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도 강추위와 폭설이 예고되면서 차량 운행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많은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 화물차에도 본격적인 ‘월동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겨울철이 시작되는 12월 한 달간 보험사 긴급출동 이용 건수는 약 170만 건에 달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점프 서비스를 요청한다고 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배터리 내부의 화학 반응이 느려져 방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용차와 달리 화물차는 차량 특성상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되어 겨울철의 낮은 기온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겨울이 오기 전에 배터리 성능을 점검하고 필요시 충전하거나 신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배터리 터미널 부위의 오염 및 부식이 있다면 접촉 불량으로 인한 누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척이 필요하다. 배터리 소모가 큰 실내 히터 등 전기 장치 사용이 잦다면, 보조 배터리 추가 설치를 고려해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엔진 냉각수와 부동액은 엔진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관리가 소홀하면 엔진 과열이나 동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엔진 과열이 지속되면 엔진을 완전 수리하는 ‘보링’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엔진 보호와 겨울철 기온 급강하를 대비해 부동액과 냉각수는 5:5 비율로 혼합해야 하며, 희석이 필요 없는 ‘프리믹스’ 부동액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냉각수는 반드시 정제수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 생수나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 동파에 취약하고 냉각 라인에 부식이 생길 수 있다. 라디에이터(엔진에서 발생한 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시키는 냉각용 열교환기)와 서모스탯(엔진과 라디에이터 사이에 설치되어 냉각수의 온도를 감지하고, 냉각수의 적정 온도를 유지) 등 냉각 부품의 고장 여부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시 사전 정비를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연료필터는 연료에 포함된 수분이나 이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겨울철 낮은 기온에 응고된 연료나 필터 내 수분이 얼어붙으면 연료 공급 부족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1월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의 연료가 연료필터 안에서 얼어붙어 시동이 꺼졌고, 이로 인해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화물차의 연료필터는 외부에 노출되어 겨울철 기온에 더 민감하다. 연료필터의 교체 주기는 보통 4만~6만km를 권장하지만, 차량 상태나 주행 거리에 따라 자주 점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연료탱크에 잔여 연료가 적으면 응축수가 생기기 쉬우므로, 연료탱크에 연료를 가득 채우거나 최소 반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최근 디젤 차량은 연료필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분이 쌓일 경우 경고등을 점등하여 운전자에게 이를 경고하는데, 즉시 연료필터를 점검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아울러 연료탱크에 수분제거제나 동파방지제를 사용해 연료필터가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트랙터의 경우, 트레일러와 결합되는 제5륜의 상태에 따라 겨울철 주행성이 크게 달라진다.
주행 중에 쌓인 먼지나 모래가 윤활유와 섞여 겨울에 얼어붙으면 제5륜의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청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킹핀과 플레이트 상태를 점검하고, 잠금장치나 스프링의 마모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점검이 끝난 후에는 윤활유를 다시 도포해야 하고, 차량마다 윤활유의 규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차량의 사용설명서나 정비센터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주행 전 제5륜을 점검하는 것만으로 트레일러의 운반 과정이 수월해지고, 급제동 시 트레일러가 미끄러져 조향 능력이 상실되는 ‘잭나이프 현상(Jackknife)’ 을 예방할 수 있다.
차체와 도로가 유일하게 맞닿는 타이어는 생명줄과도 같다. 특히, 적재량이 많은 화물차는 타이어 상태에 따라 제동 성능이 크게 달라지므로 타이어에 대한 중요성이 더 막대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실험에 따르면, 시속 50km로 빙판길을 주행했을 때 화물차의 제동거리는 110m로 마른 노면(14.8m)보다 7.4배 증가했다.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화물차일수록 겨울철 운행에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겨울철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눈길이나 빙판길에선 규정 속도보다 천천히 주행하고, 급정거를 자제하며, 타이어에 스노우체인을 장착하는 방법이 있다.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윈터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더 부드럽고 탄력적인 소재의 고무로 구성되어 겨울철 제동력을 극대화했다. 타이어 표면(트레드)에 새겨진 홈과 무늬도 일반 타이어보다 더 깊고 복잡하게 설계되어 폭설 구간 등 다설지에서도 원할한 운행이 가능하다.
윈터 타이어 장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타이어의 트레드를 재생하는 리그루빙 기술을 활용해 겨울철 눈길 주행을 비롯한 노면이 젖은 환경에서 안전한 주행을 권장한다.
또한 기온이 낮아지면 타이어가 수축해서 공기압이 낮아지고 제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10% 정도 공기압을 높이는 게 좋다. 스노우 체인은 사용 전 설명법을 숙지해 유사시 바로 장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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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기자 junnypark@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