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만트럭버스 본고장에서 체험한 ‘MAN hTGX’
520마력 H45 수소엔진, D38 디젤엔진 90% 활용한 설계
CO2 ‘제로’·NOx 75% 감축, 15분 충전 600km 주행 실현
`25년 200대 생산, 중장비 운송 등 다양한 분야 활용 기대
독일 만트럭버스 본사 인근에 위치한 'MAN 테스트트랙'에서 '2024 IAA'에서 최초 공개된 'MAN hTGX' 시승을 진행했다.
(독일 뮌헨, 정하용 기자) 독일의 9월 하순, 쌀쌀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뮌헨 도심을 벗어났다. 목적지는 만트럭버스 그룹 본사 옆에 위치한 MAN 테스트트랙.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나란히 서 있는 두 대의 트럭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노란색 ‘MAN TGX 520’ 디젤 트럭 옆에 서 있는 검은색 외관의 ‘MAN hTGX’ 수소연소엔진트럭(H2-ICE, 수소연소트럭)이었다. ‘2024 IAA’ 박람회 현장에 전시된 완성형 수소연소트럭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무심한 모습에서 테스트 차량 시승의 현장감이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트랙터 헤드(캡) 뒤편에 커다란 4개의 탱크가 눈에 띄었다. 확실히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이리라. 2024 IAA에 전시된 수소연소트럭 모델에서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소 탱크를 보호하는 캡 마감이 되어 있었지만, 테스트트랙에서 시승할 수 있었던 모델에서는 탱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테스트 중인 모델의 실험적 특성을 엿볼 수 있었다.
수소연소트럭은 기존 디젤 트럭과는 달리, 트랙터 캡 뒤쪽에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 4개가 달려있다.
운전석에 올라타니 익숙한 MAN TGX의 실내가 펼쳐졌다. 엔진 시동을 걸었다. 묵직하면서도 미세한 떨림, 그리고 낮게 깔리는 조용한 엔진음이 들렸다. 디젤 트럭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느낌.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점을 찾아내려는 기자의 움직임에 전문가는 지체 없이 수소연소트럭의 특징을 설명했다. 내가 탄 트럭이 디젤이 아닌 수소로 가동되는 트럭임을 비로소 인지한 순간이었다.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2024 IAA' 만트럭버스 부스에 전시된 MAN hTGX 모습. 진회색 캡 모습에 연두색 형광빛으로 포인트를 줬다. 헤드 뒷편 수소탱크를 보호하기 위해 캡을 분리 연장했다.
디젤을 잊게 한 520마력의 친환경 파워
이내 가속 페달에 발을 얹고 주행을 시작했다. 약 1.5km 길이의 테스트 트랙을 수 바퀴 돌며 수소연소트럭의 가속,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코너링을 반복하며 트럭의 성능을 체감했다. H45 수소연소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520마력에 달하는 파워는 MAN TGX 520 디젤 엔진의 힘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이는 기존 D38 디젤 엔진을 수소 연소용으로 개조하고, 성능을 보완한 결과다.
본격적인 수소연소트럭 시승 전, 수소연소트럭의 특징과 기존 TGX 520 과의 차이점을 교육받고 있다.
수소연소엔진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었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디젤 엔진에 액체 연료 대신 기체 수소를 분사하는 인젝션 시스템을 적용했다. 25~30bar의 낮은 압력으로 수소를 분사하고,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스파크 플러그를 사용해 점화한 뒤,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 사이클로 연료를 소각시키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람다(Lambda) 2.2'의 '린 번(Lean Burn)’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덧붙였다. 전문적인 용어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기존 엔진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주행 중 이미 익숙해진 ‘옵티뷰(OptiView)’ 시스템을 통해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각지대가 줄어들어 안전성이 향상되었고, 공기 저항 감소로 인한 연비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진동과 소음도 디젤 트럭보다 다소 적어 운전 피로도 감소에 실제 도움이 됐다.
(왼쪽부터) 수소연소엔진트럭(H2-ICE) MAN hTGX, MAN TGX 520
친환경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 잡다
주행 성능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자, 이내 수소연소트럭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이 궁금해졌다. 트럭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에 자연스레 따른 궁금증이었다. 만트럭버스 전문가에 따르면, 수소연소트럭은 CO2 배출이 전혀 없는 무공해(Zero Emision)을 실현하면서도,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디젤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SCR(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 시스템의 요소수 소모량도 디젤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운영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제성 측면에서 이 트럭은 여러 가지 강점을 지녔다. 우선 디젤 모델에 사용되는 부품을 90% 이상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트럭(FCEV)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또한 정비 면에서도 기존 디젤 트럭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어 추가적인 교육이나 장비 투자가 거의 필요 없다. 게다가 수소 가격이 디젤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도 장기적인 운영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수소연소엔진트럭(H2-ICE) MAN hTGX, MAN TGX 520
15분 충전 600km 주행, 현실이 된 친환경 미래
충전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56kg의 수소를 700bar(바) 고압 탱크에 완충하는 데 약 15분이 소요된다. 이는 대형 트럭에 디젤을 가득 주유하는 시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600km의 주행거리와 함께 고려하면, 장거리 운송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AN hTGX 수소연소트럭은 디젤 트럭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 이는 단순히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기술로 구현 가능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었다. 만트럭버스 그룹은 2025년에 초도물량 200대를 생산해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에 공급하고, 2028년까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트럭의 활용 범위도 넓다. 건설 작업, 탱크 운송, 목재 운송 등 중장비 운송은 물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수소 공급이 가능한 시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특수 축 구성이 필요하거나 프레임에 배터리 공간이 부족한 특수 운송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스트트랙을 벗어날 무렵, 어느덧 쌀쌀한 공기가 가시고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트럭의 검은 차체를 비추고 있었다. 유독 무더운 여름이 길었던 올해. MAN hTGX 수소연소트럭은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그 안에 담긴 기술력은 친환경 트럭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혁신적이었다. 이 트럭이 글로벌 물류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되어, 보다 깨끗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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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