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네요.

  현대기아는 최대한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면서 미국 생산을 늘려가려는 방향이지만 제네시스는 한국 생산이라 그게 안되잖아요? 

  예전에 글을 썼을 때 보급형 벤틀리 전략이 그래도 효과를 본 것 아니냐고 했더니 반대하는 의견이 많던데..그게 제네시스의 입장일까요? 그거라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뭐 더 대단한 전략이라도 가지고 있는건지? 그럼 뭐 보급형 롤스로이스 정도를 꿈꾸고 있는 건가요? ..

  중간에 한 때 컨셉카 디자인을 보면 알파로메오처럼 삼각형으로 그릴 디자인을 바꿨다가, 요새 다시 좀 스포티한 방패디자인으로 컨버터블이나 쿠페 컨셉트카가 나오던데 벤틀리스러움을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기존의 보급형 벤틀리 컨셉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느낀 건, 제네시스를 타고 있던 타이거 우즈의 사고 이후로 제네시스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죠. 물론 다른 고급차 브랜드들도 골프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고, 골프와 영국신사의 연관성이 수치로 나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골프라는 게임이 신사들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있다면 벤틀리를 연관시켜서 나쁠 건 없겠죠.

  이번에 관세전쟁에서 유럽의 자동차 관세가 높아지면 제네시스도 반사적 이익을 좀 보지 않을까 잠시 생객해 보았지만 (아직 제네시스의 보급형 벤틀리 이미지가 미국까지 확립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해서 반사이익이 미미할 수도 있고) 트렴프가 영국의 자동차 관세는 낮춰준 것 같아요. 아마도 영국 자동차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겠죠.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전기 자동차에 대한 견제 성격이 큰 거 겠죠. 그렇지만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미국 상류층의 영국선호경향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볼 게 있어요.

  렉서스 브랜드를 런칭시키기 전에, 도요타 자동차에서 미국의 고급차 시장을 연구하기 위해 직원들을 미국에 보내서 미국 상류층들의 생활을 경험시키면서 얻은 연구결과가 있답니다. 그게 뭐냐면, 미국의 상류층들은 영국의 상류층 생활을 동경하고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렉서스의 시작은 독일차 벤츠를 벤치마킹한 LS였지요. 이 괴리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도요타 경영진밖에 모르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도 미국이 이 경향을 유지하고 있느냐는 거지요. 상류층들이 영국스러움을 좋아하고 있는가..전 그렇다고 봐요.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영국왕실이나 귀족스러운 모습도 언론에 자주 비춰지는데 이런 것으로 크게 비난받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상류층을 동경하는 중산층도 마찬가지겠죠. 또 상류층이 느끼는 고급스러움을 중산층도 누릴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죠.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네시스의 보급형 벤틀리 이미지 전략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거지요.

  전기차 시대의 관세전쟁을 계기로 제네시스의 보급형 벤틀리 전략은 조금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벤틀리는 단순히 고급차일 뿐 아니라 스포츠카였습니다. 특히 르망24같은 장거리 경주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한 다음부터 회사가 성장했다고 나옵니다. 그 전통아래 지금도 나오는 것이 벤틀리 컨티넨탈 GT같은 장거리여행 차량이죠. 자동차 시대가 태동하던 시기에 귀족들이 마차 대신 장거리 GT를 몰고 유럽을 견문하던 전통이 있는 차종이죠. 사실 벤틀리 하면 GT를 떠올리지 뮬산을 먼저 떠올리지는 않지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가 최근 르망24에 참여하는 건 제네시스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영국의 귀족들은 2차대전 때 항공기엔진을 만들던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를 타면서 자신들을 죽음에서 구해줬던 항공기엔진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게 영국 고급자동차의 전통이고 히스토리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제, 제네시스는 기존의 현대차가 가진 풍부한 옵션이라는 고급감을 제네시스에서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서 영국차의 스포츠성까지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몰론 제네시스도 다른 고급차 업체처럼 전기차 전환을 여러 번 고려했겠지만 전기차 전환은 쉽지 않았고 라인업도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다시 렉서스의 사례를 들춰 본다면..렉서스는 브랜드 런칭 당시 LS라는 플래그쉽 고급모델 외에 ES라는 보급형 모델을 같이 런칭시켰습니다. 고급브랜드에 발을 걸치면서도 대중브랜드의 장점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지요.

  제네시스도 이런 양다리 전략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현기가 가지고 있는 전기차의 우위를 살려 보급형 스포티카 제네시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보급형 스포티카가 아니라 보급형 슈퍼카입니다만..기존 현기의 슈퍼전기차 디자인이 전혀 슈퍼카스럽지 않아서 말이죠.) 

  예를 들어 GV60의 두 줄 헤드램프같은 경우는 페라리 푸로산게처럼 ㄷ자 램프로 쉽게 리모델링 디자인 할 수 있습니다. 대중차 브랜드인 현기의 아이오닉 5N같은 경우는 푸로산게의 제로백과 거의 같습니다. 예전에 일본 스포츠카 메이커들이 페라리처럼 디자인했을 때 제로백이 그 정도였나요? 그렇지 않은데도 베꼈다고 비난을 받았나요? 오히려 보급형 페라리라고 대중들의 호감을 샀죠. 지금 현기는 디자인파트의 영향력이 강해서인지 이런 디자인을 카피이고 짭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해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결과물이 지금 기아의 전기차 EV라인이라고 봅니다. 뭐랄까 삼각형 게다리의 향연이라고나 할 정도로 정말 디자인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앞은 뾰족뾰족하고 뒤는 넓적하고..차라리 신형 K8처럼 앞 뒤가 다 길쯕길쭉한 게 더 디자인 일관성이 있어 보여요. 차라리 더 보급형 재규어 XJ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전면은 날씬한 캐딜락스럽게 바뀌었네요. 대중차 브랜드의 디자인은 대중이 좋아하는 거로 하는 게 좋죠. 디자이너들이 카피나 짭이란 소리를 듣는 게 싫어서인지..그런 생각이 제네시스 디자인에도 반영되고 있는 건 아닐까..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들은 창조성을 강조하고 선호하지요. 그러나 지금같은 주체적인(?) 디자인 창조에 몰두한다면 중국에서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카피형 디자인 중의 하나가 대박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네요. 콜레우스에서 봤듯이 안 그래도 현기가 르노차를 중국차 수준으로 만들려다가 오히려 중국차를 르노차 수준으로 올려준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됩니다. 거기에 디자인도 한 몫했다고 보거든요. 다행히 제네시스는 이미 디자인 컨셉을 잘 확립해 놓아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GV 60을 푸로산게스럽게 만드는 베리에이션은 시도해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히 제네시스가 국내 뿐 아니라 유럽이나 중국까지도 커버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도 있구요. 비용도 적게 들고요. 조금 비용은 더 들지만, 아이오닉6도 이미 충분히 포르쉐스러운 측면 후면에 덧붙여 전면에 원형이 아닌 사각형같은 팜업헤드램프를 추가해서 제네시스 브랜드로 리모델링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요새 보행자 안전기준 때문에 안된다는 글도 봤는데 운행 중에는 들어가게 만들면 되지 않나요? 어차피 전기차라 전면 보닛 안을 비울 수 있어서 개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글이 참 길어졌는데 제네시스가 관세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급형 벤틀리에 덧붙여서 전기차의 장점을 살린 보급형 페라리 보급형 포르쉐같은 컨셉도 고려해 보면 어떠냐는 겁니다. 렉서스의 ES같은 라인을 전기차를 통해 내놓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