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가 환경 보호를 위해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오히려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포드를 비롯해 BMW, 폴크스바겐, 혼다 등 4개 자동차 회사가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오는 2026년까지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협약을 맺은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포드의 창립자인 헨리 포드(1863∼1947)가 "만일 오늘날 후손들이 훨씬 더 비싸면서도 훨씬 덜 안전하고 성능도 좋지 않은 자동차를 만들려는 걸 봤다면 아주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경영진이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싸우고 싶어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올린 다른 트윗에서 해당 협약을 맺지도 않은 제너럴모터스(GM)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그는 "전설적인 GM 창업자인 앨프리드 슬론(1875∼1966)과 포드는 현 경영진의 나약한 모습에 무덤에서 탄식하고 있다"며 "안전하거나 품질이 좋지도 않은데, 소비자들이 3천 달러나 더 내고 사야 하는 비싼 차를 만들기 때문"이라며 같은 취지의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어 "미쳤다!"(Crazy!)라고도 덧붙였다.

 

 그러자 포드는 이날 늦은 오후 성명을 내고 자신들을 "환경을 위해 올바른 행동을 하는 데 앞장서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을 주지 않고, 자동차 산업의 장단기적인 건전성을 지켜나가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맞섰다. GM도 성명을 통해 끊임없이 연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미국 50개 모든 주에 적용될 해답을 비롯해 전국적인 전기자동차 프로그램과 관련된 해결책을 찾고자 모든 이해 관계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자동차 회사들을 겨냥한 것은 포드 등 4개사가 캘리포니아주와 맺은 협약이 승용차와 소형트럭의 연비 기준을 2020년 이후 동결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과 맞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는 자동차 연비 기준을 매년 끌어올리도록 규정한 연비 규제 정책을 마련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예정대로 시행하지 않고 동결함으로써 '오바마 뒤집기'에 나선 바 있다. 연비 기준을 동결하면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다.

 

 그러자 민주당이 장악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연방정부가 주 당국의 규제 권한을 침해했다며 기존 방침대로 연비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결국 자동차 제조사들과 배기가스 규제 강화 개별 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대립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17개 자동차 기업은 양측이 서로 다른 연비 규정을 주장하는 상황이 수년 이상 걸리는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면 제조업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캘리포니아와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지난 6월 보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캘리포니아의 연비 기준을 따르는 주는 13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미국 내 전체 판매량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임성호 기자 sh@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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