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그리핀님께서 퍼오신 일제차 베이스의 국산차 글 이후 1세대 에쿠스의 개발에 대해 말이 많네요.

일단 저도 공동개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현대가 참여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니까요.

만약 구형 에쿠스 시절의 현대가 몇몇분께서 말씀하셨듯 단순히 생산만 담당했다면 그건 하청에 불과한거죠.

하지만 대다수가 공동개발로 알고 있다는건 현대의 주장에 미쓰비시가 법적으로 제제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공동개발로 인정되는 범위입니다.

통상적으로는 여러 시안을 내놓고 이를 계측장비로 시험하여 비로소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일겁니다.

그러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도, 하다 못해 작은 볼트 하나라도 만들면 인정을 해줍니다.

공동개발이 아니라고 칩시다.

현대가 내수용만 자가공급했다면 로열티와 생산설비에 큰 돈을 들여 생산했거나 CKD로 들여와 반만 조립했겠죠.

여기 계신 분들 중에 1세대 에쿠스를 로열티주고 팔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없어요.

그리고 아예 생산을 전담했다면 울산에서 에쿠스를 만들어 엠블럼없이 일본에 수출을 했겠죠.

배에 에쿠스를 가득실어 일본으로 날랐다는 얘기는 들어본 분 계십니까? 당연히 없겠죠.

참고로 프라우디아와 리무진인 디그니티는 나고야공장에서 생산했습니다.

그러니까 생산과 개발은 엄연히 다르다는 말입니다.

현대 에쿠스와 미쓰비시 프라우디아의 관계는 기아가 개발하여 동희오토가 생산하는 모닝과 레이와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도 공동개발을 주장하지만 애석하게도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디자인은 미쓰비시가 했죠. 펜타존 프레임 설계 역시 미쓰비시가 했습니다.

5단 자동변속기, 미쓰비시제입니다.

흔히 하이벡이라고 알고 있는 초창기 현대차 미션이 INVECS 라는 미쓰비시의 변속기에서 유래된겁니다.

그리고 엔진.

시그마 3.5엔진은 코드명 6G74입니다. 6G7이 미쓰비시의 V6엔진 라인업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추후에 올라간 GS300 밸류의 3리터 유닛은 6G72입니다.

우리나라에는 DOHC 버전만 있으나 SOHC와 MIVEC이라 불리는 가변밸브 기술을 도입한 엔진도 있습니다.

물론 프라우디아에도 올라가진 않았죠.

여담으로 이 6G7시리즈는 5까지 있는데 이 유닛은 배기량이 3.8리터입니다.

한때 람다 3.8의 모태가 된 엔진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 녀석이죠. 아무튼 람다 3.8은 독자가 맞습니다.

뮤엔진의 기초가 되는 델타 2.5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VS와 VL에 탑재되는 오메가 4.5엔진은 8A80입니다. 미쓰비시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8기통이죠.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지만 롱스크로크 특성상 트럭에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자료를 찾을 수가 없네요...

현대는 아마 이 엔진을 통해 공동개발을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을겁니다.

헤드와 직분사에 관련된 부분은 미쓰비시가 담당했고 알루미늄 블록은 현대가 만들었습니다.

미쓰비시는 99년부터 01년까지 약 15개월간 프라우디아와 디그니티를 판매했고,

단종됨과 동시에 엔진에 대한 권한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MPI 형식으로 바뀝니다.

애초에 일본 현지 옥탄가에 맞게 설계된 엔진이라 국내 고급유 실정과는 맞지 않아 노킹문제가 많았죠.

뭐...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집니다...안 알려진 부분도 많겠지요...숨은 고수님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