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800선마저 깨졌다. 하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단기 급락의 원인으로 외국인 수급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오전 10시 47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57.30포인트(2.05%) 내린 2734.70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2020년 12월 23일(2759.82)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종가 2700선을 기록한 데 이어 이틀 연속 2800선을 밑돌고 있다.

이달 코스피는 꾸준한 약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급락한 단기 요인으로는 외국인 수급이 꼽힌다. 전날 외인은 4356억원을 순매도했고, 선물시장에서는 8501계약을 팔아치웠다.

특히 외인은 지난 20일 이후 4일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4거래일간 매도 규모는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수급불안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고조가 국내 증시를 포함한 신흥시장 자금 이탈을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푸틴의 행보와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나선 미국의 존재가 사안의 모호성을 증폭시켰고 잠복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헷지(위험회피) 필요성을 환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한국은 EM(신흥시장) 또는 일본 제외 아시아 마켓(현물) 전반을 관장하는 파생측면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는데 외국인 코스피200 지수선물 투매공세는 중립 이하 금융투자 프로그램 현물수급을 자극하며 내부 수급불안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IPO(기업공개)가 외인 수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있다. 국내 증시에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이 높은 신규상장주가 대거 포진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됐다는 시각이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한국 시장 전망 관련 보고서에서 "IPO 발행 호조는 전반적인 주식 시가총액을 증가시키지만 주가지수 수익률 약화와 관련이 있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IPO 주식은 코스피 PER(주가이익비율) 대비 20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시장의 듀레이션(원금회수 기간)을 늘려 금리가 상승하는 현재 상황에서 시장을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추가 하락에 대비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삼성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2800~3400선에서 2650~3150선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실질 금리 상승으로 나스닥 등 미 증시가 급락한 점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장 마감 직전 반등에 성공하긴 했으나 장중 4.9% 추락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시장 내 인플레이션 정점통과 기대와 인플레 파이팅을 위해 통화긴축 고삐를 죄겠단 연준의 어색한 결합은 미국 실질금리의 연초이후 46bp(1bp=0.01%포인트) 속등으로 파급됐다"며 "현 사이클 대장주 나스닥은 1월 중 12% 하락했는데, 나스닥이 월간 10% 이상 하락했던 것은 2008년 11월 이후 14년만의 최초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증시를 포함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추가 조정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불안정해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이전까지 현금을 일정한 기회로 지갑 안쪽에 챙겨두는 것은 당분간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당분간은 성장주보다는 실적이나 내재가치 위주로 접근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시장의 적정 PER이 낮아진다는 것은 당분간 성장주 투자가 어려워질 것을 의미한다"며 "투자상황은 상대가치보다 절대가치를 더욱 중요시 생각하는 국면에 진입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금리상승으로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물가상승으로 가격전가가 어려워지는 국면에서 장래 기업 현금흐름의 현재가치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며 "패닉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의 반등 주도권까지 고려할 경우 낙폭과대 실적주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전략 대안"이라고 귀띔했다.