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자동차 업종은 주도업종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부품주의 주가가 완성차나 타이어 주가보다 더욱 눈부셨다. 그러나 올 들어 완성차 및 타이어 주가는 전고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부품사 주가는 전고점 대비 30~40% 빠지며 양극화하고 있다. 이는 부품사의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대규모 투자시기 진입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실적 가시성’에서 ‘성장성’으로
 


 지난 3년간은 미국 업체 구조조정, 도요타 리콜사태 및 일본 대지진 등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재편되는 이슈가 이어졌다. 올해도 부품회사의 해외수주 증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수주를 소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진행되면서 단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완성차의 질적 성장 전환으로 매출액 증가율 둔화, 단가인하 압력 가능성, 현지 환율에 대한 노출 확대로 인한 실적 변동성이 리스크를 증가시켰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 유럽 재정위기 부각으로 거시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주식시장은 성장성보다는 단기 실적 가시성에 초점을 뒀고, 이는 부품사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점차 실적 가시성보다 성장성에 다시 주목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품사 주가는 지난 1년간 원재료 급등, 로컬 환율 약세, 지배구조 이슈 등을 반영하며 충분한 조정기간을 거쳤다. 이제 성장 및 수익성 향상이라는 펀더멘털로 회귀할 것이다.

 

 또한 내년에는 투자회수시기에 진입할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종 내에서 ‘플러스 α’를 내기 위해 상반기에는 실적 가시성이 높은 타이어가 적합했다면, 하반기부터는 성장성이 높은 부품주가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늘어나는 ‘자본적 지출’

 

 한국 자동차부품회사의 자본적 지출(Capex), R&D 투자 및 회수 사이클은 현대·기아자동차와 동일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완성차와 부품사 간 투자 사이클에 변화가 생겼다. 현대·기아차는 질적 성장으로 선회한 뒤 자본적 지출 부담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부품사와의 역할 분담으로 R&D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반면 한국 부품사는 매출처 다변화 노력이 진행되면서 증가하는 해외수주를 소화하기 위해 자본적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로부터의 기술적 독립 및 매출처 다변화에 따라 고객별로 다른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R&D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부품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해외수주 증가 및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첫째, 미국 부품사들의 구조조정이 한국 부품사에 미국 메이커로부터의 수주 확대로 이어진 것처럼 유럽의 재정위기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 자동차산업은 금융위기 시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아 장기간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올 들어 수요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유럽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은 전반적으로 20%의 생산량 감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유럽 메이커들의 구조조정 계획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GM의 유럽 브랜드인 오펠이 독일의 한 공장(30만대 생산 규모) 폐쇄 계획을, PSA는 프랑스의 한 공장(30만대 규모) 폐쇄 계획을 각각 밝혔다. 완성차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부품사들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한국 부품사는 M&A를 통해 매출처 다변화 및 제품 다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 부품사는 그 동안 M&A에 소극적이었지만 재무구조가 견조해지고 현금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글로벌 부품사의 매각이 진행될 때마다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부품사의 부채비율 및 차입금비율은 각각 100% 및 50% 미만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금유동성은 총자산 대비 10~15% 수준(시가총액 대비 22%)으로 안정적이다. 자산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자본적 지출, R&D 등 투자 외에도 M&A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확대되는 해외 부품시장

 

 한국 부품사들은 현대·기아차를 따라 해외 주요시장에 동반진출해 있다. 그 가운데 중국시장은 높은 수익성으로 인해 동반 진출 부품사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6월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의 중국 3공장은 향후 40만대까지 증가가 예상되며, 2014년에는 기아차 3공장도 가동된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 규모는 지난해 100만대에서 2015년 170만대로 증가, 해외시장 중 가장 규모가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부품사에 유효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시장의 자동차 수요는 지난 4월까지 -1.8%를 기록했지만 5월 들어 부동산 거래 증가와 함께 반전했다. 또한 6월에 발표된 자동차에 대한 2차 소비 보조금은 하반기 중국 수요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총 예산은 60억위안(약 1조800억원)으로 1차 때에 비해 크지 않지만 소비심리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소비보조금이 로컬 메이커 위주의 수혜로 결정될 경우에도 로컬 메이커에 납품하고 있는 만도, 에스엘 등 한국 부품사들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로컬 자동차 업체들의 가동률은 대부분 손익분기점(BEP)에 필요한 7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로컬회사들은 소형차 소비보조금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한 올 9월에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초기 생산 규모는 15만대로 적지만, 500만대 규모의 신규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종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예상된다.

 

 15만대의 적은 생산 규모를 감안할 때 부품사 동반진출보다는 미국에서 반(半)조립부품(CKD) 수출로 많은 부품을 조달할 전망이다. 로컬 통화의 노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할 때 브라질 동반 진출 부품사보다는 미국 현지법인을 통한 CKD 수출을 기대할 수 있는 부품사들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

 

 

임은영  < 동부증권 연구원 erica1@dongbuhappy.com >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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