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트럭코리아가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섰다. 지난 12일 주력 차종의 신차 발표회를 아시아 대표로 개최한데 이어 13일에는 경기도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에 종합출고센터를 개소했다. 총 면적 4만7,524㎡에 이르는 평택센터는 그룹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규모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여기에 신차 출시 이후 아시아 지역 잠재 소비자와 언론, 관계사 1,600여 명을 평택 센터에 초청, 2주간 대형 체험행사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마련한 볼보트럭코리아의 신차 체험행사에 오토타임즈가 참여했다.

 


 ▲오전 - 교육 세션


 회사는 평택 센터 부지 위에 총 7개 스테이션을 마련하고 교육 및 시승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오전 중에는 5개의 세션을 돌며 새 제품과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료효율, 가동시간(uptime), 생산성, 편의품목, 안전과 보안 등을 주제로 설명이 이어졌다. 행사 대상이 물류업 종사자나 상용차 운영자에 맞춰진 만큼 내용이 꽤나 전문적이다.

 

 모든 주제가 경제성으로 귀결되는 점이 흥미롭다. 운전자가 일반 승용차와 상용차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달라서다. 둘 다 자동차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승용차가 운전자의 일상 생활에 녹아있는 상품이라면 상용차는 공장에 설치된 기계와 비슷하다. 보다 많은 짐을 효율적으로 날라야 운영자의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제조 공장에서나 들을법한 가동률이나 생산성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보완하기 위해 참여형 게임을 곳곳에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효율적으로 짐을 싣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트럭 모형에 최대한 많은 블록을 쌓는지 겨루는 식이다. 국내 법규상 차의 높이는 4m를 넘어선 안되는데, 적재물을 포함한 높이도 동일하다. 그래서 게임 상의 블록도 차 모형의 높이를 넘으면 실격이다. 터치식 화면을 통해 새로운 안전·보안 기술을 소개하거나, 트랙터 캡을 절단한 모형을 직접 촬영하고 디자인 변화와 실내 편의품목을 살펴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오후 - 시승 세션


 대형 트럭은 1종 대형면허 소지자만 공도 상에서 운전할 수 있다.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물류 센터 내 설치한 트랙에서 간단히 볼보트럭의 신차를 체험했다. 트랙터 등을 동승했던 경험은 더러 있었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는 일반 도로와 오프로드 두 가지로 준비됐다. 일반 코스는 신형 트랙터 FH의 주행 편의성과 조향 성능, 직진 안정성을 체험해보는 기회다. 배정된 순서에 따라 신차의 주력 트림인 FH 540에 올랐다. 배기량 1만2,777㏄에 최고 540마력, 최대 254㎏·m의 성능을 내는 차다.

 

 

 높이 4m에 이르는 차에 타는 일부터 버겁다. 눈높이보다 위에 있는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고, 양 옆에 마련된 손잡이를 잡고 다락방 오르듯 운전석으로 향한다. 시트 포지션은 전동으로 맞춘다. 왼발 쪽 발판을 밟으면 스티어링휠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2층 건물 높이에서 내려다본 코스가 낯설다. 조금 무서울 수도 있지만 탁 트인 시야가 일품이다. 사이드미러는 양쪽에 양단 구성으로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차가 큰 만큼 이리저리 둘러봐야 할 곳이 많다. 그러나 높이에 비해 너비는 생각보다 부담이 덜했다.

 

 


 시동을 걸자 생각보다 조용히 엔진이 깨어난다. 상용차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상용차는 승용차 이상으로 소음·진동과 승차감이 중요한 분야다. 하루에 수백㎞씩 장거리 주행을 하는 운전자들에게 시끄럽고 피곤한 차는 혹평을 받는다. 에어 쿠션을 장착한 시트가 편안히 몸을 감싼다.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시동음은 적절히 억제됐다. 정지 중이나 주행 중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기어를 오토(A)에 놓고 차를 움직였다. 트럭을 운전해본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겠지만, 가속페달 반응이 정말로 예민하다. 조금만 발에 힘을 줘도 차가 있는 힘껏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다. 갑작스레 페달을 밟거나 발을 떼면 말을 타듯 울렁거린다. 느긋하게 일정한 힘과 속도로 페달을 조절하는 게 요령이다. 대형 엔진의 특성상 엔진의 고회전 영역은 배제된다. 레드존은 2,200RPM 전후, 저속 주행에선 1,000RPM 언저리면 충분하다.

