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네시스 EQ900


 참으로 이상한 결과다. 미국시장에서는 최상의 품질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지만, 정작 텃밭으로 불리는 한국시장에서는 그러질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한국, 미국간 소비자들의 품질 만족도 조사 결과의 격차(隔差)가 컸다.

 

 4일 국내 자동차 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초기품질 및 내구품질 만족도 조사에서는 일본차 렉서스와 토요타가 나란히 1위, 2위를 차지했다. 이들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타 브랜드의 추종을 불허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새 차 구입 후 평균 보유기간이 6개월인 국내 소비자 67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기품질 조사에서 렉서스가 82점, 토요타 118점, 아우디 136점, 볼보 146점, BMW 147점 순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현대차는 151점으로 6위를 차지했고, 기아차는 175점으로 메르세데스-벤츠 157점, 폭스바겐 166점에 이어 9위를 기록했다. 이번 초기품질 지수 조사에서 산업 평균은 166점이었으니, 기아차는 한참 뒤처진 형국이다.

 

 품질 지수는 차를 구매한 이후 소비자들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불만이 얼마만큼 적게 나오는 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은 것이 품질 만족도가 더 좋다는 의미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또 새 차 구입 후 3년이 경과한 소비자 5837명을 대상으로 내구품질에 대한 조사에서도 렉서스가 200점을 얻어 이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토요타는 230점을 얻었으며, 아우디는 279점, BMW 299점, 메르세데스-벤츠 312점 순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332점으로 이 부문에서도 역시 6위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산업평균 361점을 훨씬 웃도는 387점을 얻는데 그쳤다.

 

[사진] 현대 아제라(그랜저)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리서치 업체가 조사한 현대기아차의 품질 만족도는 일본차뿐 아니라 독일차에 비해서도 시장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의 품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과 반응은 냉담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러나 올해 6월에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18 신차 품질조사‘에서는 최상의 결과로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경우 벤츠나 BMW, 아우디, 렉서스, 재규어, 인피니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일반 브랜드 등 전 세계 31개 유명 브랜드 중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기아차는 2위, 현대차는 3위를 나란히 기록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미국의 조사기관에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품질조사에서는 최상의 결과가 나왔지만, 한국 조사 업체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품질조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참고로, 제이디파워(J.D.Power)에서 실시한 품질조사는 233개 항목에 걸쳐 100대당 불만건수 등의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고,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실시한 품질조사에서는 13개 부문 177개 항목에 걸쳐 총 556개의 부위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다.

 

 제이디파워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내용은 약 80%가 비슷한 질문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과 미국 소비자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선호도 등 인식 차이가 적잖았다는 해석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차량 품질이 똑같다는 전제가 따른다.

 


[사진] THE K9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초부터 정몽구 회장이 사활을 걸고 ‘품질 경영’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품질이 글로벌 수준에 오른 것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텃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해외시장에서는 자발적 리콜이나 할인 이벤트, 적절한 애프터 서비스 등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여 왔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역차별을 받았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차량의 판매 가격 등 비용 대비 가치 만족도 측면에서 수입차가 국산차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입차의 만족도가 국산차보다 높다는 건 향후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훨씬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현대기아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다.

 

 

하영선 기자 ysha@dailycar.co.kr
출처-데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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