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면 뭐해,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와이셔츠 입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직에 대한 동경은 옛말이 돼 가고 있다.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블루칼라 생산직으로의 전환을 자청하는 시대가 됐다. 고용불안이 가장 큰 이유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대기업 사상 처음으로 일반 사무직을 대상으로 생산직 전환을 실시했다.

 

 올해 현대차 노사의 단체교섭 협상안에 포함된 '직급체계 개선안'에 따라 지난 21일까지 '구 사무직'을 대상으로 생산직전환 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17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공장뿐만 아니라 남양연구소에 근무 중인 인력들도 일부 포함됐다.

 

 '구사무직'은 2000년 6월 이전 입사한 고졸출신 사무직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졸과 초대졸 등의 일반직과 고졸출신의 사무직을 구분해 운영해오다 2000년 6월이후 대졸과 고졸을 구분하지 않고 일반직으로 통합했다.

 

 이번에 생산직 전환을 신청한 인원은 구사무직 1300여명(현 재직인원)가운데 13%에 해당한다. 현대차노사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구 사무직 대리이하 직원들이 생산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1회에 한해 허용해주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현대차노조 관계자는 "고졸출신의 사무직들이 일반직으로 통합되면서 대졸출신과의 승진기회 및 업무 등의 차별이 있었고, 노조 조합원을 유지하느냐 비조합원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이 그동안 꾸준히 생산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현대차 사무직의 경우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원 자격을 잃게 되지만, 생산직으로 갈아타면 직급에 관계없이 노조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고, 과장 승진에 관계없이 생산직은 정년보장(만60세)이 된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고용불안으로 베이비붐 이후 세대들이 회사에서 언제 구조조정될 지 모르는 불안감이 확산돼 이같은 생산직전환 현상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전 기업에 해당되는 공통적인 문제"라며 "심지어 공무원들도 5급 이상의 고시출신보다 7급 이하의 정년보장이 되는 하급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대졸출신들이 자신의 학력을 속이고까지 자동차 생산직으로 입사해 길게 가려고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며 "특히 현대차처럼 노조의 세력이 강한 기업들은 직원들의 이런 성향이 강할 것"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이번 생산직 전환 대상이 일반 사무직 전체가 아닌 2000년이전 고졸사무직으로 한정된 만큼 확대해석에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업무전환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사원들이 과장으로 진급하기 전에 생산직 군으로 전환을 신청, '만년 대리'로 머물면서 정년을 보장받아 필요 이상으로 생산직 인력이 늘 수 있고, 기존 생산직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업무경험과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상시적으로 생산직 전환을 허용하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170여명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내부 심의를 거쳐 향후 190여개에 달하는 생산직 관련 업무에 내년 1월1일까지 업무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최인웅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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