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1월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탄생했다. 세계 2위 자동차기업 GM이 여성인 '메리 바라'를 최고 경영자로 임명한 것.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업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금녀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자동차업계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부터 여성의 파워가 점차 커지는 중이었지만 전통적인 굴뚝산업으로 여겨지던 자동차회사, 그것도 연간 900만대 이상 생산의 거대기업 최고 경영자로선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여풍(女風)'은 한국에서도 거세다. 지난해 부임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CEO 브리타 제에거가 대표적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 능력과 탁월한 리더십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다임러그룹 회장인 디터제체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형 S클래스 출범식에는 디터제체 회장이 직접 참석, S클래스와 벤츠코리아의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덕분에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5% 늘었고, 목표 성장율을 초과했다. 

 

 벤츠는 이 외에도 여성 임원들의 파워가 만만치 않다. 2009년에는 브랜드와 제품 홍보를 담당하는 박주혜 마케팅 총괄 상무를 영입했다. 프라다와 루이비통코리아 등 명품 브랜드에서 20년 이상 근무해 프리미엄 마케팅 및 홍보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2012년에는 기업 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하고 예성희 이사를 앉혔다. 독일 본사 홍보와 사회공헌 활동, 재무 정보, 판매사와의 관계 등을 담당한다. 올해 1월에는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가 아디 오펙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오펙 대표는 2000년 이스라엘다임러파이낸셜서비스에 입사했으며, 2007년 아시아·아프리카 최초 여성 임원으로 활동했다.

 


 BMW코리아에는 미니 브랜드를 총괄하는 주양예 이사가 있다. 주 이사는 2007년 BMW코리아에 입사해 2010년 홍보 총괄 이사로 승진했다. 이후 미니 브랜드로 자리를 옮겨 홍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BMW코리아 미래재단'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며 업계를 선도해 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브랜드에서는 포드코리아 노선희 이사, 일본차에서는 한국닛산 심묘순 상무가 유일하다. 포드코리아 노 이사의 경우 2005년 상용차업체인 스카니아코리아 마케팅 및 홍보 총괄을 거쳐 자동차업계에 몸담았다. 지난 2011년 말 독일차 열풍에 시달리던 포드코리아가 노 이사를 전격 발탁했던 배경이다.

 

 한국닛산 심 상무는 수입차업계에서 활약한 1세대 여성 임원이다. BMW코리아 초창기 멤버였으며, 2004년 한국닛산에 합류해 창립을 함께 했다. 또한 대부분 여성 임원들이 마케팅과 홍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재무와 회계에 능통한 게 특징이다. 현재는 재무와 인사, 경영지원을 책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선 한국지엠의 여풍이 가장 세다. 홍보부문 황지나 부사장과 마케팅담당 이경애 전무, 최고재무 책임자 미네르바 마티백 부사장 등을 포함해 총 10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 중이다. 홍보부문 황 부사장은 2011년부터 홍보 업무를 책임졌으며, 지난 3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내외 홍보와 기업 브랜딩, 위기관리 등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케팅담당 이 전무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2008년 한국지엠에 입사 후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 출범을 이끌어왔다. 쉐보레의 성공적인 안착 이후 핵심 프로젝트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마티백 부사장은 한국지엠의 첫 여성 CFO이자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 지사의 재무 업무 총괄책임자로 활동했다. 1997년 GM 아시아태평양 본부 재무 분야에서 근무를 시작했으며, 브라질과 미국에서 글로벌 자동차 개발 재무조직 책임 업무를 맡기도 했다.  

 


 르노삼성도 최근 최고 재무책임자에 여성 임원을 임명했다. 전 에어리퀴드USA 부사장 출신인 최숙아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여성 CFO는 2009년 르노삼성 출범 이후 최초다. 최 전무는 미국 산업용 가스 전문 생산업체인 에어리퀴드 한국지사에서 재무부문을 담당했다. 당초 르노본사에서 CFO를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원활한 내부 소통을 위해 내국인으로 선발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홍보본부 총괄은 2012년부터 황은영 상무가 담당하고 있다. 황 상무는 OECD 등 국제기구의 한국 정부와 기업 대표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황 상무의 영입을 통해 르노삼성의 대외 홍보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강화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최초 여성 임원이었던 김화자 이사대우와 채양선 전무가 퇴사하면서 현대차 마케팅전략실장 최명화 상무만이 유일한 여성 임원으로 남았다. 최 상무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킨지와 두산그룹, LG전자를 거치며 마케팅을 익혔다. 그는 여성의 세심함을 자동차에 투영,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이 최근 자동차업계에 여성 임원이 늘어나는 현상은 여성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여성의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이들의 소비 패턴을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는 여성이 오히려 적임자라는 것. 특히 여성 소비자의 경우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유행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지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 서울마케팅 리서치 관계자는 "수 년 전부터 여성 소비자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자동차가 조립 산업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측면이 강조된 복합 산업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기에 따라 여성임원이 증감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성 임원이 마케팅 및 홍보 부문에만 한정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업계 우먼 파워'가 아니라 '마케팅 업계 우먼 파워'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자동차와 그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여 '자동차 아는 여자'가 돼야한다는 설명이다. 메리 바라가 GM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도 그녀가 GM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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