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부산 신호동의 르노삼성자동차 체크&리페어 공장. 이곳에 들어서니 ‘뉴SM5플래티넘’이 검사라인을 타고 물흐르 듯 흘러가면서 조립상태와 품질검사를 받고 있었다. 1개 라인에서 5개 차량을 혼류생산하는 공장라인에 신차 모습이 늘면서 회사 기력회복에 효자상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생산라인에서 만난 김도영 전수검사조립팀 선임기사(35)는 “요새 신차 인기가 올라가면서 생산량이 늘고 있다”며 “모처럼 일할 맛이 난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신차 덕택에 지난 19일부터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동안 잔업도 재개했다”며 “한 달에 800~1000대 더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락 제조혁신팀 과장은 “최근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올 1월부터 중단됐던 잔업을 재개하면서 ‘이젠, 살았다’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웃음이 사라졌던 공장라인 직원들의 얼굴에 여유와 의욕이 다시 생겨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옆에 있던 한 직원도 “떠난 동료를 위해서라도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내년 이때쯤은 정상궤도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처럼 르노삼성차의 모습은 올초와 완전 딴판이다. 지난 3월에는 내수판매 부진에다 수출까지 줄어 평일 중 하루 공장 문을 닫았다. 이후 3일 평일 근무를 쉬는가 하면 9월에는 희망퇴직을 받아 350여명이 공장을 떠났다. 그러던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11개월 만에 하루 1시간 잔업까지 하면서 생기를 되찾게 된 것은 지난 7일 출시한 중형차 뉴SM5 플래티넘이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차는 완전 변경된 신차가 아닌데도 출시 1주일 만에 2200대가 계약됐다. 회사 측은 11월 내수판매는 5500대를 넘어 6000대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7759대에는 못 미치지만 전달 판매량 4677대에 비하면 의미있는 판매신장이다.

 

 삼성 측은 신차의 성공에 대해 디자인에서 성공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노그룹으로부터 디자인 부분의 전권을 위임받은 르노삼성 디자인센터에서 한국디자이너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고객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중형세단 구입에는 외관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한국인의 감성과 입맛에 맞는 디자인으로 성공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차 후면은 면발광 방식의 LED(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해 빛을 균일하게 발산하고 크롬으로 마무리해 세련된 느낌을 주는 데다 완성도 높은 내부는 수입차 수준의 첨단 편의장치를 갖춰 한국인이 좋아하는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꾸민 것도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뉴SM5 플래티넘은 품질과 내구성으로 지켜온 명성과 시대를 앞서가는 프리미엄 중형 세단에 걸맞은 품격 있고 역동적인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모델”이라며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이 신차의 성공적인 출시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차는 R&D(연구·개발)를 통해 수익성 강화를 위한 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4년까지 품질과 비용을 담보한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14년부터 닛산의 ‘로그’ 미국 수출용 차량을 연간 8만대 생산할 계획도 있다. 이 차량의 부품생산도 국내 부품업체들이 참여하도록 국산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부산공장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가운데 최고 경쟁력을 갖춘 생산기지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회사 측 전략이다. 기존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확충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내년에는 전기차도 출시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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