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약 5000명의 철수를 명령 했다고 美 전쟁부가 밝혔다 주독미군 감축 검토 발언이 엄포가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으로 향후 유럽의 대서양동맹은 물론 주한미군 등이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의 약 5000명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미 전쟁부(국방부)가 1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감축 검토 발언이 ‘엄포’가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이어서, 향후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은 물론 주한미군 등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숀 파넬 전쟁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독일에서 약 5000명의 병력 철수를 명령했다”며 “이번 결정은 유럽 내 미군 태세에 대한 국방부의 철저한 검토에 따라 나온 것이며, (유럽) 전구 요구사항과 현지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철수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독일 주둔 미군을 감축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 주독미군은 지난해 12월 기준 3만6436명 규모로 주일미군(5만4000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냉전 시기 최대 40만 명이 주둔하다 지속적으로 줄었으나, 규모나 역할 면에서 여전히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다.
미군 핵심 전력인 유럽사령부(EUROCOM)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가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두고 있고,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유럽 미군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미국 발표대로 주독미군이 5000명 감출될 경우 전체 병력의 약 14%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번 철수 명령은 독일에 주둔하는 전투여단 1곳에 영향을 미치며, 철수하는 인력의 일부는 미국으로 일단 귀환한 뒤 다시 해외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본토 방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국방부의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한 조처라는 게 국방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라고 미국 CBS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축소 발언은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데 대한 보복으로 해석됐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은 전략이 없고,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완전히 무능했다”며 “이민과 에너지 문제 등 망가진 자국을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메르츠 총리의 언급이 “부적절하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역효과를 낳는 발언에 정당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독미군 감축 결정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협조하지 않은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작전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해 왔다.
독일에서 미군 일부가 철수하게 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럽 안보 지형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또 주한미군도 영향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의 주요 임무는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갖춰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 및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북한을 상대로 한 한국 방어에 기여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란 전쟁에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한 바 있고,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병력 숫자보다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미 국방부는 주독미군 감축 검토가 주한미군에도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잠재적 병력 태세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면서도 “주한미군은 여전히 억지력과 준비태세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 방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변함이 없으며, (한미)동맹은 한반도 안정을 계속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