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40% 발언', 친이-친박 전면전 가나? 2008년 01월 07일 (월) 11:45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 들어서며 '40% 총선 물갈이' 발언 논란에 대해 김무성 최고위원에게 해명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40% 물갈이' 발언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이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했으나, 당 지도부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해 박 전 대표측 대응이 주목된다.

'친 박근혜' 성향인 김무성·김학원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무총장의 발언을 꼬집어 "당 분열을 조장했다", "당헌을 벗어난 월권행위"라고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공천을) 잘 하겠다는데 자꾸 의심해서 너무 얘기하는 것도 정치공세"라며 되려 전 대표 측을 나무랐다.

[친박의 맹공] 김무성 "이 사무총장, 공천 발언으로 당 분열 조장"

7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지난 5일 보도된 이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공천 갈등 때문이었다.

친박 쪽 김무성 최고위원이 마음 먹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나라당은 민주정당이다. 그런데 당 주변에 당선인 측근 인사들이 공천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는 구체적 정보들이 들려오고 있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구태정치 악습인 1인지배 정당정치의 부활이고, 민주정당이 다시 사당으로 전락하는 민주정치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이방호 사무총장의 이름을 거론했다. 김 최고위원은 "공정한 당무를 집행해야 사무총장이 초월권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언함으로써 당 분열이 예고되고 있다"고 나무랐다.

이 사무총장은 김 최고위원을 잔뜩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이 사무총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 분열을 막는 길"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또한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도 공천과 관련해 더이상 개인의 의사나 힘으로 당헌·당규가 유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천 작업이 시작되도록 이 자리에서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역시 친박 성향인 김학원 최고위원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김 최고위원도 "이 사무총장의 발언은 월권행위"라며 최고위의 조치를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공천은 당헌상 최고위의 고유권한"이라며 "그런데 물갈이를 해야 한다, 영남쪽 의원들이나 다른 쪽 교체가 어때야 한다는 (이 사무총장의 발언이) 언론 보도되는 것은 당헌에 규정된 권한을 벗어난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김 최고위원은 "미리 '물갈이(비율)'를 결정해놓고 공천에 들어가는 것은 뭔가 의도적인 것이 개입됐다는 의심을 사게 한다"며 "최고위에서 이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의 '40% 총선 물갈이' 발언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 측 김무성 최고위원이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한 당무집행을 해야 할 사무총장께서 초월권적이고 극히 비민주적 내용의 발언을 함으로써 당 분열을 조장했다"고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이 읽어내려간 쪽지. [친이의 반격] 이방호 "특정 진영 물갈이 말한 사람 없다" 보도 내용 부인

두 최고위원의 발언에 이방호 사무총장이 가만 있을 수 없다는 듯 마이크를 자신 앞으로 끌어왔다.

이 사무총장은 "(일각에서) 공천 대학살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누구도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특히 특정 측에 대해 물갈이 운운하는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데 그런 계획을 갖고 말한 사람도 없고 출처도 없으니 오해 말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을 쓴 <조선일보> 보도를 들어서는 "기획된 기사"라고 주장하며 내용을 부인했다.

이 사무총장은 "과거 총선에서의 물갈이 비율을 얘기하다가, 상대기자가 '그럼 (물갈이 비율의) 중간은 40%쯤 되겠다'고 하기에, '무슨 40%냐, 쓸데없는 소리 말라. 사무총장으로서 나는 수치를 말하면 안된다'면서 재차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영남권 물갈이 비율과 관련해서도 "영남이 의원 비율이 높다보니 공천 교체율도 자연스럽게 높을 수밖에 없다는 과거 경험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이를 가지고 기자가 기획된 기사를 써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습 나선 당 대표] 강재섭 "자꾸 의심하는 것도 정치공세"

양쪽의 논박이 이어지자, 강재섭 대표가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강 대표는 사실상 이 사무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강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서로 선입관을 갖고 의심하고 공격하는 것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대표인 저는 굉장히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양쪽의 측근이란 사람들이 나서서 자꾸 얘기하는 것도 좀 힘있는 척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공천을) 잘 하겠다는데 자꾸 의심해서 너무 이야기 하는 것도 정치공세"라며 친박 진영을 비판했다. 또 그는 "사무총장이 오는 10일 총선기획단을 구성할 것이니 이제 공천 얘기는 그만하자"며 거듭 사태 무마에 나섰다.

이에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은 공천 절차가 잘 정착돼 정략적 밀실공천이 이뤄질 수 없다. 더 이상 공천 문제를 갖고 배후를 이야기 하거나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며 '친박' 진영에 자제를 촉구했다.

당 지도부에서 사실상 이 사무총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함에 따라 친박 쪽의 대응이 주목된다. 비공개 회의 뒤 나경원 대변인은 "이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한 최고위의 조치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징계는)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언론은 전날 박근혜 전 대표는 측근 의원들과 만나 이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으나 박 전 대표 측은 이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