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은퇴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주니어 시절, 스케이트가 발에 맞지 않아 선수 생활을 중단할 뻔한 순간이 있었다. 선수생활 내내 고질적으로 달고 살았던 허리와 발목, 무릎 부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것이 바로 스케이트였던 것. 100년에 한번 나올만한 재능이 자칫하면 몸에 맞지 않은 스케이트 하나로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엔진과 변속기 등이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도 타이어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타이어는 지면과 자동차를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매개체로, 가속성과 제동성 그리고 선회성, 승차감을 결정하는 중요 항목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미쉐린타이어가 말레이시아 세팡 F1 서킷에서 열린 '2014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리언스(MPSE)'에 글로벌 기자단을 초청했다. 올해 9회째를 맞는 MPSE는 미쉐린의 고성능 스포츠 라인업 '파일럿' 제품군의 특성과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다. 고성능 타이어 체험에 걸맞게 마련된 자동차는 랠리 카에서 포뮬러 머신에 이르기까지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차종들이 준비됐다. 특히 포뮬러4(F4) 머신과 포뮬러 르망 프로토 타입 머신은 서킷 이외는 경험할 수 없는 기회였기에 기자단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총 4개의 세션을 약 10시간에 걸쳐 체험했다.

 


 ▲세션1. 랠리카 체험


 랠리카 체험으로 첫 세션이 시작됐다. 시승차는 미쉐린 랠리 전용 그래블 타이어를 장착한 시트로엥 C2 랠리카다. 랠리 전용 타이어는 사이드 월(타이어 옆면)의 강성이 다른 타이어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 특징으로, 순간 하중을 3,000㎏까지 견딜 수 있다. 이에 반해 진흙과 모래, 자갈 지대를 주행하는 랠리의 특성을 고려해 트레드 중앙은 비교적 소프트하다.

 


 랠리용 타이어의 사이드 월에 적용된 고강성 기술은 런플랫 타이어의 개발에 적극 반영된다. 런플랫 타이어란 주행 중 펑크가 일어나도 형상을 유지하며 약 80㎞ 전후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타이어를 말한다.

 

 서킷 인근에 마련된 랠리 코스에서 본격적인 체험에 나섰다. 먼저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지시대로 코스를 익혔다. 코스 대부분이 곡선으로 이루어져 적절한 브레이킹과 핸들링 없이는 스핀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시속 40㎞ 이상의 속도로 연속되는 코너링을 시도했다. 인스트럭터 지시에 맞게 브레이킹을 시도하며, 스티어링 휠을 컨트롤했지만 쉽지 않았다. 능숙하지 못한 운전 실력을 커버해주는 것은 역시 장착된 랠리 전용 타이어였다.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코스를 여러번 이탈할 뻔했지만 랠리 전용 타이어의 강력한 그립이 차체를 단단히 잡는다. 불규칙하고 거친 노면에서 운전자와 차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타이어 뿐이었다.

 


 ▲세션2. 투어링 카 체험


 2번째 세션은 메인 스타디움 남쪽 서킷에서 진행된 투어링 카 체험. 시승차로는 미쉐린 레이싱 슬릭 타이어를 장착한 '르노 클리오 컵'이 체험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슬릭타이어는 고속 질주에서 노면의 접지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트레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원메이크 레이스에 참가하는 르노 클리오컵 경주차는 최고 220마력, 최고시속 220㎞이며, 0→100㎞/h 가속성능은 4초로 덩치에 비해 녹록치 않은 성능이다. 특징은 변속기가 시퀀셜 방식이라는 점이다. 시프트 업은 클러치 페달을 밟지 않고, 시프트 다운은 왼 발로 클러치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해야 한다. 고성능으로 개조한 경주차가 레이싱 전용 슬릭타이어를 장착하니 서킷에선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직선과 헤어핀 구간의 접지력이 몸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세션3. 포뮬러4 체험


 포뮬러4(F4) 머신은 F1 입성을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의 포뮬러 입문용 경주차다. 클러치는 처음 출발 때만 사용하고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 시프터로 변속을 조작할 수 있다. 타이어는 레이싱 전용 미쉐린 슬릭타이어가 장착됐다. 시승한 F4 머신은 탄소섬유 차체로 공차 중량은 470㎏이며, 최고 출력은 185마력이다. 최고 시속은 160㎞지만 윈드실드가 없는 탓에 체감 속도는 그 이상을 훨씬 웃돈다.

 


 안전을 위해 포르쉐 911 GT3 페이스카가 앞을 인도했다. 이전에 체험했던 시승차에 비해 타이어 체감을 더욱 가깝게 느낄수 있었다. 직선구간은 제원표와 달리 최고 시속이 160㎞ 이상 까지 올라갔다. 트레드가 없는 슬릭 타이어는 직선구간에서 가속감과 헤어핀 구간의 횡력 체감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타이어와 자동차, 드라이버가 하나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세션4. 포뮬러 르망 프로토 타입 택시 드라이빙


 마지막 세션은 '포뮬러 르망' 택시 드라이빙 체험이었다. 이날 체험한 '르망 프로토 타입2(LMP2)' 머신은 최고 430마력에 0→100㎞/h가속은 3.2초, 최고시속은 340㎞에 이른다. 프랑스 출신 현역레이서 벤자민 루제의 드라이빙으로 옆 자리에 동승하며 세팡 서킷 전체를 주행했다. 프로 레이서답게 코스 곳곳을 활용하며 경주차와 타이어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시속 270㎞ 이상의 속도로 직선구간을, 헤어핀 구간에서도 속력은 130㎞를 넘어섰다. 엄청난 중력이 몸으로 전달돼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보다 몇 배의 중력을 견뎌내야 하는 F1 드라이버에게 존경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마치며


 고성능 타이어 특성을 몸으로 체감하기란 전문 레이서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최근 각 타이어 브랜드가 내놓는 초고성능 타이어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 평준화가 이루어졌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그래서 브랜드별 제품의 성능 비교는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 시장에서 미쉐린은 고성능 제품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이유 중 하나는 120년이 넘는 미쉐린의 모터스포츠 역사와 관련 있다. 모터스포츠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동차와 타이어 성능을 시험하는 최고의 실험실이다. 미쉐린은 자동차와 타이어 기술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모터스포츠라는 것을 인정하며 꾸준히 참여해 축적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 24시 르망레이스, 아우디 R8 LMS컵 등에서 다수 우승을 이끌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MPES는 참가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이었다. 직접 레이서가 돼 차와 타이어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타이어에 대한 이해도 또한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타이어와 고성능 차를 경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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