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이 국내 판매에 들어간 때는 2012년 5월이다. 초반 기세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해 8월부터 내리막을 걷더니 결국 300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고민하던 기아차의 대안은 2014년형이다. 면 발광 타입의 안개등 길이를 늘리고 방향지시등 위치를 바꿨다. 헤드램프 내 주간 주행등은 안개등 위로 옮겼다. 측면부는 펜더 가니시 크롬 테두리 두께를 조정했다. 뒷모습은 방향지시등 렌즈 커버를 흰색으로 변경했다.
 
 첨단 안전 및 편의품목도 보강했다. 전동식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를 전 차종에 기본 장착하고, 9.2인치 내비게이션은 3.3ℓ 이그제큐티브 이상에 채택했다. 또 횡 방향 장애물 감지 기능을 더한 후측방 경보 시스템, 동승석 메모리 시트, 운전석 위치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및 실내 조명밝기까지 저장할 수 있는 운전석 메모리 시트, 뒷좌석 암레스트 USB 충전단자 등을 추가했다.

 

 

 트림도 6개에서 5개로 조정했고, 가격은 3.3ℓ 프레스티지 4,990만원, 이그제큐티브 5,590만원, 3.8ℓ 노블레스 6,260만원, VIP 6,830만원, RVIP 7,830만원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3.3ℓ 프레스티지 가격을 놓고 "품목 보강에도 불구 최대 140만원 인하했다"고 강조했다. 이전 2013년형 프레스티지 5,228만원과 비교하면 표면적인 인하폭은 238만원이다. 그러나 238만원 속에는 배기량 2.0ℓ 이상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율 하락에 따른 세금 인하액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당초 5,228만원의 2013년형 K9 프레스티지는 2014년에 오면서 세액 62만원이 줄었다. 그리고 2014년형으로 오면서 기본 트림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배제됐다. 대신 상위 트림인 이그제큐티브를 헤드업 디스플레이 적용 차종으로 삼았다. 세액과 120만원 정도인 헤드업 디스플레이 가격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가격 인하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이전 프레스티지 트림에 없었던 전동식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를 추가, 헤드업 디스플레이 만큼의 가치를 보상했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비용의 두 품목 가치를 상쇄시킨 후 가격을 비교하면 2014년형이 148만원 가량 저렴한 만큼 분명 '인하'라는 얘기다.  

 

 ▲디자인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식변경에 따른 상품성 개선 차종인 만큼 품목 적용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K9의 전반적인 디자인 테마는 ‘역동성’이다. ‘파워 투 서프라이즈(power to surprise)’라는 기업 슬로건에서 보듯 기아차의 역동 추구는 2006년 이후부터 지속돼 온 철학이다.

 

 

 그래서 K9에도 역동성은 충분히 담겨 있다. 그러나 주력 차종 기준 6,000만원에 달하는 플래그십에서 역동성은 양날의 검이다. 대형 세단에서 역동성은 소비자의 '호불호(好不好)'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대형 세단은 규모가 크지 않은 시장이어서 어느 한 쪽의 선호도만 높은 게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물론 기아차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대형 세단에 역동성을 채택했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패밀리룩을 입힌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대형 세단의 전형을 따랐지만 소비자에게 품격과 역동을 구분 짓게 만드는 앞모습은 역동에 치중했다. 원형 대신 사각형을 선택한 LED 헤드램프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파격으로 평가된 부분이기도 하다.

 

 

 인테리어 곳곳은 고급을 담아내기 위한 갖가지 흔적이 충분히 엿보인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정보 전달에 충실한 계기판과 전자식 변속 레버의 형상은 인상적이다. 시프트 레버의 경우 여러 형태 중 사람의 손에 가장 쉽고, 편안하게 잡히는 형태를 완성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센티페시어는 대형 세단의 여유 공간을 보여주듯 좌우로 넓게 자리했고, 시트는 엉덩이를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을 준다. 주행 중에도 시트 쿠션이 좋아 충격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성능 및 승차감

 


 V6 3.8ℓ 람다엔진은 최고 334마력, 40.3㎏.m의 토크를 발휘한다. 19인치 타이어, 자동 8단 변속기가 조합돼 복합 기준 ℓ당 9.3㎞의 효율이다. 공차 중량은 1,910㎏이다. 물론 대형 세단인 만큼 편의품목은 충분하다.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람다 엔진의 힘으로 1,910㎏의 중량은 어렵지 않게 움직인다. 페달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움직임은 묵직하다. 특히 고속에서 안정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진동소음은 수준급이다. 국산차의 진동소음 억제 능력은 이제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유럽 독일차 대비 낫다는 평가도 많다.

 

 

 먼저 노멀 모드를 활용했다. 부드럽되 단단함도 분명 느껴진다. 유럽 지향의 대형 세단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한층 더 단단해진다. 스포츠 모드에 다소 비트가 빠른 음악을 틀었다. 렉시콘 오디오를 통해 선명한 음질이 흘러나온다. 이 때 클러스터 표시 컨텐츠 변경은 스티어링 휠의 햅틱 스위치를 활용하면 된다. 8인치 내비게이션은 센터페시어 상단 좌우 송풍구 사이에 자리했고, 그 아래에 아날로그 형태의 시계가 마련돼 있다. 대형 세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날로그적 고급 감성을 위한 품목이다.

 

 

 사실 대형 세단, 플래그십 정도가 되면 각종 편의품목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어지간한 것은 기본에 모두 포함돼 있어서다. 다만 같은 품목이라도 어떤 소재를 썼고, 어떤 브랜드 품목을 사용했느냐가 곧 차별화다. 예를 들어오디오의 경우 K9 3.3ℓ 기본형인 프레스티지와 이그제큐티브에는 모비스가 개발한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간 반면 3.8ℓ 차종에는 렉시콘 시스템이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 뒷좌석 듀얼 모니터 또한 3.8ℓ부터 적용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플래그십으로서 K9의 주력은 3.8ℓ 노블레스 트림 이상으로 봐야 한다. 기아차 또한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걸림돌은 6,26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마련된 선택품목을 모두 포함시키면 7,126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7,000만원 이상의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라면 국산차 외에 다른 대안이 많다. 수입사들이 앞 다퉈 내놓은 주력 차종이 7,000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한다. 하지만 기아차가 내세우는 것은 각종 편의품목과 넓은 실내 공간이다. 그리고 K9 개발 때 유럽 프리미엄 차종에 들어가는 동일 시스템을 과감하게 채택하기도 했다. 원가절감보다 제품력 향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기아차로선 프리미엄 제품 개발능력의 시험 차종이 K9이었던 셈이다.

 

 ▲총평

 


 사실 K9을 타보면 제동력, 승차감, 각종 편의품목, 넓은 실내 공간 등 흠 잡을 곳이 없다. 운전자 오감을 만족시키려 한 시트와 각종 스위치 조작감 등도 수준급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주목은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 브랜드와 가격이다. 특히 브랜드 경쟁력이 문제다. 그래서 K9을 일컬어 ‘저평가된 차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품력에 비해 소비자 인식이 낮다는 얘기다. 그러나 역동적 디자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지나친 역동성은 VIP가 타기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주변에서 쉽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가격이다. 뒤늦게 가격을 내렸지만 이미 소비자로부터 멀어진 때였다. 게다가 가격 인하도 내용 면에선 '과감'으로 평가할 만큼 과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2014년형 K9이 주목을 받으려면 그에 걸 맞는 제품력 부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남들이 하는 방법으로 브랜드 벽을 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직접 타보면 분명 저평가된 차종임을 누구나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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