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1일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는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죄가 안 된다”는 감찰기록이 과연 임의로 삭제됐었는지부터 비중 있게 따져졌다. 감찰위원들은 삭제 사실을 폭로했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에게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이 검사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있는 자리에서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답했다.

감찰위원들은 이 검사에게 다른 관계자 없이 홀로 진술을 해도 좋다고 안내했지만, 이 검사는 오히려 박 담당관과의 ‘대질’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법리검토 결과가 윤 총장의 직권남용죄 불성립이었으며, 이 기록의 삭제가 명백히 본인의 의사에 반해 박 담당관 지시로 이뤄졌음을 차분히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국민일보 12월 1일자 2면 참조). 해당 기록은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윤 총장을 수사의뢰한 내용과 모순되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수사의뢰 이후인 27일 오후에 빠졌다는 게 이 검사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위원들은 윤 총장 감찰 및 수사의뢰 과정에서 적법한 보고와 승인 절차가 거쳐졌는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윤 총장 수사참고자료 전달, 수사의뢰 등 중요 의사결정 과정마다 배제됐다는 논란(국민일보 12월 1일자 2면 참조)에 대해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류 감찰관은 “11월 초부터 보고받은 것이 없다”며 이른바 ‘패싱’이 사실임을 감찰위원들 앞에서 확인했다. 박 담당관은 “보안이 필요했다”고 맞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류 감찰관과 박 담당관 사이에 “사과하시라”는 말이 오갔고, 감찰위원들은 같은 당사자 격인 법무부 관계자끼리 언쟁하는 장면에 놀랐다고 한다. 박 담당관이 “지시에 따라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연루됐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감찰위 전 과정은 속기록이 작성됐고 녹취도 이뤄졌다. 류 감찰관은 감찰위 종료 후 기자들에게 “의견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 감찰 과정에서의 여러 비정상적 장면들이 확인되면서 감찰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위법 부당’ 의견을 모았다. 법무부에 대한 신뢰 문제도 만장일치 의견에 참고됐다. 법무부는 앞서 이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죄 안 된다’는 기록의 삭제 사실을 폭로하자 “삭제된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었다. 한 감찰위원은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보도가 이뤄진 것들을 토대로 상식적인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애초 감찰위 없이 바로 징계위원회 절차에 돌입하려다 류 감찰관, 일부 외부 감찰위원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날 감찰위 임시회의를 열었다. 감찰위원들은 아무런 자료도 받지 못한 채 회의에 참석했다. 한 감찰위원은 “(감찰위가 필요 없게 된) 규정 변경도, 징계위가 열리는 날짜도 몰랐다”며 회의 개최까지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일부 감찰위원은 토론에서 “절차뿐 아니라 윤 총장 직무배제, 수사의뢰의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감찰위 권고 사항을 충분히 참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다”며 감찰위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