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안전운임제 폐지했다 부활
2016년 보수정권에 의해 폐지됐으나
‘안전운임 재도입 필요하다’ 최종 결정
캐나다, 브라질도 안전운임 시행 중
지난 2월 호주 의회가 일명 ‘허점 폐쇄 법안(Closing loopholes bill)’을 통과 시켰다. 여기서 말하는 ‘허점’은 지금까지 화물 운송 노동자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 호주의 기존 근로기준법(공정근로법)의 한계를 의미한다.
허점 폐쇄 법안의 주된 내용은 화물 노동자의 운임을 비롯해 근로시간, 보험 등에 관한 최저 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는 운송 비용 등을 화주가 화물운송노동자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만약 이를 어기는 화주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화주에게 최저운임을 강제한다는 부분에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었던 안전운임제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나라 정부와 재계가 호주를 안전운임제 폐지 국가로 선전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호주 안전운임제, 폐지부터 부활까지
호주의 안전운임제는 뉴사우스웨일스주를 위주로 197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도입했으며, 2012년에 들어서야 호주연방정부가 본격적인 전국 차원의 안전운임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특별법 형태의 도로안전운임법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안전운임심사위원회를 거쳐 2016년까지 시행됐다. 그러나 같은 해 집권한 보수정권이 발의한 기습 폐기법안이 의회를 통과 하게 되면서 시행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폐지되고 말았다.
안전운임제의 폐지는 호주 화물노동자들의 반발로 이어졌고, 이는 “화주-운수사-화물노동자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바로잡자”라는 주장으로까지 확산됐다. 즉,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최저 운임을 강제하지 않으면 화주로부터 운수사는 비용절감 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노동자 운임삭감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연방정부로도 확산됐다. 지난 2022년 5월 노동당 소속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 차례에 걸친 운수노조와 운수업체, 화주, 정부 등이 모인 원탁회의에서 안전운임제의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올해 2월 다시 입법화됐다.
2016년 안전운임제 폐지 이후 시위하고 있는 호주의 화물차주들의 모습.
캐나다, 브라질도 안전운임제 시행 중
호주 외에도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최저운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에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주)가 밴쿠버 항만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최저운임제를 운영 중이다.
캐나다 항만운영규칙과 트럭운송법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 항만에서 화물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는 면허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면허를 관리하는 BC주 ‘컨테이너운송감독청(OBCCTC)’이 운임과 유류할증료를 결정한다. 다만 운송거리로만 최저 운임을 정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시간당 최저운임을 적용할 수도 있고, 운송 건수 당 최저 운임을 정할 수도 있다.
OBCCTC가 2020년 4월부터 적용한 최저운임 기준에 따르면 운수면허사업자와 계약하고 컨테이너를 운행하는 화물기사는 연간 총 근로시간이 2,340시간 이하인 경우 시간당 57.71 캐나다 달러(한화 약 5만 6,750원), 이상일 경우 시간당 59.03 캐나다 달러(한화 약 5만 8,050원)를 최저운임으로 받는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 운수사업자는 면허정지, 면허취소,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브라질의 경우에는 2018년 화물운송종사자 대파업 이후 최저운임법을 도입해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최저운임은 거리와 하역 비용 등에 따라 결정되며 브라질 ‘육로운송조합(ANTT)’이 고시를 담당하고 있다.
브라질의 최저운임법은 ▲일반화물 ▲벌크화물 ▲냉장화물 ▲위험화물 등 거의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 특징이며, 만약 최저운임보다 낮게 계약할 경우 화주는 실제 계약 운임 간 차액의 2배를 배상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안전운임제와 비슷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대부분 운전자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안전운임제처럼 최저운임을 정하더라도 국가 전체가 아닌 일부 주에 한해서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나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정답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운송업계의 선진화를 위해선 업계구성원들이 의견과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유엔(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운수사업 양질의 일자리와 도로안전 증징을 위한 지침’에서 “상업용 차량 운전자의 근로여건 악화로 발생하는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비롯한 모든 도로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은 도로운송사업 당사자들의 공동책임”이라고 적었다.
이는 화물운송사업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참여만이 화물노동자에게만 모든 비용과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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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기자 yoo.j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