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닛산자동차 설립과 함께 가장 먼저 문을 연 요코하마 공장은 닛산의 본부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긴자에 위치한 본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지만 여전히 역사적인 상징성이 강해 수천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공장 1구역에 위치한 게스트 홀에는 헤리티지관과 엔진 박물관이 있다. 닛산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초창기 엔진부터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차세대 기술까지 함께 전시돼 있다. 

 


 요코하마 공장은 현재 3,500명의 직원들이 엔진과 전기 모터, 서스펜션 등을 생산한다. 여기서 만드는 엔진은 5종이며, 닛산 전체의 약 12%를 차지한다. 그 중 GT-R에 탑재되는 모든 엔진은 여기서 내보낸다. GT-R 엔진은 '타쿠미'라고 불리는 기술 장인이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완성된 엔진에는 타쿠미 본인의 이름이 새겨진 알루미늄 네임 플레이트가 부착된다.

 


 '타쿠미'는 일본어로 장인을 의미한다. 요코하마 공장에는 총 4명의 타쿠미가 근무한다. GT-R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장인이 단 4명뿐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타쿠미 4명을 리더로 24명이 팀을 이뤄 하루 17개의 엔진을 생산한다. 팀원들은 374개의 부품 중 기본적인 조립을 담당하며, 중요한 120개의 항목은 타쿠미가 손수 확인한다. 이날 소개를 맡은 경력 20년의 타쿠미 쿠로사와는 "엔진은 기계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니고, 각각의 개성이 있어 직접 손으로 맞춰야 한다"며 "온도나 습도, 기압에 따라 상태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타쿠미들은 엔진을 만드는 최적의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클린룸의 온도를 23도로 유지한다. 습도는 52~57%, 기압은 외부보다 20% 정도 높여 먼지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한다. 볼트 하나를 조일 때도 한 번에 하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눠 견고하게 진행한다. 0.1㎜ 이하의 단차도 측정 도구를 통해 손끝의 감각으로 확인한다. 타쿠미 쿠로사와는 "모든 엔진이 타쿠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다"며 "엔진 사운드만 확인하고도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방문한 자마 오퍼레이션 센터에는 닷슨과 프린스를 포함한 닛산의 전 차종이 전시됐다. 일반 승용차부터 레이싱과 랠리용 경주차 및 전기차가 전시장을 채웠다. 전시차는 대부분 소비자가 기부한 것들로 70% 이상이 운전 가능한 상태다. 관람 안내는 닛산을 퇴직한 자원봉사자들이 맡았다. 누구보다 닛산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박물관 안내를 한다고 했다. 안내를 맡은 사람 중 한 명은 "70년대 닛산의 엔지니어링을 담당했다"며 "이 곳에 있는 몇몇 차를 직접 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내에 따라 1930년대 닷슨부터 살폈다. 닷슨은 닛산의 전신으로 세 명의 동업자들(Den, Aoyama, Takeuchi)이 이니셜을 조합해 이름을 지었다. 그들이 1933년 처음으로 선보인 12 페이톤은 오른쪽에 스티어링 휠을 장착한 첫 차다. 최고 12마력을 발휘하는 747㏄ 엔진을 탑재했다.

 

 프린스자동차를 합병하며 내놓은 1세대 GT-R은 1969년 2월 출시됐다. 매끈한 차체 라인에 직렬 6기통 1,989㏄ 엔진을 조합, 최고 160마력을 냈다. 최고 속도는 200㎞/h, 0→400m는 16.1초 만에 돌파했다. 1969년 JAF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 이후에는 쿠페형도 선보였다. 국내에는 370Z로 알려진 페어레이디 Z도 한 편을 차지했다. 1969년 11월 소개됐으며, 432 버전은 GT-R과 동일한 160마력 엔진을 얹었다. 432라는 이름은 4 밸브, 3 기화기, 2 캠샤프트를 의미한다.

 


 이 외에도 마치와 같은 컴팩트카 비원(Be-1), 최초의 FF를 장착한 체리, 40년대 전기차인  타마 등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차들이 소개됐다. 안내를 담당한 닛산 관계자는 "여기에 있는 차들은 닛산의 유산임과 동시에 세계 자동차 역사의 유산"이라며 "자동차 역사 중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날 닛산이 보여준 요코하마 공장과 자마 오퍼레이션 센터는 여느 공장들과 다소 달랐다. 공장의 면적이나 직원, 생산 기술과 신제품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닛산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든 닛산이었다. 이를 통해 닛산이 보여주려는 것은 자동차 회사의 진짜 해리티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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