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서울 시내의 현대자동차 전시장. 손님이 없어 정적이 흘렀다. 이곳에서 만난 직원은 ‘개별소비세 인하 이후 판매가 늘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개별소비하 인하폭이 작은 탓인지 문의전화만 간간이 오는 정도”라며 “지금 주문해도 12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신형 싼타페를 제외하면 아반떼와 쏘나타 등 다른 차들은 열흘이면 받을 정도로 재고가 많다”고 말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내수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침체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달 10일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했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지는 못했다. 업계에선 세금 인하폭이 소비자들의 기대치보다 낮아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내수 판매 6.6% 감소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5개 완성차의 9월 판매실적은 총 11만5811대로 지난해 같은 달의 12만4057대보다 6.6% 줄었다. 보합수준의 증가율을 나타낸 현대차와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인 ‘코란도스포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쌍용차를 제외하곤 적게는 4.9%에서 많게는 64.5%의 판매량 감소를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5만6136대) 대비 2.5% 늘어난 5만7559대를 팔았다.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공급 정상화와개소세 인하,작년보다 늘어난 영업 일수에도 불구하고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함께 특별할인 등 여러 판매 증가 요인이 작용했는 데도 판매 신장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내수 판매량은 3만9030대로 전년 동월(4만1952대)보다 7% 줄었다. 지난달 18일 준중형 세단 ‘K3’를 출시해 9일 만에 3616대를 판매하는 신차 효과가 있었음에도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다. 한국GM도 1만1181대로 전년 동기(1만1754대) 대비 4.9% 감소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4005대를 팔아 전년 동기(1만1215대) 대비 64.3% 급감했다. 지난달 ‘뉴 SM3’ 출시에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량 5위로 주저앉았다. 쌍용차의 9월 내수판매는 4036대로 전년 동월보다 34.5% 증가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조업 일수 회복과 ‘코란도스포츠’ 등의 판매호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에는 기대해볼 만”

 

 6.6%의 내수 시장 판매 감소율은 개별소비세 인하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완성차 월별 판매실적을 지난해와 비교한 결과 내수 판매량은 지난 1월 20% 급감한 이후 매달 9.8~5.3% 줄었다. 6.6%의 감소율은 설 연휴와 노조 파업으로 인한 조업 일수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며 20%대의 감소율을 보인 지난 1월과 8월을 제외하면 올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내수 시장은 지난 5월 0.7%의 증가율을 나타낸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개소세 인하와 자동차 업체들의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개소세와 취득세를 70% 깎아줬던 2009년에도 세제지원이 끝난 12월에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며 “실제 차량구매 확대로 이어질지는 10월 이후부터의 판매량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효과는 4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대비해 다양한 판촉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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