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늑장 리콜로 미국에서 179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반면 국내에선 처벌 규정이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대차가 2009-2012년 사이 생산한 제네시스 제동장치 결함을 2012년에 발견하고도 리콜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17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 사실을 발견한 후 5일 이내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잠재 위험성을 알고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 판매사에 브레이크 오일만을 교체하라고 지시한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현대차 역시 이를 인정, 과징금 부과에 합의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동일한 문제로 2007년 12월24일-2012년 3월18일 생산된 제네시스 10만3,214대가 리콜됐다. 엄연한 늑장 리콜이지만 국내에는 결함 보고 기간에 관한 조항이 없어 따로 과징금을 물릴 수 없다는 게 국토교통부 설명이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1항은 '자동차안전기준 또는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중략)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됐지만 여기서 '지체 없이'란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제41조 1항에 의해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로 해석된다. 하지만 법적 허용 기간인 30일을 초과한 경우 조치는 언급되지 않는다. 

 

 벌칙 조항은 당장의 책임 소재뿐 아니라 장기적인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확충돼야 한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강력한 제재가 자동차 제작사의 일부 부도덕적 판단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경우 이번 늑장 리콜 사태를 겪은 후 고속도로안전국(NHTSA)과 새로운 안전결함관련 대책을 세워 책임강화에 나섰다. 향후 미국 내 안전결함 문제는 한국 본사 지시 없이 단독으로 리콜을 결정한다는 게 골자다. 별도의 기술위원회를 설치해 의사결정권을 부여할 것, 이어 결함 원인 파악이나 대책 마련 등을 이유로 리콜 결정을 지연시키지 않을 것, 결함이 발견되면 즉각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 등이다.

 

 물론 현대차 북미법인의 이러한 사후 조치는 과징금 부과로 손실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 권리 보호가 강화된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작사도 리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과징금 부과는 사후 책임을 묻는 동시에 동일한 잘못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 담당자는 "제네시스 제동장치 리콜은 지난 10월 이후 현재까지 98%에 가까운 시행률을 기록했다"며 "리콜 고지가 늦어진 것에 관한 벌칙 규정은 없지만 제31조1항을 위반해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결함을 시정하지 아니한 자는 제78조에 의거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벌금이 최고 5,00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매출액의 몇% 혹은 대당 얼마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과징금과 달리 벌금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리콜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과받는 벌금이 최고 5,000만원에 불과해 제작사 입장에서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보다 강력한 규제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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