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고성능 핫해치의 표본
-성능과 낭만 모두 잡은 만능 미니

 

 사람들은 미니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크기는 커지고 값은 올랐으며 대중적인 성향에 초점을 맞춰 운전 재미는 희석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면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니는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에 맞춰 크기를 키우고 편의 및 안전 품목을 대거 탑재했다.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고급 소재도 가득 둘렀다.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미니가 가진 톡톡 튀는 운전 재미만큼은 그대로다.

 

 미니 JCW 컨버터블은 기존 미니의 틀을 벗어나 한 걸음 더 앞서나간다. 귀여운 외모와는 정 반대로 상남자 가득한 인상 풍기며 도로 위를 질주한다. 그만큼 미니 중에서도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그 어떤 스포츠카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차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힐링을 경험하고 정신적인 나이가 줄어드는 마법도 경험할 수 있다.

 

 

 

 

 

 


 ▲스타일&상품성


 2014년 3세대 출시 이후 지난해 부분변경 신형이 한국 땅을 밟았다. 5년이 흐른 만큼 첫인상은 낯설지 않다. 동그란 눈과 두툼한 입, 균형 잡힌 해치백 형태까지 익숙한 모습이다. 부분변경이지만 미니 마니아가 아니면 달라진 부분을 찾기 쉽지 않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구성을 살짝 바꾸고 테일램프 속을 유니언 잭 모양으로 변경한 정도가 유일하게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JCW만의 특징은 차체 곳곳에 숨어있다. 그릴 가운데를 흐르는 진한 빨간 줄과 크게 뚫린 앞 범퍼 공기흡입구, 빨-검으로 조화를 이룬 데칼이 시선을 끈다. 18인치 JCW 전용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 펜더에 붙은 장식은 멋을 더한다. 소프트톱에는 영국을 상징하는 유니언 잭 무늬를 집어넣었다. 톱은 두 단계로 나눠 작동하며 버튼 하나로 시속 30km/h 아래에서 18초 만에 열고 닫을 수 있다.

 

 

 

 


 미니의 특징은 지붕을 제거해도 그대로 남아있다. 바짝 치켜올린 A필러와 균형 잡힌 휠베이스,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이 대표적이다. 여러모로 잘 달릴 수밖에 없는 오리지널 핫해치 구조를 타고났다. 실내는 아기자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두툼한 도어만 봐도 미니가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다. 유광 블랙 재질의 패널과 빨간색으로 마감한 도어 손잡이 조화가 상당하다. 패널 안쪽에는 두꺼운 LED 선을 넣어 은은한 간접조명 효과도 연출했다.

 

 센터패시아를 비롯해 전체적인 형상은 기존 미니와 동일하다. JCW 배지가 박힌 스포츠 스티어링휠과 전용 계기판, 8.8인치 모니터 주변을 두른 눈금이 일반 쿠퍼와 다른 차임을 알게 해준다. 시트는 다이나미카(Dinamica) 재질의 일체형 스포츠 시트를 넣었다. 쿠퍼 S 컨버터블의 퀼팅 가죽 시트보다는 고급스러움이 덜하지만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훌륭한 아이템 중 하나다.

 

 

 

 

 

 

 

 

 수납공간은 넉넉하지 않다. 아담한 글러브박스를 비롯해 도어 포캣은 입구가 작아 지갑 하나 넣기도 벅차다. 또 콘솔박스는 휴대폰 무선 충전 장치가 들어있어 수납이 불가능하다. 뒷좌석도 탑승 공간보다는 여분의 짐칸으로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트렁크는 215ℓ이며 2열을 접을 수 있고 트렁크 도어는 최대 80kg까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성능


 운전석에 앉으면 계기판 속 미니 아이콘이 윙크하며 귀엽게 인사한다. 상냥함도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위로 올리면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면서 달릴 준비를 마친다. 새로운 인젝션 시스템을 얹은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 231마력, 최대 32.7kg.m를 발휘한다.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과분한 숫자가 분명하다. 실제 달리는 감각도 마찬가지다. 여유롭고 언제 어디서나 힘이 넘친다. 풀 스로틀을 열지 않아도 충분히 원하는 속도에 도달한다.

 

 운전 모드는 크게 그린과 미드, 스포츠다. 각 모드별 차이가 극명해 토글스위치를 오르고 내릴 때마다 다른 차를 모는 것 같다. 그린은 극단적으로 연료를 아낀다. 가속 페달 반응도 무뎌지고 정차 시 공조장치도 숨을 죽인다. 정속주행 시에는 코스팅 중립 제어 기능(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변속기는 자동으로 중립으로 위치해 연료 효율을 끌어올린다)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미드에서는 한결 부드럽고 속 시원한 반응을 이끌어 내며 스포츠 모드에서는 본격적인 달리기 머신으로 변신한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지고 엔진 회전수는 껑충 올라간다. 속도 바늘은 스로틀 반응에 따라서 널뛰기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소리다. 변속 타이밍에 맞춰 으르렁대며 팝콘을 터트리는데 흥분을 부추긴다. 굽이치는 고갯길에서 차의 진가가 드러난다.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깊숙이 넣어도 차는 아무런 불안함 없이 깔끔한 포물선을 그린다. 속도가 빠르고 진입각이 큰 상황에서도 꽁무니는 안정적으로 따라온다.

 

 코너를 벗어날 때쯤에는 탄탄한 섀시 덕분에 차가 강하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잘 매만진 경량 스포츠카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이다. 운전에 자신감이 붙어 더 거칠고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 수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멈춰 선다. 체급을 뛰어넘는 성능으로 미리 겁먹고 제동을 할 필요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단단함을 넘어 딱딱하다. 심지어 일반 모드에서조차도 서스펜션 감각은 한결같다. 요철을 만나면 허리부터 신경이 쓰인다. 적극적인 운전에는 더없이 좋은 세팅이지만 동승자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다. 자동차에 있어서 승차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JCW 보다는 S 컨버터블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톱을 열어 오픈에어링을 즐겼다. 해가 떨어지고 기온이 한풀 꺾이자 시원한 바람이 실내에 들이쳤다. 지붕을 벗기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면서 지금과는 또 다른 차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와 잡념까지 날려버린다. 오색빛깔 찬란한 무드등과 어우러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드라이브하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슈퍼카도 부럽지 않다. 감성으로 타는 컨버터블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는 순간이다.

 

 

 ▲총평


 일반 미니 컨버터블이 기계적인 완성도보다는 예쁘게 치장하는데 집중했다면 JCW 컨버터블은 온전히 운전자만을 생각해 차를 만들었다. 일반 도로보다는 서킷에서 더 어울릴 것 같은 세팅과 당찬 파워트레인이 자꾸만 가속페달을 밟게 만든다.

 

 작은 공간과 순식간에 없어지는 기름(연료통이 작아서 더 빠르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딱딱한 서스펜션은 차의 컨셉과 운전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용서된다. 성숙한 JCW 기술을 바탕으로 장난기 넘치는 모습은 여전하고 세련미도 갖췄다. 화려한 스타일과 새로운 테일램프가 눈길을 끌지만 운전의 재미를 위한 차의 특성은 변함없다. 가격은 5,5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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