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FH 에어로(AERO)', 공기역학·첨단 기능의 정수를 맛보다

그리스 지중해 연안 따라 볼보 FH 에어로 326km 주행

공기저항 줄여 연비 5% 높인 에어로다이내믹의 결정체

사이드 미러 대체한 CMS로 완성된 연비 향상과 개방감

파일럿 어시스트, 운전자 피로도 줄이고 편의성은 높이고

I-SEE와 함께 오르막과 곡선 구간서도 연비 최적화 주행

한국에 맞춘 최적의 에어로 모델, 국내엔 하반기 출시 예고


그리스 '테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 신형 '볼보 FH 에어로'와 'FH 에어로 일렉트릭'을 약 330Km 장거리 주행을 해봤다. 


차세대 볼보트럭을 이끌어갈 신형 ‘볼보 FH 에어로(AERO, 이하 FH 에어로)’를 공도에서 시승하기에는 새하얀 건물과 선명한 주황색 지붕이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에 맞닿은 4월의 그리스 ‘테살로니키(Thessaloniki)’가 제격이었다. 테살로니키는 그리스의 중마케도니아 주의 주도이자 그리스 제 2의 도시이다.


글로벌 트럭 업계의 주요 화두인 연비 향상과 대기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단순히 한 가지 요소의 큰 혁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다양한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라고 했던가. 볼보트럭 스웨덴 본사 관계자의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기자가 테살로니키의 길게 뻗은 고속도로와 굽이진 언덕길의 국도를 포함, 장장 326km를 달리고 나서야 비로소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공기’와 ‘바람’을 뜻하는 ‘에어로’라는 모델명에서도 알 수 있듯, FH 에어로의 핵심 가치는 공기역학을 통한 연료 효율성 증대를 통한 대기환경 개선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CMS'와 '파일럿 어시스트', 'I-SEE' 등의 공기 역학과 첨단 기술의 적용을 통해 볼보트럭의 상징이자 대명사가 돼버린 '안전'까지 크게 개선됐다. 이 모든 변화는 5%의 연비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FH 에어로의 첫 인상은 마치 공기 저항을 극도로 최소화하기 위하여 유선형으로 빚어낸 조각품 같았다.


 ‘에어로다이내믹’…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다

일반적으로 대형 디젤트럭이 장거리 주행 시 '공기 저항'으로 인한 연료 손실은 전체 연료 소모율의 30%에 달한다. 배터리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대형 전기트럭의 경우는 거의 절반까지 이른다. 특히, 엔진룸이 앞으로 돌출된 '세미-보닛형' 미국형 대형트럭과 달리, 전면 유리에서 캡 하단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캡-오버형' 유럽형 트럭의 경우, 공기 저항 감소를 위한 제조사들의 고민은 더욱 도전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FH 에어로의 첫 인상은 마치 공기 저항을 극도로 최소화하기 위하여 유선형으로 빚어낸 조각품 같았다.


FH 에어로의 첫 인상은 마치 공기 저항을 극도로 최소화하기 위하여 유선형으로 빚어낸 조각품 같았다.


이 점에 있어 테살로니키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FH 에어로의 첫 인상은 마치 공기 저항을 극도로 최소화하기 위하여 유선형으로 빚어낸 조각품 같았다. 볼륨감 있는 전면 그릴, 범퍼 하단 양 옆으로 길게 뻗은 곡선 처리된 사이드 스커트, 끝처리를 둥글게 처리한 루프 스포일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V자형의 날렵한 LED 헤드램프와 각진 범퍼 라인 모두 공기의 흐름을 고려한 디테일이었다.


사이드 미러를 대체한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CMS)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이드 미러를 대체한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CMS)이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솔루션이다. 국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트럭의 '미러캠(Mirror Cam)'이나 만트럭버스의 '옵티뷰(OptiView)'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공기역학을 고려한 유선형 디자인과 적외선을 활용한 '나이트-모드' 등 다양한 기능은 완성도가 높았다.



