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는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며 당시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패션 등을 다시 찾는 20~40대를 의미하는 말이다. 일부 마니아층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신조어였지만 이제 젊은 층의 소비·문화 패턴을 두루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삶이 각박해질수록 천진하고 재밌는 것을 찾는 이들의 감성을 아우르는 하나의 코드가 된 셈이다.

 


 자동차와 레고, 얼핏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두 제품 모두 키덜트를 공략하기 위한 머리 싸움이 치열한 영역이다. 가격과 연료효율 등 경제성이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제품이 자동차지만 최근 톡톡 튀는 디자인, 주행 감성, 기발한 편의품목 도입은 분명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완구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해 온 레고 역시 주 소비층이 어린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을 레고와 함께 보낸 젊은 부부들은 아이에게 레고를 사주면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데 개의치 않는다. 동호회 사이트 등에는 자신의 컬렉션을 지키기 위해 아내 또는 자식과 전쟁(?)을 치른다는 사연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상품 자체로 파고들면 레고와 자동차 관계는 더욱 가까워진다. 다양한 레고의 상품군에는 자동차 모형이 포함돼 있다. 페라리, 맥라렌 등 슈퍼카를 비롯해 경주차부터 대형트럭 등 화물차에 이르기까지 레고가 다루는 자동차 관련 제품은 무척 다양하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레고 마니아들은 자동차를 주제로 놀라운 창작물을 만들고 동호인들은 열광한다. 올해초에는 성인 두 명이 타고 실제 주행까지 가능한 레고 작품이 등장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스티브 사마티노'와 '라울 오아이다'라는 두 젊은이가 진행한 '슈퍼 어섬 마이크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이 작품은 고압 공기 펌프로 작동하는 엔진을 장착해 주행에 성공했다. 최고 시속 36㎞에 이르는 이 차는 단순한 장난감의 영역을 넘어섰다.

 

 지난 2012년에는 흥미로운 뉴스가 외신에 공개됐다. 레고가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어 생산 업체라는 것. 이들이 만드는 타이어는 0.5~4.2인치의 작은 크기지만 연 생산규모는 3억8,100만개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레고로 자신만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레고의 주력 상품군인 '테크닉'에 대한 관심을 불러온다. 테크닉은 사실적인 기능, 실물처럼 정교한 세부 기능, 도전의식을 불러오는 조립 난도로 유명한 브랜드다. 복잡한 기어와 모터 등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테크닉 제품에 성인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이중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제품은 42022 클래식 몬스터다. 핫로드카를 표현한 이 제품은 엔진의 피스톤과 접이식 지붕이 실제로 움직일 정도로 사실적이다. 멋스러운 광폭 타이어와 강렬한 불꽃 형상 스티커, 세밀한 차체 구조는 자동차 마니아 구미를 자극했다.

 

 레고코리아 테크닉부문 마케팅 관계자에게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그러자 "테크닉은 공학적인 아름다움과 재미있는 구조, 조립의 즐거움 등을 추구하는 성인 소비자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주어진 설명서 외에 다양한 변형을 하기 좋아 특히 마니아층이 두터운 브랜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른바 키덜트 문화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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