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12일,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공산권 국가 사이에 고립됐던 서베를린에서 '베를린 장벽을 뜯어내자(Tear down this wall)'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결국 연설은 동유럽에 뿌리 깊게 상존했던 공산주의 붕괴를 촉발시켰다.

 

 이처럼 '테어 다운(Tear down)'은 무언가 장애물을 걷어낸다는 의미지만 자동차로 오면 조금 달라진다. 이른바 경쟁차종의 분해를 뜻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경쟁사의 설계 및 제조 능력, 공장 설비 및 해당 차종의 원가까지 다양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본 칼럼은 자동차, 자동차업계 그리고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최종 소비자인 독자들의 '권익'을 최대한 고려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려 한다.

 

 참고로 필명 '토토'는 자동차 업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칼럼니스트다. 자동차 개발에 엔지니어로 참여했고, 금융계에서 자동차산업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만큼 다각적 분석의 잣대로 칼럼을 연재코저 한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 및 수입차 브랜드가 30개가 넘는 오늘, 자동차 구매자 또한 새로운 차를 맞이한다는 기쁨과 동시에 어떤 차종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첫번째 칼럼은 '무슨 차를 사야 하나', '어떤 브랜드가 좋은가'라는 주제로 국산 및 외산 브랜드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수입 브랜드가 많아 일본 및 미국, 유럽 및 한국으로 나눠 게재한다. 독자들의 자동차 구입 및 현황 파악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평가는 주관적이라는 점도 밝혀준다.

 

 1. 혼다(Honda)


 장점은 가격 대비 전설적인 성능이다. 아직까지 앞바퀴 굴림 차종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의 입김이 강해 디자인에 대한 비중이 열악하다. 독일 아우디가 고대 아테네와 같이 풍요로운 디자인이라면 혼다는 스파르타처럼 고독하고 외롭다는 느낌이다. 특히 시빅의 경우 실패작으로 여겨졌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패가 있으면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는 국내 특정 자동차회사에 비하면 의아할 정도다.

 


 현재 혼다에서 차를 한대 산다면 연말 또는 2013년 연초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는 신형 어코드다. 물론 당장이라면 지금의 어코드도 추천 차종이다. 참고로 혼다의 창업자 소이치로가 죽으면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로 환원한 것은 기업 경영 상 패착으로 해석된다. 회사 리더십 공백을 가져 왔기 때문이다. 다만 전륜 차종의 개발능력은 평균 이상이어서 리더십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회복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 내 '빈약한' 제품군 보강을 위해 미국서 판매중인 아큐라(Acura) 브랜드의 중대형 SUV MDX, 그리고 혼다의 중형 SUV 파일럿 도입은 검토할 만하다. 
 
 2. 인피티니
 일본 3개 고급차 브랜드(아큐라, 렉서스 포함) 중 가장 외관이 개성적인 브랜드다. 내구성 또한 독일차종 대비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가 렉서스 만큼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피니티 본사가 일본에서 홍콩으로 이전하는 등 집안정리가 끝나지 않은 듯하다. 또한 본사인 르노의 간섭이 의외로 크다. 마지막으로 VQ 엔진 의존도가 높지만 VQ후속 개발에 대한 소식이 없어 점진적인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인피니티 중에선 QX56이 의외로 제품력이 높다. 육중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뛰어난 핸들링이 특징이다. QX56보다 비싼 랜드로버를 살 이유가 없어질 정도로 경험해보면 매력적이다. 신형 G의 경우 벤츠 엔진을 사용하고, 향후 벤츠와 공동개발된 부품을 다수 채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놀랍지 않은 것은 지난 1990년대 말 벤츠가 닛산을 인수하고 싶어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벤츠가 또 다시 닛산과 고급차 분야의 공동개발에 진입했다.

 

 3. 렉서스
 고급차 차종 중 내구성 품질이 최고다. 또한 소음분야(NVH)는 세계 정상급 차종이다. 그러나 토요타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이 무료하다. 북미 위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만 기타 지역에선 취약하다. 특히 엔화 강세로 한국에선 독일 브랜드 대비 가격경쟁력이 약해졌다.

 


 렉서스 중에선 검은색 GS F-스포트가 주목받을 만하다. 구형 차종과 동일한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모노크롬 HUD 등 전장 분야는 경쟁차종 대비 경쟁력이 부족하지만 주행 성능은 기존 BMW 5시리즈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디자인도 실물이 훨씬 뛰어나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현재로선 너무 과소 평가돼 있다.   
 
 2013년 신형 IS 출시 등 신제품이 대기 중이다. 또한 소형 고급 SUV 및 쿠페 등 다양한 차종도 준비될 예정이어어서 렉서스 딜러를 한다면 시작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4.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은 설명이 필요 없는 차다. 그러나 랜더 에볼루션 외에 달리 떠오르는 차종이 없는 것은 단점이다. 랜서 에볼루션은 실내가 일반 랜서와 상당수 많은 부품을 공유하지만 탁월한 주행성능은 운전자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미쓰비시는 한 때 직분사 엔진 등 기술력이 우수했고, 오랜 기간 현대차가 '스승'으로 모셨던 회사다. 1세대 에쿠스가 미쓰비시 고급차를 기반했고, 현대차 V8 엔진도 미쓰비시 것을 사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한국 수입차 시장에선 입지가 위태로운 브랜드다.

