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 2024’ 취재 총평…“디젤트럭, 기죽지 않았다”]
친환경 트럭 시대 이미 왔다지만, “아직은 과도기”
친환경 전환기 분위기 속, 계속되는 디젤엔진 진화
개인 운송사업자 95% 국내, “디젤트럭은 지속된다”
차세대 엔진 플랫폼 D30 엔진이 장착된 만트럭 TGX 모습. D30은 트라톤 그룹 내 기술이 집약된 디젤 엔진이다.
“친환경의 새 시대가 온다!” 2년 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상용차 박람회 ‘IAA 2022’를 가득 메웠던 메시지다. 각 트럭 브랜드들은 월드 프리미어(World Primier)로 전기트럭을 앞다퉈 내놓았으며, 일부 브랜드는 ‘노 디젤(No Diesel)’을 슬로건으로 친환경 상용차로만 관람 부스를 채웠다.
하지만 올해 9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IAA 2024’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였다. 전기와 수소를 앞세운 친환경 트럭들 사이로 한층 더 진화한 디젤엔진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친환경으로의 급격한 전환을 외치던 제조사들은 이번에는 ‘한 템포’ 쉬어가는 모습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내연기관으로 평가받는 디젤엔진은 여전히 건재했다. 중대형 트럭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디젤트럭들은 검증 단계의 전기·수소트럭은 물론, 이제 막 포문을 연 친환경 기술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력한 성능과 개선된 효율로 자신들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시장이 선택한 것은 급진적 변화가 아닌, 현실적 진화였다.
뜨겁지만 여전히 갈 길 먼, 친환경 상용차
2년 전 ‘IAA 2022’ 박람회장은 친환경의 미래를 보여주는 쇼케이스였다. 전기트럭, 수소트럭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고, 트럭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2040년 이전 내연기관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볼보트럭은 2030년까지 판매량의 절반을, 2040년까지는 전체를 전기트럭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메르세데스-벤츠트럭과 스카니아, 만트럭버스, 이베코 역시 2040년까지 단계적인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박람회 현장에서는 아니었지만 현대자동차도 유럽과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2035년까지 100%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디젤트럭 대비 3배가량에 달하는 친환경 트럭의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주행거리는 글로벌은 물론 국내 물류 현장을 대체하진 못했다. 특히 24시간 가동되는 물류 현장에서 긴 충전 시간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충전 기반시설 구축도 큰 과제였다.
현재로서는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일부 대기업 물류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국내에서는 중대형 친환경 트럭 구매를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조차 없어 판매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한계는 친환경 트럭의 실제 판매량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화려한 홍보와 달리,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트럭의 판매량은 디젤트럭 판매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산 트럭 브랜드 관계자들은 일제히 ‘과도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2022 IAA 당시만 하더라도 부스 구석에 배치됐던 디젤 트럭이 부스 전면에 재배치됐다. 스카니아의 660S 디젤 모델.
디젤트럭의 반격, 기술 진화로 답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IAA 2024’에서 살펴본 디젤엔진은 놀라운 진화를 보여줬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만트럭버스와 스카니아가 선보인 차세대 엔진이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상용차 그룹 ‘트라톤(TRA TON)’은 그룹 내 기술력을 집약한 디젤엔진 플랫폼을 개발했다.
만트럭의 신형 D30 엔진이 대표적이다. 트라톤 그룹의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엔진은 ‘파워라이온(Powerlion)’ 파워트레인 시스템에 탑재되어 연비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각각 4% 개선했다. 스카니아 역시 같은 플랫폼으로 향후 발효될 배기가스 규제치인 ‘유로7(Euro 7)’을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람회 현장에서뿐만이 아니다. 각 브랜드들은 2015년 유로6 발효 이후 10년여 기간 동안 배기가스를 현저히 줄이면서도 출력은 20~50마력 이상 증가시키고 연비는 최대 10%까지 개선시키는 등 신규 엔진을 쉬지 않고 배출해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혁신이 앞으로 다가올 유로7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트럭 브랜드들은 2025~2026년경에는 유로7 대응을 위한 새로운 디젤엔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젤과 친환경 연료로 동시에 구동되는 이베코의 멀티 에너지 트럭.
개인 차주 위주 국내 화물업계, 디젤 영향력 더 커
국내 시장에서 디젤의 영향력은 더욱 뚜렷하다. 한 수입 트럭 브랜드 관계자는 “유럽은 트럭 브랜드들이 합작해 공동으로 충전 인프라(기반 시설)를 구축하고, 대규모 물류 운영이 가능한 환경에서 친환경 트럭을 도입하지만, 한국은 개인 차주가 95% 이상이라 상황이 매우 다르다”라며, “배기가스 규제 적용 시점에 따라 유로7까지는 따라갈 수 있겠지만, 친환경 전환은 수소트럭 일변도인 정부 정책에서 전기트럭으로의 지원 확대 없이는 사실상 어려운 수준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개인 사업자가 대부분인 국내 시장 특성상, 친환경 트럭으로의 전환은 큰 부담이다. 차량 가격은 물론, 충전소 접근성, 충전 시간, 운행 거리 등 모든 면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산업경제의 발판인 화물운송 부문에서는 디젤트럭의 수요가 205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의 지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그 이상까지도 디젤엔진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디젤엔진은 당분간 글로벌 물류의 중심축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업계는 향후 15~20년간 물류산업을 이끌어갈 ‘디젤엔진의 최종판’을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으로의 전환은 필연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디젤엔진의 진화는 여전히 강력한 물류 운송의 해법이자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것은 급진적인 변화가 아닌,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전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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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