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및 한·미 FTA 효과는 다양하겠지만 소비자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건 역시 관세효과로 인한 신차가격 인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독일차 판매는 올해로 2년차인 한-EU FTA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지난해 7월 한-EU FTA가 발효된 후 관세 8%가 첫 해 5.6%로, 올해는 이달부터 3.2%로 떨어졌다. 덕분에 BMW와 벤츠, 아우디 등의 소비자 값은 지난해 1.5%에 이어 올해도 1.5% 추가로 떨어졌다.

 

 6000만원짜리 신차가 지난해 90만원, 올해 90만원 추가 인하돼 180만원까지 낮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체들은 막상 7월이 되니 FTA로 인한 관세인하 분만큼 프로모션을 줄이고 있다. 이전엔 300만원까지 할인해주던 것을 200만원으로 축소하는 식이다. 결국 7월에 사나 이전에 사나 소비자들로선 비슷한 가격에 사는 셈이다.

 

 최근 직장인 양모씨는 FTA로 인한 가격인하를 보기위해 7월에 독일차를 사려고 마음먹었다가 6월에 그냥 계약했다. 딜러가 이미 FTA 가격효과보다 더 할인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딜러는 7월 FTA로 인해 소비자가격이 인하되면 그만큼 프로모션 폭이 줄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손해 볼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미국차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한미FTA가 발효되기 이전부터 할인을 많이 해줘 소비자들 입장에선 FTA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보다는 그달그달 할인조건을 더 받는 게 유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수입차업체들은 모델별 판매조건 공개를 꺼리고 있다. 딜러별로 경쟁이 심하다보니 공식적인 판매조건 외에도 추가 할인조건이 존재하고, 이 조건을 적용하면 FTA로 인한 가격 할인효과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 딜러는 "7월부터 FTA 가격이 적용된다고 하면 그전에 제값주고 차를 사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데 어떻게 차를 팔란 말이냐"며 "미리 FTA를 감안해 차 값을 할인해 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소비자들로선 씁쓸하다. 수입 원가를 알지 못해 업체가 일방적으로 인하하는 가격 폭에 대해서도 수긍해야 하고, 판매조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남들보다 손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가 할인이라는 미끼로 '조삼모사'하는 일이 언제까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둘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최인웅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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