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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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구글은 하나의 실험을 시작했다.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야심 찼다.


'사람보다 더 안전한 운전자'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 출발점은 '구글 X'라는 실험실이었고, 실험의 이름은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Google Self-Driving Car Project)였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최전선에 서 있던 구글은 당대 최고의 두뇌들을 불러 모았다.


2009년 구글 X 프로젝트에 참여한 렉서스 RX 450h 차량

사진 출처 : 웨이모 홈페이지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2005년 DARPA 그랜드 챌린지에서 우승한 스탠퍼드대의 세바스찬 스런, 로보틱스 전문가 크리스 엄슨, 라이다 센서 개발의 선구자 앤서니 레반도프스키 등이 그 중심에 있었다.


처음엔 기존 차량을 개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토요타 프리우스, 아우디 TT, 렉서스 RX 450h 같은 자동차에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 GPS, IMU(관성측정장치)를 달고 도로에 나섰다.


2009년 구글 X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진

사진 출처 : 웨이모 홈페이지


차량 상단의 라이다는 360도로 주변을 스캔하고, 카메라는 시각 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다. 레이더는 거리와 속도를 측정한다.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기기가 주변 환경을 인식해 그 공간의 지도를 작성하며 동시에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 기반의 위치추정, 머신러닝으로 학습된 객체 인식과 행동 예측, 규칙과 통계를 결합한 판단 로직이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핵심을 이뤘다.


2009년 구글 X 프로젝트에 참여한 프리우스 차량

사진 출처 : 웨이모 홈페이지


이 기술은 곧 실제 도로 위에서 검증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악명 높은 롬바드 스트리트, 골든게이트 브리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등에서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수만 ㎞를 주행하며 '무사고'라는 기록을 쌓았다.


이 실험은 단지 기술이 가능한지를 넘어서, 그 기술이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도전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2015년, 그 도전은 상징적 전환점을 맞는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각장애인 스티브 마한이 자율주행차 '파이어플라이'에 몸을 실었다.


이 차량에는 핸들도, 페달도, 운전대도 없었다. 버튼 하나로 출발하고, 정지 신호에 멈추며, 보행자를 인식해 양보하고, 도착지에 정확히 정차했다.


파이어플라이에 탑승한 시각장애인 스티브

사진 출처 : 웨이모 홈페이지


그가 탑승한 순간, 기술은 기계적 진보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넓히는 수단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만으로는 산업이 되지 않는다. 구글은 2016년, 자율주행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꾼다. 연구소 실험이었던 프로젝트는 독립회사 웨이모(Waymo)로 분사되며 상용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존 크래프칙 초대 CEO는 "이제 우리는 프로젝트가 아닌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웨이모는 곧 자율주행 산업의 상징이 된다.


2018년 12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이 상용화된다. 초기에는 제한된 고객 대상, 안전요원이 동승한 형태였지만, 2020년 이후 일반인이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게 됐고 일부 차량은 안전요원 없이도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웨이모는 2020년 기준 600여 대의 차량을 운용했으며, 이 중 300∼400대는 피닉스 지역에서 활약했다.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400만 건의 완전 자율주행 탑승이 이뤄졌고, 2025년 4월 현재 누적 탑승 건수는 500만 건을 넘어섰다.


주간 유료 탑승만 25만 건이 넘고, 주행 거리도 주간 100만 마일을 돌파했다. 웨이모 차량은 총 5천670만 마일을 주행하며 사람보다 더 나은 안전 기록을 만들어냈다.


보행자 부상은 92%, 자전거·오토바이 운전자 부상은 82%, 교차로 충돌은 96% 줄었다. 기술은 이제 통계로 신뢰를 입증하고 있었다.


물론 사고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1건씩 중대한 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교차로에서 적신호를 무시하고 진입한 사람 운전자의 차량과의 충돌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앙선을 넘은 차량이 연쇄 충돌을 일으켜 웨이모 차량에까지 영향을 준 경우였다.


두 사고 모두, 웨이모 차량은 정상적으로 자율주행 중이었다.


웨이모의 확장은 계속됐다. 2024년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실리콘밸리로 서비스를 확대했고, 2025년 현재 라스베이거스, 샌디에이고, 애틀랜타 등 10개 도시에 테스트를 확장했다.


2026년부터는 마이애미, 워싱턴DC 등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체 차량 수는 3천500대로 확대된다.


특히 올해 초에는 일본 도쿄에서 첫 해외 시험 운행도 시작됐다. 웨이모는 일본 최대 택시회사 니혼코츠, 택시 호출 앱 'GO'와 협업해 전기차 재규어 I-PACE 25대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택시 기사들이 직접 운전하며 교통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미나토, 신주쿠, 시부야 등 도쿄 중심 7개 구에서 자율주행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웨이모의 기술은 고령화 사회와 운전자 부족 문제를 겪는 일본에서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웨이모의 도쿄 시험운행 착공식

사진 출처 : 웨이모 홈페이지


이 흐름에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4년 10월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아이오닉5에 웨이모의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 부품 공급을 넘어, 모빌리티 생태계의 플랫폼 파트너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구글이 시작한 실험은 이제 도로 위의 일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람보다 더 안전한 운전자를 만들겠다는 상상은, 15년간의 꾸준한 실행을 통해 현실이 됐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한계를 넘어 공존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자율주행 연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ITS 아시아 태평양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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