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미국의 한 드라마에서 주연배우 못지않게 신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자동차였다. 이 차량에는 온갖 신기한 기능이 있어 사람 목소리로 운전자에게 이것저것을 안내하는가 하면, 전방 또는 후방에 장애물이 있으면 신호를 보내주기도 했다. 당시에는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요소들이었지만,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누구나 현실에서 타고 다니는 일상 자동차의 기능이 됐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자동차를 '스마트카'라고 부른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스마트카 시장 확대와 국내 ICT 업계의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스마트카 시장은 230조원 규모로, 2018년까지 매년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7일 밝혔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ICT 관련 항목은 성능, 연비, 디자인, 내구성 등과 함께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신경쓰는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정부는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스마트카를 주목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차량 스스로 미끄럼을 감지해 브레이크 압력과 엔진 출력을 제어하는 장치, 타이어의 공기압·온도 등을 적정 상태로 유지해 제동력 등을 향상시켜주는 장치 등의 의무 장착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도로교통공단,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의 자료를 토대로 스마트카가 확산되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6조8천원 줄어들고 사망자는 2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ICT 생산업체들은 업계간 협력으로 스마트카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부품 업체는 스마트폰 대응 미흡에 따른 최근의 실적부진을 만회하고자 사업의 무게중심을 자동차로 이동했다. AT&T(미국) 등 세계적인 통신사들은 자동차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식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의 완성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지만 스마트카 관련 기술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의 자동차용 반도체 상위 25개 업체 중 한국 업체는 아예 없고, 이에 따라 국산화율은 1.8%에 불과하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업체로는 일본, 대만 업체가 주도권을 쥔 가운데 국내 업체로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4위를 차지했다. 자동차와 ICT 업체간 협력 미흡으로 스마트카 서비스 정착이 어려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윤정 선임연구원은 "스마트카 핵심기술의 국산화, 업계 또는 대·중소기업간 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인재 양성, 유망 중소기업 발굴 등으로 선순환적 스마트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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