 완성형 CMS, 편안한 운전에 개방감을 더하다 

CMS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서둘러 운전석에 올랐다. 마치 조종석처럼 높은 운전석에 다다르자 시야가 트였다. 캡 양측에 사이드 미러가 없어지니 개방감은 물론, 해방감까지 느껴졌다. 대신 좌우 A필러 영역에는 각각 12.3인치와 15인치의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HD화질을 출력하는 디스플레이는 상단 3, 하단 1의 비율로 나뉘어 일반 화면과 광각 화면을 어색함 없이 보여주었다.


디스플레이 하단 버튼을 누르자 트레일러 끝단뿐만 아니라 운전석으로부터 25m와 50m 거리를 표시하는 3개의 선이 나타났다. 대형 트레일러 면허를 딴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기자에게 안정감마저 주는 기능이었다. 해와 달 모양의 버튼을 누르자 카메라 옆 적외선 센서가 켜지며 화면의 명암이 뚜렷해졌다. 이는 야간 주행 시 주변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는 '나이트모드'였다.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CMS) 의 나이트 온오프 장면


사이드미러 조절과 마찬가지로 운전석 도어에 위치한 카메라 위치 조절 버튼으로 운전자의 시선에 맞게 카메라를 조정하고, 확대와 축소 버튼으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운전석 뒤쪽 침대에 누워서도 디스플레이를 켜고 끌 수 있어 보안성도 한층 높아졌다.


볼보 FH 에어로의 주행 모습


CMS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고 보니 첨단 기술로 무장한 FH 에어로의 실내가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기존 12인치급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배치는 동일했지만, 세부 UI와 조작 환경이 직관적이고 명료해졌다. 


그립감이 개선되고 버튼 조작이 편리해진 스티어링 휠은 손쉬운 조작을 강조했다. 넓은 시트 쿠션의 운전석과 조수석은 편안함을 선사했고, 프리미엄 가죽 시트는 몸을 감싸 안락함마저 느껴졌다. FH 에어로는 운전 피로 감소와 안전 향상을 위해 캡 내부의 공기까지 쾌적하게 만들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 780마력 ‘D17’

볼보 에어로에 푹 빠진 기자에게 시승을 도와줄 볼보트럭의 전문 시승 강사가 갈 길이 멀다며 출발을 재촉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키를 꽂고 시동을 걸자 첫 시승 트럭인 FH16 에어로 모델의 D17 엔진이 짧고 중후한 울림을 내었다.


780마력의 고성능 디젤엔진은 마치 스카니아의 770마력급 V8 엔진을 앞질러 세계 최고 성능의 디젤엔진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음에도 정숙함으로 겸손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780마력의 고성능 디젤엔진은 세계 최고 성능의 디젤엔진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음에도 정숙함으로 겸손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자 거대한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좁고 울퉁불퉁한 도심 도로에서도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운전이 편안했다. 회전 구간에서는 CMS 카메라가 자동으로 트레일러의 꺾임과 운전자의 시야를 고려해 더 넓은 반경을 비추었다. '패닝(Panning)' 기능이었다. 후진 시에도 역시 트랙터 뒤에 연결돼 있는 트레일러의 꺾임을 고려해 카메라가 시야를 넓혀 주는 '리버스 패닝(Reverse Panning)' 기능도 적용돼 있다.


국도를 벗어나 도로가 넓어지자 그리스 인접국 북마케도니아로 향하는 끝없는 언덕길이 나타났다. 화물을 실은 트레일러를 연결한 트랙터의 총중량은 37톤으로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390kgf·m의 강력한 토크는 그 존재를 확실히 증명했다. 최대 토크가 발현되는 엔진 회전수도 크게 낮아져 고성능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은 채 순식간에 12단까지 변속되었다.


