아예 꿈꾸질 못해요. 윤지선 한남충 논문사건 들어봤어요? 한국 남성보고 벌레래요. 그런게 학술 논문이랍시고 버젓이 등재가 되는 사회에요. 그걸 용인해주는게 지금 정부고 사회 기조에요. 연애, 결혼, 출산은 아직도 남성들이 키를 쥐고 있는데 우린 여자가 무서워요. 전부 다 지뢰밭이고 말 한마디 잘못해도, 옷깃만 스쳐도 감옥에 끌려가는 세상이거든요. 아재들이야 뭐 이혼하고 재산좀 뺐기고 끝나겠죠? 우린 사회생활 시작도 전에 감옥 찍고 시작해야돼요. 누구나 들어서 '아, 쟤가 잘못했네. 잘못 할 만 했네.' 하면 말이 안 나오죠.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인생이 끝장나니 온 세대가 분노에 가득찬거에요. 여성의 거짓말을 공권력이 옹호하고 있어요. 국가 이성이 감수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요.

 지금 성범죄 재판 증거가 필요 없어요. 안 믿기죠? 진짜에요. 유죄추정 정도가 아니에요.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라고 해도,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정황 증거가 있어도 유죄에요. 고문만 안 했다 뿐이지 독재정권 시절 무고한 사람들 잡아 가두던거랑 똑같아요. 증거가 필요 없으니 고문을 안하죠. 증거 필요하면 고문이라도 했겠네요, 요즘 돌아가는 꼬라지 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주변에서 보고 듣고 뉴스로 보고있으니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거에요. 천운이 따라서 무죄판결이 나도 난 이미 성범죄자로 온 주변에 낙인이 찍혀있어요. 무죄 판결 나면 뭐합니까, 이미 인생 끝장나있는데. 그렇다고 무고죄로 상대 여성 잡아 넣지도 못해요. 사법부가 입증을 안 해주거든. 

 이 모든 젠더갈등을 국가가 부추기고 있어요. 지금 2030 젠더갈등은 남자가 여자를 깔본다던가 그런게 절대 아니에요. 현 정부 들어서 꾸준히 물밑에서 쌓여오던 분노가 터져나온거지. 이번엔 또 더민주에서 젠더감수성 강의를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확대시키겠다는 법안 발의하더네요? 이젠 하다하다 한글 갓 뗀 애들한테까지 젠더갈등 부추기려고요? 그런데 정작 지들 당에서 터져나온 성추문에는 '피해호소인' 이라는 말이나 하고 앉아있고. 여성과 자신들의 성범죄엔 한없이 관대하면서 우리에겐 서슬퍼런 칼날만을 들이대네요.

 

 다 읽어보셨는진 모르겠지만 더이상 우리한테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 힘을 뽑냐'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 힘을 뽑을만큼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싫은거에요. 아니, 싫은게 아니에요. 뭐같은거에요. 더러운 내로남불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과 자신의 지지층에 대한 멸시와 내 20대 청춘을 가져가놓고 최소한의 예의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이 정말 뭣같아서 그러는거에요. 알페스 이슈 들어봤어요? 설명해드리기엔 글이 너무 길어지니 검색해보셔요. 그 사건에서 2030 남성의 목소리를 들어준 국회의원이 하태경 단 한 사람뿐이에요. 300명중 단 한명이요. 난 그게 너무 고마워서 이번에 국힘 뽑아줬어요. 우리의 생존에 귀를 기울여줬거든요.

 난 위의 세가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더이상 더민주 편 들어줄 생각 없어요. 국힘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절대 더이상 더민주 지지하지 않을거에요. 국힘이 좋은게 아니라 더민주가 싫거든요. 저들을 견제할 세력에 힘을 실어줄거거든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내 생존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