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이 7월로 연기됐다. 명목상 이유는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케팅 효과 저하를 우려한 조치라는 게 모터스포츠계의 견해다.

 

 모터스포츠는 가장 상업적인 프로 스포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경기인 F1(포뮬러1) 역시 천문학적인 돈이 오간다. 대회 가치를 떠나 상업적 측면만 고려했을 때 올림픽, 월드컵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기반이 취약한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관람객이 적어 티켓 수익은 기대할 수 없고, 후원사 유치도 쉽지 않다. 결국 팀과 대회의 생명줄을 후원사가 쥐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대회를 주최하고 참가하는 프로모터나 팀에게도 가장 중요한 업무가 후원사 유치이고, 이들의 입김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회 일정부터 세부 내용 등 후원사가 관여하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다.  

 


 CJ가 후원을 맡은 슈퍼레이스나 현대자동차가 주최하는 KSF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실제 세월호 참사 직후 열린 개막전에서 슈퍼레이스는 'CJ'라는 후원사 타이틀을 모두 빼야만 했다. 사고로 인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아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후원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CJ레이싱팀 역시 팀 이름에서 기업명을 가리고 경기에 출전했다. 또한 5월초 연휴에 펼쳐질 예정이었던 2라운드 경기는 연기됐다.

 

 KSF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개막전을 열지도 못했다. 당초 5월23일 송도 도심 레이스를 시작으로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참사 여파로 미뤄둔 상황이다. 국가적인 슬픔이 근본적인 이유다. 6월 시즌을 시작한 뒤 송도 레이스를 개최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7월로 전격 연기됐다. 개막전은 무조건 송도에서 열어야 한다는 후원사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탓이다.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섭외, 브랜드 이벤트인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 등에 후원사가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한 게 이유다. 결국 KSF는 모터스포츠가 아닌 후원사가 펼치는 연간 이벤트의 한 갈래라는 의미다.

 

 6월 대회 개최가 무산된 이유는 '월드컵' 때문이다. 현대차가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어 6월 개막전이 열리면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가 월드컵에 묻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반영됐다. 

 


 사실 모터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로서 존중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KSF의 경우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담당하면서 이 같은 스포츠 정신의 약화는 더욱 심화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시작한 대회가 마케팅 수단으로 변모하면서 선수들도 그만큼 지쳐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나친 후원사 마케팅 집중 현상이 선수들의 이탈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KSF에 참가를 계획했던 바보몰과 아트라스BX 레이싱팀이 불참을 선언했다. 선수들의 일정을 배려하지 않는 주최측의 횡포(?)에 더 이상 휘둘리기 싫다는 게 불참 선언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후원사 영향력에 있는 몇 팀은 대회에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돈줄이 끊기면 대회 참가는커녕 팀을 유지할 수 없어서다.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아무리 돈의 논리가 우선인 프로 스포츠라 할지라도 근간에는 구성원의 땀과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마케팅 효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기본적은 것은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의 행복이다. 후원사 입맛에 따라 오랜 시간 경기를 준비해 온 팀 계획까지 변동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개막전 하루를 위해서 지난 몇 개월간 준비해 온 각 팀과 선수들은 지금 무기력에 빠져 있다.

 

 7월 연기 소식을 접한 후 KSF에 참가 중인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준비 기간이 더 길어졌으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네요"라고 전했다. 하지만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야구도, 축구도 다 정상적으로 치러지는데 왜 모터스포츠는 후원사에 따라 연기돼야 할까요"라고 되묻는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현실이 안타깝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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