 

 5. 닛산
 V6 엔진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VQ 엔진와 같은 뛰어난 기술력과 내구성 또한 일본차답게 우수하다. 전체적인 상품성 대비 가격 경쟁력도 높다. 그러나 내연기관 기술력에 있어 진척이 경쟁사 대비 더딘 것은 단점이다. 또한 닛산의 '주인'인 르노가 처한 경영난이 닛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자인 또한 파격적이라 낯설기도 하다. 대부분 미국 소비자 기준으로 개발된 상황이라 디젤엔진이 없는 것도 과제다.

 


 닛산 중에선 370Z에 시선이 끌린다. 포르쉐 박스터보다 싸고, 박스터와 경쟁할 정도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여유가 더 있다면 GT-R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6. 토요타
 내구성은 말이 필요 없다.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를 시작한 만큼 친환경차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 디자인과 주행성능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은 여전히 심심하며, 한미 FTA를 의식해 미국산 차종의 유입이 많다.  

 

 
 주목할 차종은 '86'이다. 가족구성원이 5명 이상인 경우 시에나도 대안이다. 게다가 토요타는 2009년 가문이 경영을 다시 확보한 이후 무섭게 부활하고 있다. 향후 2015년까지 몰라볼 정도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다. 특히 토요타는 지속적인 내구 품질 개선을 통해 한국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7. 스바루
 수입산 4륜 구동을 찾는 소비자라면 스바루도 선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품군이 적다는 게 단점이다. 아직 한국에는 없지만 BRZ가 들어오면 인기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한국 철수설이 부각되면서 임프레자 도입도 미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바루는 미국 동부에서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 매우 특이한 브랜드다. 사실 스바루는 회사 규모 때문에 실내의 인간공학 설계는 최악에 가깝다. 반면 저렴한(미국시장 기준 2~3만 달러 대) 가격의 일본산 4륜 구동은 미국 내 틈새 공략의 기회가 됐다.

 

 8. 캐딜락
 과거 대비 명성은 줄었지만 새로 출시되는 차종, 특히 ATS의 경우 캐딜락이 급격히 부활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미국 빅3 중 가장 눈여겨 봐야 한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방황한 탓에 신차가 별로 없다는 게 단점이다. 캐딜락의 한국 역사는 신형 ATS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판매 차종 가운데 주력은 CTS다. CTS는 5,000만 원대에 선택할 수 있는 훌륭한 후륜구동 차종이지만 반년 이상 기다릴 수 있다면 ATS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캐딜락은 원래 프랑스어로, 발음은 '까디약'이었다. 2015년 이후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에 필적하는 대형 후륜 세단의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10단 자동변속기 탑재 가능성이 농후하다. ATS에 대해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 데이빗 아인혼(David Einhorn)은 '나 같으면 GM 주식을 사겠다'라고 말하게 했을 정도다.

 

 9. 크라이슬러
 피아트그룹 일원으로 불안했던 과거 대비 보다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벤츠와 합병됐다 방출되면서 벤츠 DNA가 섞인 차종을 다시 피아트그룹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내구품질은 여전히 업계 평균 이하이고, 실망스러운 인테리어 품질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 크라이슬러 가운데 한 차종을 고르라면 300C다. 5,000만 원대 FR차종으로 8단 변속기까지 채용됐다. 나름대로 후륜의 맛과 멋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10. 포드
 크고 둔탁하고 연비가 낮은 전형적인 미국차에서 알차고, 날렵하고, 연비 좋은 유럽형으로 변신 중이다. 그러나 실내 인테리어 품질은 원가를 과도하게 의식해 장난감 같기도 한 면이 많다.

 

 
 포드 중에선 익스플로러가 시선을 당긴다. 5,000만 원대 가격을 감안하면 크기가 장점이다. 현대차 베라크루즈와 기아차 모하비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차종이기도 하다. 참고로 포드의 연구개발기지는 미국 외에 독일과 영국에 소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포드는 영국과 독일에 각각 포드 자회사를 설립, 연구개발 기능을 별도로 보유해 왔다. 최근 포드 유럽이 미국을 비롯한 포드 글로벌 차종의 개발을 선도하는 중이며, 포커스와 신형 퓨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신형 퓨전(유럽 몬데오)은 애스턴마틴과 같은 디자인으로 미국 중형차 시장을 흔들 것으로 기대된다.

 

 11. 짚(Jeep)
 2차 대전 미군들이 전쟁터를 몰고 다니던 전설적인 브랜드지만 내구성이 평균 이하다. 현재 짚 중에선 체로키를 떠올릴 수 있다. 랜드로버와 더불어 4륜 구동의 원조로 여겨지는 점은 강점 가운데 하나다.

 

 
 12. 링컨
 링컨 대통령의 이름을 안다면 기억하기 어렵지 않은 브랜드다. 가격 또한 협상의 여지가 있어 국내에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차종이 없는 게 단점이다.

 


 링컨 중에선 MKX의 상품가치가 높다. 크고, 힘도 좋은 데다 디자인도 우렁차다. 참고로 링컨은 포드가 적극 육성할 계획이지만 향후 신차에 대한 정보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박관영(자동차 칼럼니스트)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