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골프 동생 폴로(폭스바겐)가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의 대물 콤플렉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1975년 첫선을 보인 이후 ’소형차 천국’이라 불리는 유럽에서 수많은 경쟁 차종들을 제치고 38년간 1600만대 이상 판매된 ’콤팩트 해치백의 절대 강자’라는 당당함이 밑천이다. 

크기? 물론 작다. 전장×전폭×전고는 3970×1685×1450㎜다. 경차인 기아 모닝(3595×1595×1485㎜)보다는 길고 넓고 낮다. 소형 해치백인 현대 엑센트 위트(4115×1705×1455㎜)보다는 짧고 좁고 낮다. 낮은 전고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풍긴다. 

디자인은 야무지다. 경차나 소형차들이 선택하는 귀여운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국내 판매 모델은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감성을 담은 R라인 외관 패키지를 채택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오래 봐도 지겹지 않은 외모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독일 기능주의에 입각해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직선의 그릴과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폭스바겐 패밀리룩까지 더해져 옹골차다. 

실내 인테리어는 익숙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 원형 속도계 및 rpm 게이지, 직사각형의 정보창, 센터 콘솔 등이 골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외관처럼 독일 기능주의를 충실히 반영해 운전에 집중하면서도 각종 기능을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폰지(Fonzie)’ 컴포트 직물 시트는 착석감이 편안한 편이다. 시트 조절 장치는 수동이다. 등받이는 로터리 방식이어서 손으로 돌리면서 조절해야 한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전동식보다 빠르고 편리하다. 

뒷좌석은 3명이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됐고 3개의 독립 헤드레스트를 갖췄다. 좌우를 가르는 센터 터널이 솟아 있어 아이들이야 상관없지만 어른 3명이 타기에는 불편하다. 뒷좌석 시트는 6대4 폴딩 기능을 갖춰 트렁크 공간을 280ℓ에서 967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폴로 1.6 TDI R라인은 4기통 1.6 TDI 디젤 엔진과 건식 듀얼 클러치인 7단 DSG 변속기를 얹었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3.5㎏ㆍm다. 모닝 1.0 가솔린 모델은 각각 82마력, 9.6㎏ㆍm다. 마력은 경차 수준이지만 토크는 2000cc급 가솔린 엔진 수준이다. 발진가속도(시속 0→100㎞/h)는 11.5초다. 표준연비는 복합 기준 18.3㎞/ℓ(도심 16.4, 고속도로 21.3)로 1등급에 해당한다. 

시승은 서울 삼전동 탄천 서킷에서 경기도 양평을 오가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시승에 나설 때까지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디젤 모델이어서 ’토크발’은 있겠지만 경차 수준의 출력으로는 ’달리는 재미’는 물 건너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 전 독일 하노버에서 폴로 블루모션을 탔던 경험도 한몫했다. 당시 1200㏄급 TDI 엔진과 수동 변속기를 장착한 폴로 블루모션은 최고출력이 75마력에 불과했다. 시승 목적도 드라이빙 퍼포먼스가 아니라 ℓ당 30.3㎞에 달하는 연료 효율성을 체험하기 위해 도심과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시속 30~80㎞로 달렸을 뿐이다. 3년 전 경험에서 비롯된 편견은 시승 10분도 지나지 않아 깨졌다. 도로에 나온 뒤 경쾌한 발진 성능과 추월 성능을 발휘하는 ’토크발’에 ’90’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력보다는 토크가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즐기는 데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폭스바겐의 자랑인 7단 DSG도 변속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빠른 가속력을 발휘해 달리는 재미를 선사했다. 시속 100㎞가 넘어서면서 풍절음은 다소 귀에 거슬렸지만 귀로 느끼는 속도감을 더욱 배가시켜 주는 역할도 했다. 체구가 작아 고속에서는 흔들림이 심할 것으로 여겼지만 시속 120㎞까지는 제법 안정적이었다. 

물론, 폴로가 스포츠카만큼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형차로서는 수준급의 성능을 발휘했다. 가격도 착하다. 2490만원. 폭스바겐코리아가 밑지고 장사하지는 않겠지만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없는 가격대다. 폴로는 크기, 가격, 성능, 디자인 등 차를 판단하는 네 가지 주요 요소 중 크기를 제외한 세 가지를 충실히 갖췄다. 대물 콤플렉스에 맞선 폴로의 외침은 통쾌하다. 

"자자, 오해하지 말고 들어. 좀 작은 것 빼고 외모, 성능, 가격 뭐 하나 떨어지진 않잖아. 작다고 오해하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