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0㎜와 5,220㎜. 3,035㎜와 3,165㎜. 벤츠 뉴 S클래스 뒤에 '롱(Long)'이라는 글자가 나타내는 의미 차이다. 롱(long)이 길이는 100㎜, 휠베이스는 135㎜ 길다는 뜻이다. 5미터 넘는 차체에 외형상 길이 10㎝ 차이는 실감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주차할 때 거대한 크기만 부담스럽다는 이도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휠베이스 13.5㎝의 차이는 꽤 크다. 다리를 충분히 뻗을 수 있는 만큼 VIP의 편안한 탑승이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 몸을 눕힐 때도 유용하다. 플래그십 차종, 특히 VIP 좌석에 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디자인


 디자인 평가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전문가 평도 있고, 실제 구매자들의 시각도 곳곳에 많다. 4선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다듬어진 헤드램프는 중후함이 엿보인다. 측면은 유려함이 핵심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된 실루엣은 육중함을 나타낸다. 범퍼에 바짝 붙은 트렁크리드와 좌우 리어램프는 과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라디에이터가 4선인 것처럼 리어램프 발광 라인도 후진등을 포함해 4선으로 다듬었다.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충분히 전달된다.

 


 인테리어는 간결하되 고급감은 풍부하다. 아날로그 표시 형식을 띤 디지털 계기반도 그렇지만 바로 옆에 넓게 자리 잡은 12.3인치 박막 트랜지스터(TFT) 대형 모니터는 플래그십을 상징하는 것처럼 압도적이다. 그 아래 우드그레인에는 아날로그 시계를 중심으로 좌우 송풍구 4개가 배열돼 있다. 송풍구가 대시보드 상단에 없는 이유는 풍향 때문이다. 얼굴에 직접 바람이 도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배려다.

 

 사실 실내의 고급스러움은 전반적인 공간 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무언가가 감싸는 느낌을 준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아늑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외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감촉이 매우 좋고, 시트는 매우 편해서 운전 때 불편함이 없다. 특히 VIP 석은 레그룸이 넓은 데다 승차감도 뛰어나다. S클래스의 제품 성격을 감안하면 운전석보다 VIP석에 앉아 가는 게 제격이다.

 


 ▲성능 및 승차감


 V6 2,987㏄ 디젤 엔진이 2,100㎏이 조금 넘는 무게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63.2㎏.m에 달하는 최대토크가 1,600rpm부터 2,400rpm까지 고르게 발휘돼 문제없다. 벤츠에 따르면 S350 블루텍의 '0-100㎞/h' 기록은 6.8초에 불과하다. 유로6 기준을 통과한 친환경 엔진에 7단 변속기 조합을 통해 복합기준도 ℓ당 13㎞의 효율이다. 크기가 작은 S350 블루텍의 12.9㎞보다 좋은 기록이다.

 


 움직임은 역시 크기답게 육중하다. 그러나 대형세단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고속 안정감은 나무랄 데 없다. 주행 중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 '부메스터(Burmester)'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실내 전체에 중량감 있는 소리가 가득 찬다.

 

 주행 중 차선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이 작동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한다. 앞 차가 멈추면 따라서 서고, 출발하면 다시 정해 놓은 속도까지 가속된다.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을 바꾸면 스티어링 휠에 진동이 전달되고, 차선을 넘은 쪽에 제동력이 가해진다. 이외 안전을 위한 대책은 프리 세이프 기능 등 수 없이 많다. 주차할 때 360도를 모두 보여주는 카메라도 기본이다. 한 마디로 편의품목은 완벽하다. 더불어 디젤엔진이라고 진동소음이 클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솔린과 차이를 표현하라면 오로지 출발할 때 페달에 반응하는 속도일 뿐 이외는 구분하기 어렵다.

 


 편안한 승차감이라고 코너링이 약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너링은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적어도 대형 세단에서 S클래스의 코너링 성능은 충분하다. 굳이 역동적인 코너링을 즐기고 싶다면 스포츠모드를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S클래스 롱 버전의 주요 활용도는 VIP석의 편안함이다. VIP를 태우고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요한 것은 노면 진동을 서스펜션이 얼마나 잘 흡수해 충격량을 줄이느냐에 있다. 이른바 승차감이 매우 중요한 차급이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뉴 S클래스 350 블루텍 롱'을 시승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특징은 승차감이었다. 이전 S클래스보다 분명 진일보한 승차감을 극명하게 알려주는 곳은 역시 과속방지턱이었는데, 제 아무리 고급차라도 과속방지턱의 경우 뒷바퀴가 넘을 때 약간의 2차 충격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뉴 S클래스는 순간적으로 충격을 흡수해 버린다. 다시 말해 2차 충격이 전혀 없다. 미세한 부분이지만 오랜 기간 최고급 차종을 만들어 온 노하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총평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350 블루텍 판매량은 787대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6대에 비해 월등히 많다. 같은 기간 뉴 S클래스 전체 판매는 2,134대로 BMW 7시리즈의 968대, 아우디 A8의 654대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제 아무리 BMW와 아우디여도 S클래스 차급에선 역시 벤츠의 브랜드 벽을 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흔히 벤츠를 빗대 '숙성되지 않은 기술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제 아무리 좋은 것도 완성도가 확보돼야 자동차에 적용한다는 의미다. 벤츠는 이를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로 압축한다. 빨리 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가는 게 결국은 소비자를 위해 낫다는 철학 때문이다.

 


 뉴 S클래스 350 블루텍, 그 중에서도 롱(Long) 버전은 벤츠의 주력을 확장해 주는 제품이다. 350 블루텍을 선택하되 보다 넓은 차종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도 1억4,310만원으로 350 블루텍의 1억2,890만원보다 1,420만원 비싸다. 13.5㎝ 넓어진 실내, 그리고 360도 카메라 등 350 블루텍 대비 보강된 편의 및 거주성을 얻기 위한 비용인 셈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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