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마력의 고성능 심은 SUV, 모든 면에서 기존 SUV와 차별화

 

 SUV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관심은 끝이 없다. 고성능 스포츠카만 만들던 제조사들도 줄줄이 SUV를 선보이고 있다.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입힌 SUV가 한정적인 수요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최적의 차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애스턴마틴, 로터스, 심지어 페라리도 저변 확대를 위해 SUV를 준비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역시 SUV 하면 빠질 수 없는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다. 1986년 선보인 'LM002'라는 전례가 있고 지금은 슈퍼 SUV로 꼽히는 우루스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출시된 우루스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스포츠카 제품군보다 많이 판매됐다.

 


 

 ▲스타일&상품성


 우루스 외관은 육각형에 심취한 람보르기니의 최신 디자인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곳에 면과 면이 교차하는 모서리를 강조해 날카롭고 다부지다. 전면부는 'Y'자 LED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와 대형 그릴이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그릴은 범퍼 양 옆의 흡기구와 연결된 형태를 지녀 여느 고성능 차보다 더 과감한 모습이다.

 

 측면은 SUV 치고 상당히 날렵한 자세다. 쿠페를 닮은 패스트백 스타일과 면적이 작은 측창 때문이다. 직경이 23인치에 이르는 알로이휠과 그 안에 장착된 브레이크 디스크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진다. 면을 쪼개고 쪼갠 디자인은 양감을 강조한 다른 SUV에서 보기 힘든 매력 포인트다.

 

 후면부는 SUV보다는 핫 해치에 가까운 모습이다. 번호판이 붙는 패널과 범퍼, 머플러, 디퓨저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차체가 붕 떠보이는 느낌이 적다. 한껏 치켜 올린 힙 라인과 얇은 테일램프는 우라칸의 뒤태를 닮았다.

 

 

 실내는 "람보르기니가 이렇게 편할 수도 있구나"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넓고 높다. 도어는 창틀을 없앴고 소재는 알칸타라, 가죽, 카본파이버 등을 아낌없이 활용해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는 좌우대칭형 구조로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도 배려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운전석은 주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해 본질을 잃지 않았다. 디지털 계기판은 엔진회전수, 속도 등의 주행 정보 외에도 내비게이션, 차체 움직임에 따른 종·횡 중력값 등을 표시한다. 속도를 시원스럽게 나타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마련했다. 센터페시아는 큼지막한 두 개의 터치스크린으로 오디오, 내비게이션, 에어컨 등 차내의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항공기의 칵핏을 연상케 하는 센터 콘솔은 빨간색 부품으로 둘러싼 시동 버튼과 주행모드 레버, '에고(Ego)'라 불리는 섀시 제어 레버를 한데 묶었다.

 

 세미 버킷 시트는 SUV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우루스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4개를 품고 있다. 모두 전동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앞좌석은 마사지 기능까지 담았다. 차체에 비해 앉는 자세와 시야는 높지 않다. 공간감은 여유롭다. 키가 제법 있는 SUV지만 휠베이스가 3,003㎜에 이르러서다. 머리 공간은 물론, 다리 공간도 널찍하다. 적재공간은 기본 616ℓ이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596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우루스는 슈퍼카 제조사가 만든 제품답게 화끈한 성능을 지녔다. 엔진은 V8 4.0ℓ 트윈터보를 탑재해 최고 650마력, 최대 86.7㎏·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을 조합했다. 305㎞/h에 이르는 최고속도와 3.6초에 불과한 0→100㎞/h 가속시간은 이 차가 지상에서 가장 빠른 SUV임을 방증한다. 5m가 넘는 길이, 공차중량 2.2t의 거구를 지녔음에도 말이다. 연료 효율은 ℓ당 5~7㎞ 수준을 보였다.

 

 

 힘이 넘치는 만큼 각 주행모드의 차이는 확연하다. '애니마(Anima)'라 불리는 우루스의 주행모드는 스트라다, 스포츠, 코르사의 온로드 모드와 사비아, 테라, 네브의 오프로드 모드를 제공한다. 스트라다는 가장 평범하게 달릴 수 있는 모드다. 공회전방지(ISG)와 부분자율주행 시스템을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모드이기도 하다. 여유로운 가속력과 승차감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형 SUV와 닮았다. 그럼에도 조금씩 들려오는 나긋한 엔진음은 더 강한 채찍질을 해보라고 부추긴다.

 

 스포츠 모드는 자세제어장치 개입을 허락하지 않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벌써부터 거친 황소의 기운이 전해지는 느낌이다. 서스펜션도 팽팽하게 조인다. 코르사 모드는 차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숨소리는 우렁차게 거칠어지고 하체는 힘이 바짝 들어간다. 서킷에서나 어울릴 법한 완전 다른 차로 돌변한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려면 용기가 필요하지만 고속 안정성은 일품이다. 피렐리 P-제로 타이어와의 끈적한 궁합도 적절하다.

 

 

 네브 모드로 달린 오프로드는 차체의 견고함이 인상적이었다. 불규칙한 노면을 타는 와중에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지상고는 25㎝ 범위 내에서 5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최고로 올리면 정통 오프로더 못지않은 자세가 연출된다.
 

 

 하체는 단단하면서도 편안하다. 마치 그랜드 투어러를 타는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지만 정확한 조향 감각을 보여준다. 여기엔 네 바퀴 조향 시스템도 한 몫 한다. 이 시스템은 길다란 우루스의 타이트한 코너링과 주행 안정성 향상을 돕는다. 제동력은 동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설정됐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레이크 디스크를 움켜잡는 캘리퍼가 앞 10피스톤, 뒤 6피스톤으로 이뤄졌다. 소음, 진동 차단 능력은 어지간한 고급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수준이다. 실내를 콘서트홀로 만드는 뱅앤올룹슨 음향 시스템이 아깝지 않다.

 

 우루스는 폭스바겐그룹의 MLB-에보 플랫폼을 채택했다. 아우디 Q7,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와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그래서 일상적인 주행 감각과 부분자율주행 등은 왠지 익숙하기도 했다.

 


 

 ▲총평


 우루스는 어느 래퍼의 가사 대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달릴 수 있는 차다. 그런 점에서 우루스는 SUV라는 장르에 속할 뿐, '프론트 엔진의 람보르기니'라 정의할 만하다. 새로운 차종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열린 가능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적어도 람보르기니 가운데 가장 실용적이고 편안한 제품인 만큼 브랜드의 엔트리카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시작 가격은 2억5,00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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