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18 도청의 마지막 가두방송은 ‘가짜’를 위해 울리지 않았다

5·18 기동타격대장의 증언 “민형배후보가 말한 소년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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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캡쳐

 

60년 평생을 이 땅에서 나고 자란 노기자의 눈에 비친 2026년의 봄은, 80년 그해 오월보다 더 시리고 아프다. 광주 상무지구의 화려한 조명 아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이 열리던 날.

안에서는 '대전환'과 '호남의 한(恨) 해소'를 외치는 고위층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복도를 메웠지만, 밖에서는 경찰 소대 병력의 '채증 카메라'가 시민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사냥하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통합'의 민낯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주도 성장'의 새 길을 열자며 통합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 길을 닦는 과정은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 김영록 지사가 폭로한 '끊긴 전화 2,308건'은 단순한 기계적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호남이라는 거대 민심의 바다에서 민주당이 건져 올린 '기계적 배제'의 산물일것이다.

단 몇 표 차이로 운명이 갈리는 경선판에서 2,300여 명의 목소리가 공중분해 됐다. 중앙당은 '시스템 경선'이라는 차가운 방패 뒤에 숨어 "1회 재발신했으니 할 도리는 다했다"며 면피를 늘어놓는다. 6년 전 광주 광산을에서 박시종이 당하고 민형배가 웃었던 그 기괴한 '프레임의 승리'가, 이제는 호남 전체를 집어삼키는 "민심을 왜곡하는 '시스템의 함정' 원칙보다 '기술'이 승리하는 곳에 민주주의의 자리는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역사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다. 민형배 후보는 임문영 후보를 '80년 도청의 소년군'이라 추켜세웠다. 그러나 도청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5.18 기동타격대 동지회장의" 증언은 서늘하다. "그런 소년은 없었다." 민주화의 성지에서 오월의 피 울음을 선거용 '스토리텔링'으로 오염시키는 행태는, 이들이 과연 호남의 자존심을 대변할 자격이 있는지 묻게 하고있다.

이런 의혹을 해명하라는 시민들의 절규에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은 답은 '경찰 동원'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입틀막'을 그토록 비판하던 정청래 의원이, 광주 한복판에서 당원들의 입을 막고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풍경은 기괴한 데칼코마니다.

행사장에 입장하며 시위하는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민형후보의 뒷모습은 오만해 보였다.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 하나 내놓지 않은 채,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방해꾼' 취급하며 경찰의 벽 뒤로 숨는 모습에서 '시민주권정부'라는 구호는 한낱 농담처럼 들린다.

"정청래가 윤석열과 뭐가 다르냐"는 이주연 위원장의 사효(死孝) 같은 일갈은, 지금 민주당이 호남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증거일것이다.

기자인 내가 묻고 싶다. 누가 이 통합을 원했는가? RE100 산단이니 ESS 사업이니 하는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진짜 목적이 고작 '정치인들의 영토 확장'뿐이었단 말인가. 전남의 시군은 소멸을 걱정하고, 광주의 공무원들은 근무지 이전을 두려워하며, 교육계는 학군 붕괴를 우려한다. 정작 주권자인 320만 시도민의 동의는 '주민투표 없는 의회 의결'이라는 꼼수로 생략된 상황을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호남의 지지는 결코 '무조건적 맹종'이 아니었다. 우리가 힘들어도 핍박과 설움을 견디며 민주당을 밀어주었던 것은, 그것이 정의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 보여주는 오만함은 호남을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정치적 볼모'로 보는 멸시와 다름없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사발통문(沙鉢通文)이라 이름 붙인 선대위 구조가 우습다. 사발통문은 민초들이 압제에 저항하며 쓴 결의의 상징이지, 권력자가 경찰 뒤에 숨어 '원팀'을 강요할 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정청래 대표의 "내가 곧 민형배"라는 발언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시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지워졌다.

호남의 봄은 시리다. 2,308개의 침묵과 경찰의 채증 카메라 렌즈 사이로, 우리가 믿었던 민주주의가 흘러내리고 있다. 명칭이 '전남광주'면 어떻고 '광주전남'이면 어떠랴. 알맹이가 썩어 문드러진 통합은 결국 불신의 늪으로 침몰할 뿐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호남은 결코 당신들의 '닫힌 대관식'을 위해 존재하는 배경이 아니다. 결국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심정으로 시민을 속이며 '어차피 당선'이라는 오만함에 취해 있다면, 2026년의 이 시린 봄은 호남 독점의 종말을 고하는 장례식의 시작이자, 호남이 당신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될 것이다.

망월동 묘역의 바람이 차다. 오월의 영령들이 굽어보는 이 땅에서, 호남은 이제 당신들이 아닌 '우리'의 길을 묻기 시작했다. 당신들이 버린 2,308개의 목소리가 언젠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돌아올 때, 호남은 더 이상 당신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호남이 당신들에게 보내는 가장 슬프고도 단호한 마지막 작별 인사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