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 이모 씨(28)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을 뽑는 곳이 없어 다른 업종을 찾아보는 중이다. 그는 "수입차 회사에서 일해 보고 싶었는데 입사 지원서 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수입차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관련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대졸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BMW, 폭스바겐,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다는 것도 젊은 취업 준비생들이 문을 두드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대졸 신입 채용은 인색···영업·정비 위주로만 뽑아
지난해 수입차 업계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주관으로 제1회 수입차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고용을 늘리겠다는 취지가 배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별다른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는 일부 딜러사에서 직원을 뽑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 영업, 정비 등 특화된 내용으로 채용을 진행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최근 들어선 일부 채용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8개 딜러사의 서비스·영업 직원 290명을 모집했다. 수입차 한국법인에서 대규모 채용 시스템을 가동하긴 처음이다.
BMW코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일손이 부족한 영업, 정비 등 외주 인력만 늘리고 있다. 사무직, 마케팅 등으로 채용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 모집도 대부분 대졸자보단 경력직 상시 채용이어서 신입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 어렵다. 차를 더 팔기 위해 딜러 조직의 덩치만 키우고 있다. 필요시 비정규직 인턴을 쓰거나 경력 채용에 그치고 있는 것. 독일차 회사 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즉각적으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찾다보니 신입보단 경력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 특성상 필요한 인력은 경력자로 대체하는 경우가 잦다. 직장인 김모 씨(37)는 올 초 유럽차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외국계 기업의 홍보·마케팅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그는 헤드헌터를 통해 자동차 업종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김씨는 "비슷한 업무 경험이 이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다양한 시설 투자로 고용 창출해야
2004년 국내 점유율 2%대에 머무르던 수입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로 치솟으며 10년 사이 급성장했다. 올해는 18만 대 이상 팔려 점유율 15%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수입차 전체 매출도 지난해 8조 원을 훌 쩍 뛰어넘어 10조 원 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업계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지만 완성차 업계와 비교하면 일자리엔 소극적이다. 지난해 44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직원 수는 4400여 명이다. 작년 영업이익 1090억 원을 올린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4개 브랜드의 본사 직원은 4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의 한국지사에서 뽑는 한 해 신규 채용은 적게는 3~4명, 많게는 10여 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한국에서 차를 팔아 벌어들인 일부 비용은 기부금으로 내는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에도 소홀하다.
한국고용노동연구원 최영우 교수는 "수입차는 제조(생산공장)가 없고 판매·영업 위주여서 고용 유발 효과가 미미하다" 며 "위탁에 의존하는 AS(서비스) 직영 전환이나 고객 관련 시설 등을 만들어 고용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뒤늦게 판매 외에 다양한 시설 투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는 자동차 문화공간으로 준비중인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를 올여름 개관하며, 한국도요타는 서울에 렉서스 브랜드 체험관을 개장하고 신규 고용에 나섰다.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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