 


 핸들링은 생각보다 편안하다. 신형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조향 성능이다.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VDS)라는 이름의 신기술은 전기모터를 장착한 일종의 파워 스티어링 휠이다. 한손가락 만으로 조작이 가능할 정도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여기에 방해물과 패인 도로에서도 스티어링휠이 휙휙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안정성이 높은 것도 강점이다. 시승 코스 마지막에 장애물을 설치한 도로를 지나면 안전요원이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고 직진을 해보라"고 지시한다. 불안한 마음과 달리 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똑바로 나아간다.

 


 신형 FM의 또다른 강점은 선회 범위가 작다는 점이다. 역시 VDS를 장착하면서 얻게 된 이점이다. 시승코스는 유난히 좁고 빠듯한 코너가 많았다. 기존보다 차폭 하나 이상만큼 회전 반경이 줄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처음에는 브레이크 페달에 자꾸 발이 갔지만, 유턴 코스를 반복해 지나가면서 부드럽게 차를 돌릴 수 있었다.

 

 이어진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트랙터 FMX 500을 시승했다. 배기량은 앞서 경험한 FH와 동일한 1만2,777㏄지만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500마력, 255㎏·m로 조금 낮다. 건설현장에서 종종 보게되는 덤프트럭으로, 실제 주행과 비슷하게 느끼도록 화물칸에는 짐이 가득 실었다.

 


 FMX 중 앞 구동축이 두 개인 8x4(8개의 바퀴에 4개 바퀴가 구동력을 발휘) 형식에 올랐다. 앞선 FM과 달리 VDS를 장착하진 않았지만, 험로 탈출용 디퍼런셜 락이 구비됐다. 노면이 일정치 않은 도로에서 차동기어를 잠궈 접지력이 살아있는 바퀴에 힘이 충분히 전달되도록 하는 장치다.

 


 디퍼런셜 락은 사륜구동 SUV에서도 종종 만나볼 수 있는 장치다. 그러나 상용차에서 체험한 디퍼런셜 락의 강력함은 승용 SUV의 그것과 느낌이 달랐다. 동승자의 지시에 따라 처음에는 5단 기어에서 락을 걸지 않고 모래와 흙으로 된 언덕길을 올랐다.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차가 뒤로 밀리는 게 느껴진다. 다시 언덕 입구로 내려온 뒤 기어를 저단으로 내리고 디퍼런셜 락을 걸었다. 앞뒤축을 잠그는 1단계, 네 개 바퀴를 모두 잠그는 2단계가 있지만 웬만한 코스는 1단계면 충분했다.

 

 공사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군데군데 노면이 파인 언덕길, 깊은 물웅덩이를 지나면서 생각보다 운전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낯선 환경에 처음 운전하는 대형 덤프인 만큼 신경이 곤두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면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충격이 잘 억제됐다는 점은 충분히 체험할 수 있었다.

 

 ▲마치며


 상용차 부문은 건설과 무역 등 거대 산업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올해 볼보트럭은 국내 상용차 시장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굵직한 행보가 의아하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이창하 볼보트럭코리아 세일즈&마케팅부 상무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시장"이라며 "시장 규모로나 자동차 산업에서의 위상을 아시아를 대표해 한국에서 대규모 신차 출시 및 시승행사를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상무는 "IMF와 유럽발 경제 위기에서도 볼보트럭은 한국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왔다"며 "이번 행사도 '신차를 직접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경험해보도록 하라'는 본사의 직접적인 지시로 성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볼보트럭코리아는 “1996년 출범 이후 업계 선두를 이어온 영광을 신차를 통해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제품력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다. 상용차 시장은 '입소문'이 무서운 곳이다. 업계 종사자들 사이의 평가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로 판을 키운 볼보의 신형 트럭 알리기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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