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공간·주행·정숙성 모두 '합격점'…패밀리카로 흠 없으나 가격 부담
아이오닉9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맞아 '가성비' 소형 전기차 출시가 봇물이 터지듯 하는 요즘 현대자동차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온 가족의 이동을 책임지는 패밀리 SUV'라는 기치를 들고 나타난 아이오닉9이 내연기관차인 팰리세이드, 모하비처럼 전기차 업계의 '아빠차'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녹턴 그레이 메탈릭 색상의 아이오닉9 캘리그라피 트림을 처음 만났다.
아이오닉9 전면
[촬영 김보경]
한눈에 유선형 차체가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을 줬다. 현대차의 형제기업인 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이 박스형의 네모난 디자인이었던 것과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정면은 아이오닉 브랜드 디자인 특징인 파라메트릭 픽셀이 수평의 주간주행등(DRL)과 수직의 헤드램프를 촘촘히 메우고 있었다.
측면을 살펴보니 차량 후면으로 갈수록 완만해지는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보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디자인을 현대차는 '에어로스테틱'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디자인에 힘입어 아이오닉9은 대형 SUV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 계수(0.259)를 갖췄다.
이 밖에도 터빈 엔진에서 영감을 얻은 21인치 알로이 휠과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픽셀로 채워진 테일 램프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듯 통일감을 줬다.
아이오닉9 후면
[촬영 김보경]
실내로 들어가자 압도적인 공간감이 눈을 꽉 채웠다.
전장 5천60㎜, 휠베이스 3천130㎜, 전폭 1천980㎜, 전고 1천790㎜의 제원이 만들어낸 넓은 실내 공간은 '아빠차'가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옆에 키 190㎝가 넘는 동승자가 탑승했는데도 운전석은 좁다는 느낌보다 동승자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그 동승자의 헤드룸도 넉넉해 보였다.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3열까지 구현된 플랫 플로어가 이러한 공간감 구현에 큰 역할을 했다.
2열과 3열도 널찍했는데 자녀의 탑승을 고려해 실내 모서리 부문을 모두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한 세심함이 느껴졌다.
아이오닉9 실내
[촬영 김보경]
아이오닉9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큰 용량인 110.3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성능형 AWD 모델로 최고 출력 315kW(428마력), 최대토크는 700Nm(71.4kgf·m)의 동력성능을 갖췄고, 1회 충전 주행 거리 501㎞였다.
주행가능거리 452㎞를 확인하고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차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지면서 차체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어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몇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더니 차는 더욱 가볍게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전기차의 낮은 무게중심과 민첩한 핸들링 덕분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큰 차체의 이동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빠차로서 가장 중요한 성능인 승차감도 합격점이었다.
이전 현대차와 기아의 대형 SUV보다 서스펜션이 강화된 덕분이었는데 방지턱 등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과 진동이 바닥에서 바로 차단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숙성도 아이오닉9의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차는 노면 소음이나 바람 소리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동승자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실내가 조용했다.
풍절음 차단을 위해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강성 발포제, 휠 하우스의 삼중 구조 패드,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을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
아이오닉9 디지털 사이드미러
[촬영 김보경]
전기차 시승인 만큼 회생제동(감속 시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기로 하고 기착지인 양평 카페까지 왕복 100㎞ 넘는 거리를 오로지 '원페달 드라이빙'으로만 달렸다.
원페달 드라이빙이란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가속 페달 하나로만 차량을 움직이고 멈추는 운전법이다.
원페달 드라이빙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장점 말고도 액셀만으로 브레이크만큼의 제동력은 보장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9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브레이크를 누를 때와 같은 제동력이 발휘됐고, 앞차와 충분한 거리도 확보했다.
시승을 마치고 광진구 호텔을 돌아와 보니 100㎞가 넘는 거리를 달렸는데도 주행가능거리는 70㎞밖에 줄지 않았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의 전동화 기술이 집약된 전기 패밀리카임은 분명했지만, 평균 7천만원대의 실구매가는 여전히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9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vivid@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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