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업계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정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가 직영하는 주유소 수는 1천789개로 작년(1천848개)에 비해 3.1% 줄었다. 2000년대 들어 줄곧 2천개를 웃돌던 직영주유소 수는 2008년(연말 기준) 2천307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2천232개(3.2%↓), 2010년 2천77개(6.9%↓)로 점점 줄더니 작년에는 11%나 급락해 처음으로 2천개 밑으로 떨어졌다.

 

 정유사별로 보면 국내 제2 정유사 GS칼텍스가 2008년 771개에서 올 9월 현재 580개로 24.7%나 줄었고, 현대오일뱅크도 336개에서 258개로 23.2% 감소했다. 최대 직영주유소 네트워크를 보유한 SK는 965개에서 808개(16.2%↓)로, 에쓰오일은 159개에서 143개(10%↓)로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정유사 간판을 단 자영주유소 수가 1만225개에서 1만1041개로 오히려 7.9% 늘어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개인에게 임대 위탁된 일부 직영주유소가 자영으로 집계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직영의 감소폭은 두드러진 것이다. 주유소 업계가 출혈경쟁으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한발 앞서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셈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 주유소 사업을 점차 정리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몇 년 전만 해도 회사에서 퇴직하는 임원들에게 직영주유소 운영권을 일종의 '퇴직 선물'로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장 여건이 워낙 안 좋아 주지도 받지도 않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유사가 자영주유소보다 시장 변화에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본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좋을 때 정유사는 손실을 안고 떠나버리면 그만이지만 자영업자들은 자기 사업을 접는 것이라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직영주유소 감소가 자영을 포함한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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