 ‘에어로’, 반자율주행과 연결성으로 진화하다

좁은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CMS는 물론, 차체 너비와 트레일러의 뒷바퀴까지의 거리감에 점차 익숙해지자, 시승 강사는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기능 작동을 권유했다. FH 에어로에 적용된 볼보트럭의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중 백미(白眉)인 기능이다. 이 기능은 차선을 인식하고 조향을 보조하면서도 운전자의 주의력을 요구하는 등 안전과 편의성의 절묘한 균형을 찾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기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형 연동형 크루즈 컨트롤 'I-SEE'였다. 파일럿 어시스트 작동 상태에서 오르막길이 끝나기 약 3km 정도 전방에서 이미 트럭의 기어가 12단에서 N단으로 변경됐다. 전방 구간의 경사도와 커브를 미리 읽고 최적의 기어와 속도를 선택해 연비를 개선해 주는 이 시스템은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차량 좌우 측면에 장착된 후측방 레이더 센서


FH 에어로에는 다른 첨단 안전 사양도 대거 탑재되어 있다. 전방추돌경고시스템(CWBS), 차선이탈경고장치(LDWS), 운전자주의경고장치(DAW) 등이 기본으로 제공되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준다. 특히 차량 좌우 측면에 달린 레이더 센서는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행자나 자전거 등과의 충돌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해 준다.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 한 '볼보 FH I-SAVE' 460마력에는 배기 에너지를 회수해 연료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술인 터보 컴파운드(Turbo Compound, TC)도 적용됐다.


이처럼 FH 에어로는 자율주행과 연결성 기술을 접목해 운전자의 편의성과 안전성, 나아가 운송 효율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미래형 트럭으로 진화하고 있다.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적었던 것은 이러한 첨단 기술 덕분이었다. 볼보트럭이 선보인 신기술들은 물류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고출력 490kW(약 666마력)와 1회 충전 항속거리 300km 의 FH 일렉트릭 에어로


 전동화의 현재와 미래, FH 일렉트릭 에어로

FH16의 강력한 780마력 성능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휴식 공간에서 시승 차량을 FH 일렉트릭으로 변경했다. 이 모델은 볼보트럭의 전동화 비전을 엿볼 수 있는 트럭으로, 최고출력 490kW(약 666마력)와 1회 충전 항속거리 300km를 자랑한다.


FH 일렉트릭은 디젤 트럭 못지않은 주행 성능과 정숙함이 인상적이었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사라져 마치 승용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인 토크가 전해져 묵직하지만 경쾌한 주행감각을 선사했다. 회생제동 시스템도 돋보였는데, 감속 시 전기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하여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에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방식이어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1회 충전 항속거리가 디젤 트럭 대비 다소 짧고 충전 인프라(기반 시설)도 아직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시승 당시 완전 충전(80%) 상태에서 326km를 달린 후에도 60km의 주행 가능 거리가 남아 있어, 주행 환경에 따라 제원상의 300km보다 더 멀리 달릴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한계는 배터리 기술 발전과 함께 개선될 전망이며, 볼보트럭도 조만간 항속거리 500km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FH 일렉트릭은 전동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며, 친환경 물류 시대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FH 에어로는 디젤의 파워풀함과 전동화의 현대성, 두 가지 미래를 품은 트럭이었다.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할 새로운 파트너, 국내 고객을 향한 약속

약 6시간에 걸친 300km 이상의 장거리 시승은 FH 에어로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 최첨단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기술까지 집약된 미래형 트럭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정수를 국내 고객들도 조만간 경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볼보트럭코리아는 FH 에어로 시리즈의 국내 출시를 올해 하반기로 예고했다. 특히,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이 적용된 에어로 모델과 기존 외관의 볼보트럭 모델과 병행 판매될 예정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규제 한계 상 비록 그리스에서 경험한 모든 기능을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국내 도로 환경에 맞는 섀시 세팅과 한국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을 대거 반영해 고객 니즈에 부응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FH 에어로는 볼보트럭 창사 100주년을 5년 앞두고 출시된 모델로, 글로벌 대형트럭의 전통과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함께 제시하고 있었다. 효율성으로 운송 경쟁력을 높이고, 안전과 편의 사양으로 운전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며,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 지속가능한 물류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FH 에어로의 국내 출시는 상용차 시장에 신선한 변화를 예고한다. 세련된 디자인, 강력한 성능, 충실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을 갖춘 이 트럭은 운전자와 운송사업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선사할 것이다. 대형트럭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 FH 에어로의 국내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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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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