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유엔사령관의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우리 정부도 일부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는데 지금 안보문제에 있어 미국과 갈등 속에 있는데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휴전선 일부라도 북한군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인가?

국방부가 다음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는 유엔군사령관의 비무장지대(DMZ) 관할권을 우리 정부도 일부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DMZ 출입 승인권 행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부터 주장해 온 것이지만, 미국 측은 6·25 정전협정에 위배되고 남북 긴장 고조 시 관리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 장관이 지난 3월 국회 외통위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한·미 정부가 공개한 적 없던 ‘평북 구성’을 지목하자, 미국 정부는 이를 한·미 연합 비밀의 ‘누설’로 보고 지난달 초부터 한국에 대한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정보 공유 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간에 이견이 있었던 DMZ 관할권 문제를 재차 제기하는 데 대해 군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는 7일 “오는 12~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과 존 노 미국 전쟁부 인도태평양안보 차관보를 양측 수석대표로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KIDD는 한미 국방당국 간 차관보급 정례 회의체로, 여기서 이뤄지는 논의는 하반기 한미 국방장관 간에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의 토대가 된다.

국방부는 이번 KIDD 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연합 방위 태세 등 안보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들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 등 다른 현안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전협정 체결 후 남측 DMZ 출입은 유엔사가 통제해 왔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강·한정애 의원 등은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경우 통일부 장관도 DMZ 출입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 장관도 DMZ는 “영토 주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할 지역”이라며 그 처리를 요구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DMZ 관할권은 유엔사령관에게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해 12월 “정전협정이라는 법적 문서를 무력화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변경하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후에도 계속 이 문제가 제기되자, 유엔사는 지난 1월 언론 간담회를 열어 “만약 DMZ 내에서 사건이 발생해 (남북 간) 적대 행위가 재개된다면, 실패의 책임을 추궁받을 사람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고 유엔군사령관”이라며 DMZ법은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지난 2월 유엔사에 DMZ 내 일부 구역은 한국군(국방부)이 관할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전협정상 DMZ는 군사분계선(MDL) 남쪽과 북쪽에는 각각 2㎞ 폭으로 설정돼 있다. 

협정대로라면 우리 군의 철책과 일반전초(GOP)도 DMZ 외곽 남방한계선을 따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철책선이 DMZ 안에 들어가 있는데, 이런 구간 중 철책 남측 부분은 우리 군이 관할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취지의 논의를 KIDD에서도 이어 나가겠다는 것은 하반기에 열릴 한미 합참의장 간 한미군사위원회(MCM), 양국 장관 간 SCM에서도 이를 계속 제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유엔사를 통한 정전 관리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 관여하는 명분 중 하나”라며 “DMZ 관할권을 한국이 가져오겠다는 것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줄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동맹 균열이 드러난 시점에 정부가 국내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한 DMZ 관할권 문제를 제기하면 양국 관계를 풀어나가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번 KIDD를 통해 미국과 전작권 전환 시점도 조율할 계획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달 미 하원 군사위에 출석해 “2029회계연도 2분기(한국 기준 2029년 1분기) 이전까지 전작권 전환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전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2029년 1월 20일) 내에 전작권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늦어도 2028년까지는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KIDD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위한 기여를 재차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통행 지원 작전 ‘프로젝트 프리덤’은 미국·이란 간 협상 진전으로 중단됐지만, 미국이 이전에 다국적 안보 연합체를 만들자며 제안한 ‘해양 자유 구상’은 여전히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